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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정면

by 김호섭


봄비 내리고
느닷없이
숲은 아카시아 향기 천지다
하늘은 가을 닮았다

매혹 넘치고
유혹 가득해도
아득히 현혹되면
안 된다

일주일의 영화
찰나의 꿈

숲의 여린 향기는
풀의 싹처럼
쉬이 잊힌다

깊고 너른 향기는
천천히 온다
안에서 밖으로

가을비 가을 숲
그다음에 온다
여름 지나 겨울 앞에
놀다 들어온 문지방에서
어깨너머 지붕으로
안에서 밖으로

뻐근한 노을 담은 아궁이에
때맞춰
몸이 절절 끓도록

봄은 수줍게 보면서
스리슬쩍 예정하며
가을은 창포 담은 머릿결
넉넉히 감은 뒤

그제야 봄을 풀어헤친다

젊었을 때는 몰랐다

봄가을의 연결
여름겨울의 뜻

향기의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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