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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Oct 08. 2021

모기여 잘 있거라.

With 코로나 시대에 앞서서

바야흐로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다.

추석 이후 급격히 확산되던 코로나 확진자 수도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고 매스컴에서는 'With코로나'에 대한 언급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방역을 포기하고 이미 'With코로나'를 선언, 현실세계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우리도 코로나와 함께하는 삶, 그런 형태로의 국면으로 전환되리라.

 

'With ~ '  무엇과 함께, 더불어 한다는 의미이겠다.

인류가 지구촌에 출몰해서 지구의 정복자가 되기까지 많은 생명체와 미생물, 바이러스 등등과의 생존게임이 있어왔다. 아주 먼 옛날에도 다양한 전염병, 바이러스들이 인류를 괴롭혀왔지만 지혜로운 호모 사피엔스를 멸망시키진 못하였다. 인류는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였고 그에 걸맞게 진화하여 지구를 지배해 온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초반, 유례없는 바이러스 코로나와의 전쟁 속에 인류는 당황했고 큰 시련을 겪고 있으며 이제사 부랴부랴 백신과 치료제를 마련하고 있다. 수많은 희생자를 치르고 나서 말이다.

주요 백신이 몇 가지 나오면서 코로나를 정말 박멸시키는 그런 승리를 기대했지만 그것은 섣부른 바람뿐,

이제 인류는 그와의 공존공생을 선택하려 한다. 감기처럼 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With가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인류가 그간 함께해온 With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중에 가장 친밀한 것은 반려동물일 것이다. 반려견, 반려묘 말이다. 생각만 해도 힐링 되고 미소 짓게 되는 까닭은 기분 좋고 친밀한 With 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해온 동물들 가축들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과 함께 먹고 자는 대표 With로서 그들도

그렇게 진화했으리라.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반면에, 기분 좋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 노땡큐 With에는 감기, 파리, 바퀴 등이 있겠다. 개인마다 그 거부감이 다르겠지만 나의 최대 노땡큐 With는 모기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어야만 생존하는 그 기이한 생명체.

어디 모기만이겠는가. 빈대, 기타 자잘한 흡혈곤충, 드라큘라 아저씨, K-좀비,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보이스 피셔들... 지구 상에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흡혈 생명체가 여럿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대표주자는 '모기'다.

그들도 진화하여 이제는 웬만해선 맨손으로 때려잡기 힘들다. 어찌나 빠르고 날쌘지 그들의 비행궤적은 참으로 불가사의까지 하다. 그렇게 변화하여 생존해 왔으며 급기야 이젠 아디다스 모기 (검은색 흰색 줄무니 모기)까지 출현, 업그레이드되었다 하니 참으로 질기고 독한 생명체이다. 생김새도 딱 독종이다.


코로나도 수많은 변이의 발생, 확산의 지속을 꾀한다. 이 아이의 생김새도 참으로 기괴하다.

물론 코로나의 위험성을 경각시키기 위해 어느 의료전문 디자이너가 원형 구에 독침이 가득 박힌 모습의 이미지로 만든 것뿐이지만 말이다.

진화하는 생명체의 끈질김.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하지 않는가. 인류와 몇몇 노땡큐 고수들만이 살아남아 한바탕 벌이는 생존게임을 연상케 한다.


이 시점에 끌어올린 단어는 궁즉통이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는 이 말도 이젠 시대에 걸맞게 이렇게 바꿔야 할 듯싶다.

변즉존(變則存). 변해야 존재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르는 변화는 가히 상상초월이겠다. 인류의 삶의 모든 방식에 대 변혁을 가져오게 되었으며 '변화'를 넘어 이젠 '가속'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존재하기 위해선 정말이지 정신줄 똑바로 잡고 있어야 하겠다.


오늘도 손가락 발가락 발등 팔꿈치 등 살이 별로 없는 곳을 모기에 잔뜩 물렸다. 그 가려움은 살 많은 다른 부위보다 유달리 가렵다. 미쳐버린다. 오늘 밤도 날 샜다.

밤새 전기 모기채를 정신없이 휘두르며 잠 못 이루다가

아. 얘들도 참 힘들게 사는구나... 모기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모기의 삶. 모생.

인간이라는 생명체로부터 밥을 얻어야 하고 인간에 기생해서야만이 살 수 있는 그들의 삶은 때로는 애처롭기도 하다. 그러가가도, 이 좁은 지구 상에서 같이 좀 먹고살자고 달겨드는 그들의 집요함에 때로는 어이없기도 하고 뻔뻔하기도 하다. 어쩌겠는가.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코로나 애들도 마찬가지겠지. 코생. 모기처럼 인간에 기생해서만이 생존하는 생명체라니...

그러나 얘들아. 적당히 좀 하자. 더 이상 선을 넘으면 인류는 너희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엄숙히 경고 하노라.

인류가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여 너희를 완전 싹 쓸어 버리기 전에 어지간히 좀 하자. 이 불법 무기들아.

의식의 흐름은 갑자기 이런 생각게 이르렀다.

존경하는 헤밍웨이 선생님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다시 읽어 보고 이 시대를 위한 지혜와 Insight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 혹시 기가 막힌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급기야 어디선가 들은 아재 개그도 하나 떠오른다.

질문 : 모기가 하도 극성스럽게 몰려들자, K 씨는 팔에 붙어 앉은 모기를 잡지도 않고 짜증 가득한 눈빛으로

         계속 째려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모기가 뭐라 그랬게요?

답변 :  .

            .

            .

            .

         "왜~~~ 엥...... 왜~~~ 엥"


아. 생각의 흐름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스스로 날린 아재 개그에 셀프 헛웃음이 나오는 걸 보니

수면부족이 확실하다.


With 코로나는 With모기처럼, With 감기처럼. 이제 그런 시대라는데...

이제 곧 가을이다. 일단 "모기여 잘 있거라". 내년에 또 만나겠지 뭐. 우리의 이별을 너무 섭섭해하지는 말자.

코로나 너도 어떻게 한 계절만 활동하면 안 될까?  나머지 계절이나마 맘 편히 좀 살게 말이다.


아이고 지긋지긋하다.

내가 원하는 With는 따로 있다. "With You".

그 시대는 도대체 언제나 올 것이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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