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핑크를 아시나요

by 김호섭

(전지적 딸램시점)

아빠는 요즘 핑크색을 좋아하신단다. 핑크라고? 가끔 드시는 약주도 핑크 빛깔 이즈백만 고수하신다. 아빠의 오십년지기 후배 아저씨들이 아빠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아이고, 80년대 인하대 3대 주당으로 날아다니던 형님이 핑크 빛깔 이즈백이라니요. 두주불사 번쾌가 울고 간다던 천하의 호서평이 핑크라니요. 서글서글 서글픕니다."


핑크라니. 아빠는 갱년기가 분명해 보인다. 소녀가 되시려나? 여쭤보니 소년이란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젊었던 아빠는 찐초록보다는 연두에 가까웠는데. 말씀 없지만 다정하고 따스하게 푸르렀는데... 핑크는 생각도 못 했다.



(전지적 아빠 시점)

어느 후배가 술자리에서 나를 놀린다. 이즈백은 멍청하다고.

"그게 술이요. 물이요. 이슬은 뭐니 뭐니 해도 빨간딱지 금두꺼비 진로 찐이슬이죠. 얼마나 또렷 똑똑합니까. 형님. 핑크라니요. 제정신이요?" 한다. 허허 웃고 만다.

"너. 핑크는 여인의 색깔이라고 생각하는거. 그거. 선입견이야. 지금이 어떤 시댄데. 그나저나. 이즈백이 멍청하다니, 자네 작가할 생각 없는가? 제법 쓰는 자의 포스가 있는데?"

후배도 웃고 소년도 미소 짓는다. 끼리끼리 모여 논다더니...




가만히 지난날을 돌아본다. 한창때는 핵인싸 E 였는데 세월지나 I로 자리매김해 가나 보다. 모진 세상 풍파에 시달려 그리되었다고 해도 괜찮다. 이제는이런 내가 잔잔하니 좋다. 이어서 말한다.

"핑크를 좋아하게 된 진짜 이유를 알려주마. 내가 말이야. 우리 딸 작품을 오래 보다 보니, 핵심 컬러가 핑크더라고. 그런데 그냥 핑크가 아니라 스윗핑크야. 너. 스윗핑크라고 들어는 봤어? 번역하자면 연분홍인데, 모르면 여기 와서 봐봐. 얼마나 예쁘고 따뜻한데."

(* 수원 일러스트코리아. 일러스트계의 샛별. 어니니 작가님. 수원메쎄. R115 부스. 10월13일~10월15일. 초대권은 인스타 @walkingandwriting 프로필 참조)




어니니 작가는 분명 50년 전통 한복집 손녀딸이 맞다. 화려한 빨강도 진분홍, 꽃분홍도 아니고 단아한 연분홍이다. 따스한 아이다.

소년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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