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문자가 왔다. 어반 스케치 교실을 진행하는 *긴담 모퉁이 집이다. (*옛날 인천시장 관사)
선생님께서 독감으로 아프시니 이번 주 강의는 없단다. 이번 주에는 동네 모습을 스케치하고 그려보는 시간인데 아쉽다. 이미 낸 반차는 취소하고 다시 사무실로 유턴하면 되지만 소년은 핸들을 꺾지 않는다. (오래간만이다. 중꺾마!)
"그림 그리기 재료와 도구를 받아 갈 수 있나요? 집에서 연습해 보려구요."
"그럼요~" 진행 담당자의 상쾌하고 흔쾌한 승낙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감, 펜, 연필, 붓들이 담긴 팔레트를 받아 들고는 마치 킬리만자로의 한 마리 표범처럼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사진 찍고, 구도 잡고, 명암을 관찰하며 소실점 찍어 하늘에 선도 그어본다. 제법 풍모 그윽한 화백 하나 나셨다. 강의는 휴강이지만 혼자만의 예습을 하고 있다.
세상에나 이럴 수가. 예습이라니.
가만히 보면, 소년은 누가 시키면 잘 안 한다. 시키지 않은 일을 주로 좋아라 한다. 아주 주체적 인간 하나 나셨다. 엉뚱하고 독특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물의를 일으키진 않는다. 순하다. 순한 표범이다.
아마도 좋아서 이러는 걸 테지.
이 가을 끝에, '좋아하는 일 하나를 찾았도다.' 기뻐하며 마이 풰이붜릿 리스트에 추가해 본다.
걷기와 쓰기에 이어 그리기가 추가되는 순간이다.
저 집은 카페인가 할머니인가.
한 장의 사진에서 쪽진 머리 상앗빛 비녀 꽂아 돌돌 틀어 올린 우리 할머니가 추억된다. 단아한 한복 입고 담배 한 대와 한낮의 햇살을 따사로이 즐기시다가 "아이고 우리 손주 왔어? 배고프지?"
뚝딱뚝딱 가래떡 어섯 쓸어 매운데 달달하게 만들어 주시던 할머니표 떡볶이.
<연필로 쓰기>에서 김훈 선생은 선생의 어머니표 떡볶이는 간장 베이스라고 하셨는데, 우리 할머니표 떡볶이는 아마도 설탕 베이스였으리라. 우리 손주 너무 맵지 말라고 한껏 넣어주신 살가운 사랑.
갑자기 침이 고이고 달콤한 땀이 난다. 생각만 해도 맛있다. 그립다.
그리우니 그려보자. 어반스케치 선생님께서 분명히 숙제를 내 주실 테니, 난 이 집을 그려보자.
쪽진 머리. 우리 할머니를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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