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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호섭
Sep 10. 2024
다음으로 가는 길
공원의 냥냥이들은 산책로까지 걸어 나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깊은 숲 속에서만 살던 청설모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람 많은 수돗가에 나와 목을 축입니다.
여름은 출구에서 서성이고
가을은 입구에서 망설입니다.
어느 길 모퉁이에 어정쩡하게 서있던 나는
참다못해 소리칩니다.
"결단하라.
계절이여."
떠날 때 떠나지 못하는 여름의 미련은 무엇일까요.
가을의 망설임은 왜 때문 일까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못하는 소년의 허송세월은
도대체 어떤의미 일까요.
소리치고 난리 치다가도
애써 책상머리에 앉아 차분을 맞이합니다.
더위만큼이나 답답한 이 시간도 다 뜻이 있겠죠.
책은 열리지 않고
새벽은 깊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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