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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r 11. 2024

바람처럼 살아요


두 손 꼭 잡고 걷자던 다짐

강철처럼 굳건한 믿음

백년해로 하자는 언약은

어디로 갔나요


환한 낯빛의 젊음도

밤낮으로 빛나던 우리의 거리도

속절없는 세월도

제 갈길 가니 따라갔나요


선명했던 하트도

우리만 알던 비밀번호도

이젠 모두

아스라한 옛이야기


녹슬어 버린 시절

열리지 않는 하늘

잠기지 않는 오늘


이젠 알아요

상처보다 깊은 건

시절의 그리움

미련보다 아린 건

불씨의 잔향


그래요

질긴 쇠창살

흐린 거미줄 될지언정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이젠 살아요


거미줄은 흔들려도

바람은 지나가겠죠

빛나던 기억만을

기억하면서

그리 살아요


스쳐도

쓰리지 않을

바람처럼




#인천 #자유공원 #제물포고등학교 #후문 #쇠창살 #사랑의자물쇠 #걷기 #쓰기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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