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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Sep 05. 2024

문장의 향기


하양꽃 노랑 빨강 주황 연주황 초록청청 분홍 분홍 연분홍 치마가 가을바람에 흩날리더라. 풀컬러 천만화소 꽃다발 이라니...

오래도록 함께 어깨동무해온 글쓰기 모임의 글벗들과 술이나 한잔 하려 했다. 유난한 폭염의 계절을 기어이

넘어온 서로를 격려하고, 쓰는 시간들을 응원하며 세월의 잔이나 한잔 기울이려 했다.

나의 첫책  <멈춤을 멈추려 합니다>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났건만 그걸 또 잊지 않고, 정든 벗이 한아름 꽃다발 아름 따다 두 손에 안긴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강남 한복판, 어느 좋은 날이다.

꽃이라고는 어느 좋은 날, 누군가에게 주는 것. 주면 그저 기 일. 나는 언제 누군가에게 꽃을 안겨주었는가. 찰나의 순간에 생각해 보니,

수년 전, 아들이 며늘아가를 아빠에게 처음 인사 시킨다 하던 날. 이 꽃집 저 꽃집 동분서주하며 며늘아가 닮은 꽃 고르고 고르, 예쁘게 포장해달라고 꽃집 아가씨 조르고 조르며, 아가가 좋아할까 어떨까 전전긍긍하던 그이 떠 오른다.

수 십 년 동안 주기만 해서 그런지 꽃을 받는 마음을 잘 알지 못했다. 받아보니 알겠다. 며늘아가가 그렇게도 기뻐하던 마음을.

받는 사람과 어울리는 꽃을 고르고 정성 들여 포장하는 앞모습. 만나는 장소에 꽃다발 안고 전철타고 총총 걸어오는 뒷모습. 단지, 꽃은 꽃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이 있다지만,

이 모든 과정의 정든 마음, 반기는 마음이 아름드리 켜켜히 듬뿍 담긴 총합이라는 것을.

꽃을 받아 든, 나의 어리버리한 두 손은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시선 처리는 혼란스럽게 흔들리고,

표정은 민망과 어색이 넘쳐흐르니 이 순간의 느릿한 차알알칵.. 한 장의 사진은 흐릿하지만 진심이 담긴다. 그러니, 선명하게도 역사의 순간이 된다.

친구들아 동창들아. 환갑의 나이에 젊은 친구들이 술자리에 불러 주고, 어여쁜 꽃다발도 안겨준다.

이런 기쁨을 받아 보았는가. 껄껄껄.
친구들 모임에 가서 자랑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쓰는 일이 이렇게 행복하다고 주장하고 널리 전파해야겠다.

나는 지금 다이소에 간다.
꽂병 사러 간다
꽃 향기가 온 방구석을 압도한다.
분명,  글과 문장의 향기이겠다.
마땅히, 나는 향기나는 글로 보답드려야 한다.


받는 마음 알았으니
어느 좋은 날에는 
꽃집에 가자
좋은 날은 내가 만드는 날
꽃처럼 고마운 날.


(* 쓰는 용기 알려 주신 라라크루 다정희정 작가님 @안희정  언제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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