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그려보자 (2)

by 김호섭

'소실점은 하나가 아니었어!'


스케치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소실점이 하나뿐이라 생각했을까?

하나이어야 마땅하고 그러함이 당연하다 생각했을까?


한옥 왼쪽과 오른쪽의 연장선

낡은 동네 상징인 전깃줄의 방향과 속도

주변 건물의 기울기

묵직한 나무 잎새의 무게

바닥에서 하늘로 흐르는 햇살

그 아련한 속삭임


소실점은 무한으로 생성되니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과 마음의 갈랫길이 펼쳐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그 모두의 총합이 곧 나이고

오늘 하루의 역사일테니


흔들리며 걷지만

한발 한발 중심점을 찍어가며

한껏 팔 벌려 무한대의 소실점을 끌어안아

삶은 그렇게 입체적으로 보고 그려야 할 일인가 보다


그러니

찰나의 시간을 단단히 틀어잡고

다양한 일상의 촘촘한 밀도를

살뜰히 품어야 하려나


그려야 보이려나

어두운 터널이 아니라

별로 이어지는 통로


그리면 만나려나

소실점 너머의 또 다른 우주에서

나처럼 걸어 오고 있을 나

......


길 위의 관찰자가 된 소실점 아저씨는

소실점을 중심점이라고 다시 정의해 본다

사라지는 보다는

선명해야할


중심점은 내가 찍고

중심점에서 나를 본다


이 스케치의 중심점은

저 동그란 간판이다


아직은 흐릿하지만

간판에 쓰일 문장은

"떡볶이"


쪽진 머리

따뜻한

우리 할머니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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