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어느 날,
메일박스 수신함에 생소한 메일이 들어왔다. 띵동. 브런치 작가가 되셨고 작가님의 글쓰기를 응원하고 기대한단다.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수십년간 불려왔던 호칭. 과장님, 부장님, 이사님이 아니라 작가님이라니… 무척이나 설렜던 날이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 배우는 시나리오 작가의 대사를 읽고 감독의 철학에 공감하며 자신이 품은 해석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 가수는 작사가의 가사와 작곡가의 리듬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여 표현한다. 화가는 전하려는 한 줄의 메시지를 물감으로, 조각으로, 디지털 붓으로 자신의 색감을 창조하여 표현한다.
기자는, 아나운서는, 정치인은, 사업가는, 직장인은, 댄서는, 편의점 알바생은, 택배 아저씨는, 작가는
......
삶 자체가 예술이라하니, 표현하는 방법은 저마다 달라도 자기표현은 새로움을 창조하는 일, 자신이 가진 무엇인가로 녹여내는 일이겠다.
사유와 통찰의 본질은 애초에 형체가 없으니, 글월 문. 글 장으로 탄생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을 표현한다.작가가 자신과 세상을 바라본 해석을 녹여낸 하나의 사유가 한 모금의 물, 정수라 한다면, 물을 담는 그릇은 한 줄의 문장이 아닐까. 소년이 생각하는 문장의 정의다.
2년 동안 나의 물과 그릇은 어떠했는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새벽이다. 돌이켜 보나 마나다. 여전히 어설프고 한참이나 부족하다. 자주 게으르니 당연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브런치 스토리라는 그릇도 생각해 본다. 작가님들의 문장을 담은 그릇. 그 그릇이 요즘 시끄럽다. 작가님으로 불리던 호칭을 다시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으로 바꾸어 부르려는가 싶다. 자본과 계급, 오로지 생존이 걸린 경쟁뿐이라는 비즈니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소년은 좋아하는 작가님께 응원도 못한다. 왜냐..가난하니까.)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익의 실현이라 정히 그런다면 좁은 나라에서 난립하는 유사 플랫폼 들...고만고만한 그릇들과 밥그릇 싸움할게 아니라, 통크게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는 전략이 어땠을까 아쉬움이 진하다. 외국에도 쓰는 자, 쓰고싶은 자가 있을 터이니 그들로부터 소정의 가입비를 받아 수익모델로 삼는 전략이겠다. (무료 가입은 한국인 only)
나만의 단순한 생각이지만...
아점이 아니라 브런치라는 네이밍답게.
이제 글쓰기 갓 새싹 2년 차인 소년은 인턴님이나 막내님이라 불리겠지. 이사님, 상무님으로 불려지길 기대하는가? 뭐라 불리든 상관은 없겠다만 브런치라는 그릇 안에서 소년이 원하는 기대는 무엇인지 또한 생각해 보는 새벽이다. 이 그릇이 너의 것이냐 아니면 저거냐?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산신령님마저 나타나신다.
신령님, 이도 저도 아니고 저의 그릇은 저기 갈곳 잃어 둥둥떠다니는 가녀린 문장이라 하옵니다.
시골 앞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소년이 갑자기 부자동네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와서 뭘하고 어떻게 놀아야할지 뻘쭘하게 서 있는 요즘의 어색함이여라.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를 일이겠지만,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셀프점검차원에서 오늘의새벽에는
나를, 자기를 표현해 본다. 가녀리거나 뻘쭘한 문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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