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믿는다

by 김호섭


입동이 낼모렌데

석양의 노을은 한여름 태양

광장의 낙엽은 어찌하라고

뒤늦은 뜨거움인가


잊지 못해 붙잡는

미련은 철 지난 집착

가지 못해 머무는

집착은 불안한 미련


하늘과 광장의 경계마저 흐리며

가야 할 길을 나서지 못하는

와야 할 때도 헤매는

여름의 착각

태양의 후회


익지 않은 아기단풍은 어찌하라고

펼쳐놓은 누이네 김장은 어찌하라고

가을을 지우고 겨울로 가려는가


매듭은

후회를 지워주고 계절을 이어주는 정리의 마당

미련 없이 넘어서야 할 결단의 언덕

지나간 마음마디 단단히 여며주는 침묵의 용기


가을을 믿는다


아기단풍 충분히 익어

빨갛게 손잡고

잘 가라 인사할

다정한 시간을


장마철 지나 애써 말린

빠알간 고춧가루

누이네 김장에

아늑히 스며들

너른 품을


착각에 물러서지 않을

후회에 머물지 않을

조용한 힘을.


나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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