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싶었다.
편의점 오가며 거의 백번 정도는 본 동상인데 핵심을 놓쳤다. 볼 때마다 손을 세 번씩 만졌으니, 장군과의 악수도 거의 삼백 번이 넘어갈 텐데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나. 원. 참. 젊을 때나 지금이나 소년의 허당미는 여전하다.
매번 정면에서만 봐 왔고, 그저, 재물에 눈이 어두워 허겁지겁 손만 잡느라 정신줄 놓은 탓이리라. 소년이 놓친 건 관운장의 시선이다. 땅을 보는가 했는데, 아니다. 청룡언월도! 칼의 끝에 맺혀있다. 서슬이 퍼렇도록 꽂혀있다.
심장이 멎는 듯하다. 격하게 요동치는 적토마의 등 위에서, 저 역동의 순간마저, 거친 대륙의 광야를 내 달리면서도, 장군의 시선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오로지 한곳에 집중하며 고요하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믿으며 자신의 도구에 몰입하는 저 모습. 관운장의 시선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어리석은 소년은, 관운장의 옆에서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합장의 예를 올리고 나서야 자리를 뜬다.
나에게 칼의 끝, 도구의 끝은 무엇인가.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 <연필로 쓰기>로 생각은 이어진다. 문장을 쓰는 손의 끝? 쓰기 전에 이리저리 구상해 보는 뇌의 끝?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괴롭히는 쓰는 자의 불안과 걱정. 얘네들을 밀어내고 쳐내는 마음 끝? 고독에 즐거워 쓰라린 명치끝?
제법 도구가 많다는 사실에 사뭇 놀라면서도 시선은 어느새 발의 끝에 머문다. 새벽으로 밤으로 걷는 발의 끝?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외쳤던 프로 산책러 니체까지 소환된다.
관운장에서 김훈으로 이어진 생각의 시선은 니체에 머문다. 동서양의 찬란한 조합이다.
산책의 시간은 저물고, 하루의 끝에 앉아 오늘의 문장을 적는다.
"이 모두가 나의 도구다. 도구는 곧 '나'이다. 나만의 속도로 벼리며 길의 끝까지 함께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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