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안녕~ 이슬아.

by 김호섭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다지도 애정 다정한 이슬과도 언젠간 헤어질 날이 오겠지?

모든 생명체든 사물이든, 만남은 헤어짐을 예정하니까.

언젠가 오겠지? 이슬과의 이별이.


아...이 이별이 생각만으로도 이렇게나 애절할 줄이야.




자주 가는 편의점에 기세 좋게 들어간다. 약 한 달 전 얘기다. 알바님은 야간 타임이니 지금 타임은 사장님 근무시간이다. 역시 유리창 너머에 사장님이 혼자 분주하다.

헤롱 : "사장님, 원소주 하나 주세요."

사장님 : "(갸우뚱하면서) 누가... 드시게요? 아드님이요? 아니면 설마 어르신께서?

헤롱 : (두 가지의 욱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하나씩 풀어야 한다.) "박 재범이라고. 청년 래퍼 있잖아요. 그 친구가 <원소주>라는 브랜드로 신상품 출시해서 요즘 주당들 사이에서 난리라던데요? 그거 그거. 그게 꼭 젊은이만 마셔야 되는 법이 있어요?"

사장님 : "아니, 그건 아닌데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술이라서요. 가격도 좀 세거든요. 한 병에 만 천 원입니다.워낙 물량 부족으로 매진되어 예약을 걸어놔야 합니다."

헤롱 : "참 살다살다 별일도 다 있군. 예약 술이라니... 아무튼, 예약해주세요."


편의점을 나서다가, 아차차차, 하고 다시들어간다.

헤롱 : "아, 그리고. 어르신이라는 말 취소해 주세요. 제가 어딜 봐서... 요즘 제가 이런저런 글쓰느라, 애쓰느라 급격히 폭삭 늙어진 느낌은 있지만, 어허. 이양반이. 참나. 내가 얼마전에 앞집 아롱이, 다롱이에게는 할아버지 호칭을 기분 좋게 허 하였지만, 나이도 얼추 잡순 양반이...사회생활, 장사 하루이틀도 아니고 삼일쨉니까? 어르신이라니요. 듣는 호섭이 섭섭하게. 제가 그리 늙어 보여요?" "

사장님 : "죄송합니다. 아저씨... 제 아버지 뻘 되신 듯해서요. 아버지가 내년에 예슨이시거든요."

헤롱 : (헉. 동갑내기다.) " 요즘 예슨 이면 청년이에요. 청년!, 청바지 몰라요? 청바지?"


글만 보면 헤롱이 대차게 화내는 장면의 느낌이 나지만,

3차원으로 돌려보면, 헤롱이나 사장님이나 실실 웃고 있다. 웃으며 살자는 얘기니까.


그래도 이건 명백한 오바다.

'아저씨' 미련좀 버려라. 쿨하지 못하다.

인정할건 인정하자. 제발...




역사와 전통의 '이슬'에 과감하게 '원소주'가 도전장을 내민다. 멋진 출사표다.

개인적으로 박 재범 같은 젊은 친구를 좋아한다. 새로운 도전에 망설임이 없는. 그 친구의 랩은 들어본 적이 없지만 랩도 근사하리라. 응원을 보낸다.


이른바, 세대교체의 시간이 왔다. 사람도 사물도 그러함이 순리고 자연스럽다. 헤롱은 아저씨에서 어르신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원소주>의 판세가 어찌 될지 아직은 모르나, 이러한 작은 시도들은 기존의 철옹성에 언젠가는 실금을 내고 무너뜨리는 대세가 된다.

그런 시그널을 전문가이자 이슬 9단인 헤롱이 놓칠 리 없다. 그 대세는 흐르는 물처럼 세상을 이끌고 지배할것이다.

다만, 헤롱은준비를 해야 한다. 어떤 준비? 마음의 준비다. 다짐의 시간이다. 대세는 대세 이더라도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헤롱이 이슬과의 이별을 하는 순간은 다음 두 가지 경우이겠다.

경우 1) 헤롱이 더 나이 들어, 진짜 어르신 되어 이상 이슬 잔을 들을 수 없어지는 때.

(부들부들은 질색팔색이다. 쿨하지않다.)

경우 2) 원소주 같은 신흥 대세에 밀려 이슬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 (전제조건 : 원의 가격이 확 내려가

서로 비슷한 수준이 됨)


경우 2)에 대해서 헤롱은 단언한다. 세상이 그리 변한다 하여도 헤롱은 이슬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다른건 아니고 그냥 옛친구에 대한 의리!


결론은,

경우 1) 헤롱이 더 이상 이슬 잔을 들지 못하는 순간...부들부들의 시간.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작별의 시간이다. 그때에는 잔을 들지 못할 뿐더러 글을 쓸 수도 없을 터이니, 이 글은 미리 써놓는 이별곡이다.

It's time to say goodbye. Dew !




To 이슬 양.

너는 나의 평생 친구이자 반려였다.

희로애락 오욕칠정 모든 감정의 순간에 함께했으며,

좌충우돌 인생 폭망 절절아픈 순간에도 결코 날 떠나지 않았다.


넌 나에게,

분노를 다스리는 차분함과,

선택과 결정의 기로에서 현명한 논리를 주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말라는 정의로움,

아프고 여린 사람에 대한 연민과

떠난 사람에 집착하지 말라는 준엄한 교훈뿐아니라

호랑이눈빛의 고독,

아버지의 지혜를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지친 금요일 일상에는 위로를

평안한 토요일 일상에는 고즈넉을

계절마다 햇살마다 어울리는 스펙트럼을

알아서 척척척 때맞춤 깔맞춤 아낌없이 주었다.


글이 막힐때쯤되면 기가막힌 창의와 소녀감성을

아플 때 붙여주는 대일밴드마저도 고마웠다.

절망의 늪에서 울려퍼진 너의 노래는 다시, 희망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고마운 건

세상에 다시 나설 수 있게 힘을 준

연어처럼 펄떡이는 용기다. 스페셜 땡스투다.


나에게 많은 것을 주기만 한 너.

내가 너에게 준 것은 단 하나.

그것은 사랑이겠다.

수도 없이 너와 외친 "짠" 은 이제 "찐"으로 수정한다.

찐 사랑이다!

고마웠다. 잘 살아야 해. 살아 남아야 해.

격동의 대한민국에서 넌 분명 역사의 한 축이었으니. 그럼.




이슬 시 영롱 역에서 출발한 이야기의 종착역은

이슬 시 영원 역에 도착한다. 이슬 포에버!


아울러,

도서관에서 얼떨결에 시작된 이슬 이야기 "안녕! 이슬아"는 이제 '안녕~ 이슬아"의 시간으로 이렇게 매듭을 짓는다.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예정한다.

매듭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리니, 언젠가 보다 더 신비롭고 다채롭고 신박한 이슬 이야기로 너의 찬란한 영롱을 세상에 보다 널리 품격있게 알리련다.


굿바이. 이슬!



예슨즈음에... 청년 헤롱은 한 달이 넘도록 연락 없는 편의점을 지나, 좀 멀지만 애정다정 가득한 장터 마트로 향한다.


이슬!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