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필사를 마쳤다.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 걸렸다.
나는 책 속 철학의 세계와 현실 속 혼돈의 세상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구르며 한 겨울을 보냈고,
울렁거리고 울먹거리며 멀미를 했다.
지은이, 로랑스 드빌레르는 철학의 쓸모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철학은 쓸모가 있다. 철학은 백면서생의 사치도 전유물도 아니다. 또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복을 예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어떤 것도 사유하지 않는다. 철학의 쓸모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진단과 소견을 제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는 우리가 실제로는 병에 걸린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P12)
"철학에는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를 짓눌러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잔인함이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가혹하고 잔인한 철학은 무자비하게 우리의 영혼을 몰아붙이고 불안하게 하면서 우리의 영혼이 더 깊이, 더 간절하게 진리를 구하도록 한다." (P34)
서늘하고 까칠한 모습이 역시 철학답다.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위한 의학이라고 비유되는 만큼, 뼈 때리고 뒷목 잡게 만드는 진단과 소견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 든다. 철학이 가혹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진짜 이유는 인간들의 비천함, 유약함, 불완전성만을 타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지혜의 버튼을 자꾸 누르고 갈구하여 어떻게든 이 인간들을 치료와 치유에 이르게 하려는 속 깊은 다정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내면의 힘을 기르면서, 우리의 의지에 따라 자유로울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 곧 탄생성(natality)을 발휘하고... 실천해 보자"
(P80~P83)는 문장은, 노화에 울적 거리지 말고 새로움에 뛰어들자는 응원까지 보낸다.
"철학이 삶에 도움이 될까요?" 자문하고,
"물론이죠. 철학은 유용합니다." 자답하며
대표선수 다섯 명의 철학자들이 마무리 멘트를 날린다.
책 덮고 필사 마치고 허리 펴고 달력 보니, 아뿔싸. 다음 주부터 중간고사다. 이를 어쩔 것인가. 당장 닥칠 일도 외면하고 백면서생처럼 방구석 철학만 하고 있던 나는 "철학이 시험에도 도움이 될까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철학이 답한다.
"문학소년아. 봄이다. 꽃구경 가야지."...
봄비가 세차게 몰아치고
시험과 과제가 몰려와서
폭삭 망했쑤다가 분명해도
철학이 좀 얄미워도
나는 이 봄에 '꼬옥' 하고 싶은 게 있다.
"꽃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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