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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문장들
가을. 사랑.
by
김호섭
Sep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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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마음은 무엇인가
빨래는 반나절 늦어도 한나절인데
한번 젖어버린 이 마음은
어쩌자고 이다지도 마르지 않는가
애착 미련 집착 아련
불안 열꽃 체념 불꽃
어떤 단어로 명명할지 명멸할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수수께끼
차라리
스무고개라면 척척 넘어보련만
수십 년 한계령 굽이굽이 고갯길 헉헉 넘어도
식은 땀 마르지 않으니
저린 마음 안온치 않으니
일 갔다 와도 산책 갔다 와서도
술 한잔 툭툭 털고 물리고 뒤돌아 누워도
젖으면 다시 널어
애써 말려야 하는
다람쥐표 도돌이표
그러니 이 마음은
평생에 젖고 생애를 걸고
말리는 한 마음
그래. 그래.
숙명. 또는 순정.
그 어지간히도.
그 징글맞게도.
잘난 그 마음.
단지 믿는 건
가을 햇살이 도와 주리라 믿는 마음
가을 비 우산 속에서 차라리 마르리라는 믿음
가을 초엽에 슬그머니 뒤뜰에 피는 꽃
잊어도 잊히지 않는
보아도 보이지 않는
걸어도 넘어져도
젊어서도 늙어서도
잘 모르겠는 안개꽃
그 마음이어라
그러니
분명한 건
단 하나
그래. 그래.
바람 닮은
가을 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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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쓰기 #그리기 #가을 #초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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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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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입니다. 새벽을 거닐고 문장을 노니는 풋풋한 문학소년입니다. 길에서 글을 찾고, 책에서 길을 찾아 마음에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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