주먹쥐고 일어서

by 김호섭

모두가 스트레스 심한 월요일 아침에 사장님과 싸웠습니다.

대학 졸업 후 34년. 긴 세월의 산전수전 직장생활 공력만이 처연한 훈장처럼 쓸쓸한 어깨에 고고히 빛나거나,

조자룡의 헌 칼처럼 그리 쓸데없는 낡은 인간이라면 할말 없지만서도......


그렇다고 사장님과 주먹다짐하며 UFC 데스매치 파운딩 하며 싸우진 않습니다. 이유가 어쨌거나 상황이 어떠하거나 직장인 나부랭이가 그렇게 막 나가진 않습니다. 그저 분연히 의자 박차고 주먹쥐고 일어서 고요 속에 외칠뿐입니다.오래전에 넣어둔 서랍 속의 사직서를 꺼내 들이밀 기세입니다.


"사장님,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 해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장님의 욕받이,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니거든요.고난의 시기와 상황이 오리라 예견하고 준비와 변화의 필요를 보고드린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생무시하시고 방관만하시다 인제 와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저에게 물으시니 심히 괴롭습니다." 이렇게 정제된 말을 하고 싶었으나 감정이다소앞선 의사전달은 문장처럼

그리 매끄럽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비스름하게는 표현했지요.


"아니, 김 상무.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사장님도, 사무실 동료 경리 담당 과장님도 눈이 동그래지면서 소년을 바라봅니다. 이 회사에서 3년 반 동안 이렇게 묵직하면서 큰소리를 낸 적이 없었거든요. 자기표현의 글쓰기를 꾸준히 해온 용기 때문일까요? 예전과 다른 나. 다소 낯선 나를 바라봅니다. 한편으론, 격한 순간의 감정이나 분노를 다스리는, 오히려 차분해지는 마음을 봅니다. 문득, 소년의 눈도 동그래집니다.




글쓰기. 나를 표현하는 일이 문장안에서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내가 쓴 문장처럼 살아가고, 살아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보르헤스의 문장처럼요. 이젠 그래도 되겠다 싶습니다. 더 이상 무시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내가 나를 사랑하기로 했으니까요. 세상 가까이 있는 답을 자꾸 먼데서만 찾아온 버릇을 이제 고쳐보자

다짐했으니까요.

비록 출간작가는 아니더라도 일상을 걷고 쓰는 자가 되었으니까요. 그저 마음의 길을 따라 걷자고 다짐한 건 글을 쓰면서부터였으니, 조금 늦었더라도 읽고 배우고 쓰기 시작한 건 참 잘했어요 칭찬하며 제 어깨를 토닥입니다.


'사장님, 그렇다고 괘씸죄로 저를 단칼에

자르진 말아 주세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상의 짐이

남아있어서요' 퇴근길에 이런 혼잣말도 합니다.

우리는 어엿한 생활인이기도 하잖아요~


소년은 오늘도 경계에 서 있습니다. 다시 책을 꺼내봅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말을 믿으며.

경계에 선 부담을 감당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새기며.


한 줄 요약 :

(흔하지만 소중한) 이 땅의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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