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은 하나가 아니었어!'
스케치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소실점이 하나뿐이라 생각했을까?
하나이어야 마땅하고 그러함이 당연하다 생각했을까?
한옥 왼쪽과 오른쪽의 연장선
낡은 동네 상징인 전깃줄의 방향과 속도
주변 건물의 기울기
묵직한 나무 잎새의 무게
바닥에서 하늘로 흐르는 햇살
그 아련한 속삭임
소실점은 무한으로 생성되니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과 마음의 갈랫길이 펼쳐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그 모두의 총합이 곧 나이고
오늘 하루의 역사일테니
흔들리며 걷지만
한발 한발 중심점을 찍어가며
한껏 팔 벌려 무한대의 소실점을 끌어안아
삶은 그렇게 입체적으로 보고 그려야 할 일인가 보다
그러니
찰나의 시간을 단단히 틀어잡고
다양한 일상의 촘촘한 밀도를
살뜰히 품어야 하려나
그려야 보이려나
어두운 터널이 아니라
별로 이어지는 통로
그리면 만나려나
소실점 너머의 또 다른 우주에서
나처럼 걸어 오고 있을 나
......
길 위의 관찰자가 된 소실점 아저씨는
소실점을 중심점이라고 다시 정의해 본다
사라지는 보다는
선명해야할
중심점은 내가 찍고
중심점에서 나를 본다
이 스케치의 중심점은
저 동그란 간판이다
아직은 흐릿하지만
간판에 쓰일 문장은
"떡볶이"
쪽진 머리
따뜻한
우리 할머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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