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유월 초부터일꺼다. 모기를 때려잡기 시작한 게. 낼모레가 시월이니 육칠팔구. 사개월째다.
사삼 십이. 백이십일.하루에 미니멈 삼십 마리 정도는 가뿐히 저세상으로 보내니,백이십 곱하기 삼십 하면 삼천육백 마리. 육군 보병사단이 대충 오천명 정도이니 사단급 규모의 모기 공군사단을 사개월에 걸쳐 궤멸시켰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히 역사에 길이 남을 치열한 전투였으며, 혁혁한 승전보가 아닐 수 없다.
산동네, 달동네 고지대에 산다. 해발 70미터쯤 되는 험준산령의 이름은 응봉산. 인천자유공원으로 더 알려져 있다. 좌송도 우청라를 거느리는 태산준령의 산세는 광야를 호령하는 대장군의 기세에 버금간다.
산이다 보니 모기가 많다. 어디 모기뿐이랴. 나방, 매미, 벌…. 그리고 아주가끔은 예쁜 나비도 있다. 온갖 비행체가
인간과 함께 산다. 그중에 제일은 사랑스러운 모기다. 모기는 아마도 인류에게 집요하니 착 달라붙어 호모사피엔스와 지구촌 생명의 역사를 1+1으로 함께 써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조그만 비행체의 피 튀기는 치열이 그들의 숙명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안쓰럽고,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라는 성인들의 가르침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분연히 주먹 쥐고 일어선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하는 전투
살기 위해 나서야만 하는 전쟁
이것은 마치
소리 없는 전쟁이라는 국제무역
먹고사는 일이 생계형 전투라는 일상
꽉 막힌 문장과의 머리채 쥐어잡는 트잡이
또 하나의 일상다반사
또 한 줄의 주름살이려나.
진군의 북소리가 먼데서 울린다. 달이 떴다. 온 방문과 창문을 화르르 열어젖힌다. 어서들 오너라. 모기 지옥은 처음이지? 오른손으로는 관운장의 청룡언월도를 휘두르고 왼손으로는 드래곤볼을 던진다. 2023년 공식적인
전투를 마무리하려는 양방 간의 치열한 승부다. 기나긴 승부는 꼬끼오 새벽닭이 울 때쯤 멈춘다. 당연히 소년장군의 승리다. 빵빠레가 울려 퍼진다. 옆방 어머님이 나오시며 말씀하신다. 아이구 웬 난리야.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어. 뭐하는겨. 이 새벽에. 소년이 답한다. 아이구.죄송해요. 숲속 향기가 너무 좋아서 잠시 기쁨의 춤 좀 추느라구요. 어머님이 혀를 발로 끌끌 차신다.
전쟁의 전리품은 숲속의 깊은 가을향기다.
난 내일도 당당히 활짝 문을 열고 모기와 향기를 맞이할 것이다.
우리네 사는 게 그런 것처럼.
한 줄 요약 : 글벗님들~♡ 모기프리, 달빛가득, 가을향기로운 추석명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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