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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Nov 04. 2024

오지 않아도 올 수 없어도


연오정에 누웠다


러시아 청년들도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떠들썩하고 유쾌했던

글로벌 토크 한마당은

아련하고


여름보다 뜨겁던 수다와

질펀한 욕지거리 난무하던

어르신 대환장 토크 한마당도

사라졌다


오지 않아도 올 수 없어도

기다리는 한 마음

지붕에 걸었다


항구는 쓸쓸하고

바람은 한낮의 꿈 일지라도

콘크리트 바닥에 나무 기둥 사이에

날 선 문장 하나 꿈틀거리고

펄떡이는 이야기가 남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도

냥이들이 저 인간 뭐 하냐 끌끌거려도

나는 저 혼자


연오정에 누웠다

문장을 거닌다


어설퍼도 소망의 방식은 단 하나

성호를 긋고 합장을 올린다

부디 살아 있기를


괜시리 바쁜 낙엽은 나였던가

저 혼자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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