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선물

by 김호섭


"아 바로 놓으면 3키로죠. 안 그래요. 아저씨?"

새벽 어스름 공원, 어르신 에어로빅팀의 한 여사님이 말을 걸어온다. 과묵 9단 아저씨는 당황한다." 네? 무슨 말씀인지요?"

"아. 애를 낳으면 바로 3키로잖아요. 아저씨는 쌍둥이를 놓으셨네요. 능력도 좋으셔라." 아저씨는 그제야 알아듣고, 항구 어머니들은 소녀처럼 웃는다. "깔깔. 꺄르르 꺄르르."

아저씨는 왼손에 하나 오른손에 하나씩. 대한제당 푸드림 3KG 하얀 설탕 두 봉을 갓 태어난 뽀얀 아기 안듯 가슴에 품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 회장님이 회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신다. 아마도, 인천 내항 바로 앞에 있는 대한제당 인천공장에서 협찬했나 보다. 여러 봉사단체 활동을 하시는 회장님께 주변의 불우이웃들 도우라고.


회장님께서 한 말씀하신다. "이거 (여러분들이 불우해 보여서 주는 게 아니라) 일 년 내내 열심히 에어로빅 운동 나와서 건강해진 사람들만 주는 거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두 고생들 많았소. 내년에도 우리 신나게 춤추며 살아갑시다." "네~" 회원들은 소리 높여 합창한다.

줄지어 배급받는 모습은 마치 6.25 나 1.4 후퇴 때 쌀 배급받던 모습처럼 일사불란하거나 경건하다. 그 세대는 아니라 직접 목격한 장면은 아니어도 그럴듯싶다. 사모님이 아저씨에게 한 개를 더 챙겨 주신다. 없이 사는 살림 사정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아저씨는 이 동네, 이 팀에서 어느덧 6년 차 에어로빅러다. 막내로 활동해 왔는데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그저, 맨 뒷줄 구석에서 신나게 춤출 뿐.




항구 어머니들의 유쾌와 유머에 아저씨는 맥없이 웃기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방심하고 그녀들의 대화에 티키타카를 해서는 곤란하다. 59금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토크파도에 휩쓸려 빨개진 얼굴로 당황하거나 표류했던 순간들이 어디 한두 번인가.

꽁지 빠지듯 도망치던 나날들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쌍둥이를 안고 방구석에 오자마자 메모를 남겨 옆방 어머니 방문 앞에 살며시 놓는다. 때마다 맛난 음식 만들어 내 방문 앞에 놓으시는 고마움에 이렇게라도 보답해 드려야 마땅하다. 이런 티키타카에는 얼굴이 빨개지지 않는다. 나머지 하나는 '우럼마' 드리면 되겠다.




신포동 사거리 로데오 광장처럼 반짝이고 화려한 트리도 조명도 없고, 하루종일 울리는 캐럴대신 흐르는 건 적막이다만, 정겨운 어르신 댄서들 오손도손 모여 사는 달동네 산동네에도 크리스마스는 온다.

혼자 오지 않고 쌍둥이로 온다.


메리와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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