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기적을 부른다.

by 김호섭

Welcome to my world

내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Won't you come on in?

들어오지 않으시겠어요?

Miracles, I guess

제 생각에 기적은

Still happen now and then

아직까지도 종종 일어나곤 하나 봐요


그 유명한 짐 리비스의 노래 <Welcome To my World>의 서두이다. 이 노래를 아니타커 싱어즈가 리바이벌하였고, 급기야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의 CF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며 퐈이널리, 내 휴대폰 착신음에 당당히 선정되어 전 세계인 누구나 소년에게 전화를 하면 이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다.


소년의 세상에 오신 여러분을 누구나 모두모두 환영한다는 아주아주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한 통화의 전화 연결이지만, 어쩌면 이 한 통화는 우주와 우주와의 연결이며 상상 이상의 기적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기에, 나는 어디선가 전화가 오면 괜히 혼자 설레여서 두근반 세근반 거린다.




"Welcome To My World ~ "

동네 도서관 <꿈벗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대출한 책들은 대부분 따박따박 반납 일정을 지키는 터라, 반납 연체로 전화가 올 일은 없을 텐데. 무슨 일일까? 어쨌거나 어서오시라.


사서 선생님이 말하기를, <도서관 건립 10주년 기념식>을 곧 하게 되는데, 우수 이용자로 선정되셨으니 10월 초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전화했단다.

인천시 중구청장이 수여하는 상이니, 지난 1년 내 구청장이 수여한 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물어본다. 그런 이력이 한번이라도 있으면 이번 수상에서 제외된단다.


"세상에 이런 일이 ~ 고마워요. 사서선생님, 나라에서 주는 수상내역 이라니요. 그런 일은 살아생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겁니다. 네버~!" 전화를 끊고 나자,

졸렵던 눈이 갑자기 커지며 반짝인다.

아니? 이 상황은?




온갖 잡기와 여러 종류의 취미가 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봐도 다소 희한한 취미가 하나있다. 상상하기다.

로또에 덜컥 당첨되거나 연봉이 몇 배로 펄쩍 뛰거나 그런 상상은 하지 않는다. 그건 허상이니까.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거나, 가까운 미래에 만날 수도 있는 상황같은, 아주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제법 실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주로 상상한다.

부정적인 상상은 잘 안 한다. 괜한 걱정과 불안을 미리 확 끌어들여, 서로 꼭 끌어안고 살 필요는 없으니까. 미래의 걱정을 괜히 앞당겨 한들 무슨 의미와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주로 기분 좋은 상상, 흐뭇한 상상, 재미난 상상들이 소년의 상상 주머니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하는 상상은 이런 거다.


상상 1 : 도서관에서 최다 대출자. 최다 시간 머무는 자. , 최고의 도서관 이용자로 선정되어 상장 받기. 상품은 도서관 의자 1개 (내 허술한 몸뚱이에 가장 잘 맞는 의자인데 워낙 고가라 사지는 못하고, 나중에 중고 처분 할 때 잽싸게 구할 수 있도록 사서에게 신신당부 찜해 놓은 의자임). 상장보다는 상품에 눈이 먼, 극히 자본주의적 상상.


상상 2 : 공원에서 매일 새벽/저녁에 진행되는 '어르신 에어로빅 댄스'. 강사 대신 무대에 서서 멋지게 강습 시연하기가 상상 2의 내용이다. 에어로빅 강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아니고 어느 갑작스러운 상황, 강사가 배탈로 강습을 못하는 돌발 서프라이즈한 상황에 이 팀의 막내로 활동하는 내가 대타 강사로 멋지게 어르신들 강습을 이끄는 상상.


상상 3 : 제10회 브런치 북 공모전이 코앞이다. 두 개의 브런치 북을 야심 차게 준비/발행해놓고, 응모 버튼 누르기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응모 버튼 누르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퇴고가 안된거겠지.)

이제부터는 상상의 세계다. 초보 작가의 브런치 북은 심사위원들의 눈에서 마음으로 가보지도 못하고 순삭으로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당연지사 탈락이다.

시름에 잠긴 어느 날, Welcome to my World ~ 가 울린다. 소년의 브런치북을 낄낄 거리며 재미나게 읽었다는 소규모 출판사의 편집자란다. 이 인간 무척이나 희한한 인간이구나

라며 관심을 가져오다가 연락을 해본 거란다. 이리하여 소녀은 여차저차... 출간 작가의 그 빛나는 대열에 살짝 다리를 걸치게 된다는 상상.

캬~~~~~ 비록, 상상이지만 이런 상상만으로도 나는 하늘도 날을 수 있다.


상상1,2,3. 어떤가. 제법 그럴싸하지 않은가.




상상 1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중구청장 표창이라니. 미래를 예언하는 자가 자신의 예언이 현실이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마 이러하겠지? 소름 대박의 순간이다. 나는 최고의 흥분상태가 되어 누구에견가 한바탕 자랑하고 싶지만, 방구석에서 그저 혼자 방방 뛸 뿐이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방방 뛸 일인가?)

그나저나, 인천시 중구청장이라면 나도 아는 인물 아닌가? 지난 5월 지방선거 때 새벽마다 공원에 와서 피켓 흔들고 춤추며 선거운동하던 그 양반아닌가. 소년은 다시 상상 4를 새롭게 상상해본다.


상상 4 : 상상 2에서 에어로빅 대타 강사 역할을 제법 성공리에 진행하던 모습을 지나가던 중구청장이 목격한다. '어. 저인간. 지난 선거 때만 해도 막내라더니 언제 대타 강사까지 하게 된 거지? 희한한 인간일세...'

도서관 10주년 기념 시상식에서 만난 중구청장과 소년은 서로를 알아본다. 흐뭇한 악수를 나눈다. '어. 이인간, 책도 많이 읽는군. 독특한 인간일세...

사서가 살짝 귀띔해 준 바에 의하면 브런치 작가라는데. 재밌는 인간일세...'

발 넓은 중구청장은 관내 출판사 중 한 군데에 연락을 취하여 소년을 소개한다. 그때의 출판사 편집자가 상상 3의 편집자라는 상상.



상상은 그야말로 제 멋대로, 제 맘대로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가 막힌 상상이 아닐 수 없다. 크게 황당하지 않고 리얼리즘이 듬뿍 담겨있으며 핍진성과 개연성, 나름의 스토리 라인마저 탄탄하니, 상상 4에 이른 소년은 마법사 간달프처럼 또아리를 틀고앉아 혼잣말을 되뇌인다.


상상을 실현하는 것은 현실의 일상이다.

켜켜이 쌓아가는 일상의 소소한 발자국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또렷한 길이 되고, 그 길을 단단히 지나가는 이야기가 곧 근사한 상상이 된다. 이러한 상상이 현실화되는 순간이 반복되는 것.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러하니, 기적은 우리네 일상다반사에서 종종 일어나고 수시로 탄생하는 것이다. (by 김호섭. 2022.09.30)


이 말은 소년의 어록에 남겨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어느 먼 훗날,

이 땅의 수많은 작가님들이 많은글과 책에서 이 부분을 서로 앞다투며 인용하게 되는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는 상상 5 바로 그것이다.


* Welcome to My 상상 월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한줄요약 : 일상의 작은 반복과 재미난 상상이 때론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과 기적을 이끌기도한다.
기적이 별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