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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04.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 내 마음대로 살기 프로젝트 1

2023년이 되자마자 심한 몸살을 앓았다.

내 몸의 모든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큰 아이의 입시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유증 때문일까?

큰 아이의 노력 끝에 무사히 도착점에 도착한 그날부터 나도 모르게 긴장이 모두 풀어져서인지

너무 심하게 아팠다.

마음 졸이며 안절부절못하다가 하얀 눈이 내리던 날, 딸아이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들으며

울고 불고 흥분했다.

' 너무 행복하다... 이제 우울함을 다 잊고 앞으로 모든 것에 감사할 테야~'

하고 다부지게 다짐도 했다.

그러나 인간은 어리석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심한 몸살 후 모든 게 다 시큰둥 해졌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심지어 직장마저도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뭘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큰 목표를 이루고 난 뒤의 허무함일까? 이젠 이런 허무함이 당연한 나이가 된 걸까?

그나마 유튜브로 옛날 드라마 보면서 눈물 흘리고 멋진 가창력의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겨우 하루의 피로감을 잊어 본다.

왜 이렇게 모든 게 허망하지? 네가 바란대로 딸이 좋은 대학에 합격했잖아? 도대체 왜 그런데?


딸이 태어나자마자 마치, 두고 봐. 난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인 엄마가 될 테야 하고 작정한 듯

육아책에 나온 정석대로 모유를 열심히 짜서 먹이고, 밤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쪽잠 자다가 학교(직장)에 지각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원 맞추느라 퇴근 후 부리나케 달려가고, 출근하기 바쁜 아침에도 딸의 무거운 책가방이 안쓰러워 중고등학교 열심히 등교 라이딩 해주고,... 밤늦게 독서실에서 오는 딸아이 마중 나가고..


그랬던 시간들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면서 너 너무 열심히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니까 혼란이 온 거구나.

이제 잠시 숨 좀 고르자. 딸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제 앞길 잘 헤쳐 나갈 거야.

이제 네가 행복한 일에 집중해 보자.. 하고 나에게 나 스스로 처방전을 내려 본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 아침마다 꾸역꾸역 출근하지 않고  백수처럼 일 안 하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은데..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백수......

.. 당장 직장부터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데....

23년간 교사로 살아보니 너무 지긋지긋해. 해마다 늘어나는 진상 학부모에 시달리는 것도 너무 힘들고

애들은 너무 시끄럽고 싸우는 거 중재도 힘들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고,,

지금 45세,, 정년퇴직은 62세, 연금 나오기까지 17년은 어떡하지?

그럼 최소한 50살에 퇴직한다고 치면 그래도 12년은 수입이 없는데?

공무원 남편 월급으로 가능할까?

안 되겠다. 내 마음대로 살기 프로젝트를 계획해 봐야겠다.


우선 자유롭게 내 맘대로 살기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하다. 최대한 빨리 직장을 그만두려면

연금 나오기 전까지 쓸 생활비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50살에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 위해선 5년의 시간이 남았다.


12년간 백수로 지내려면 남편의 월급 외에 한 달에 최소한 200만 원은 필요하겠지?

200만 원*12개월*12년=2억 8천이다....

명퇴금이나 퇴직금, 기타 저축으로 1억 6천이 있다 해도 최소 1억 2천을 모아야 한다.

한 달에 200만 원은 저축해야 하는 셈이다.


좋아, 한 번 해보지 뭐.


내 마음대로 살기 프로젝트 시작이다. 50살에 신나는 백수로 지내기 위해 지금부터  내가 실천해야 할 일들을 작성해 볼까?


1. 한 달에 200만 원 정도 저축하기.. 과연 ,,,,아직 둘째도 한창 크고 있는지라 장담은 못하겠다. 명절 보너스나 각종 수당을 모으면 가능할지도 모르는다는 무모한 자신감은 있다.

2. 옷 사지 않기.. 옷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큰 모험이다. 옷장 가득 옷을 볼 때면 매번 다짐하면서도 실패했는데 이번엔 제대로다. 지금까지 산 옷을 값으로 따지면 5천만 원은 될 텐데.... 3월 결심 이후 다행히 현재까지 아주 양호한 성적을 유지 중이다..

3. 명품가방이나 사치품 사지 않기.. 이미 작년에 행사용으로 1개 들였으니 이제 진짜 그만이다.

4. 건강 지키기.. 젤 중요하지.. 매일 운동하고 영양제 챙겨 먹으며 건강을 지키는 게 가장 기본이지. 그래야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5. 취미생활 유지하기..... 플루트를 오랫동안 배워왔으니 계속 연주연습을 하고 피아노도 독학으로 배우고 있으니 돈 안 들이고 해 볼 만하다.

6. 스트레스 안 받으며 직장 생활하기... 자신은 없다. 해마다 진상 학부모들의 아우성에 빨리 교직을 탈출하고플 뿐이다.

7. 인간관계 다이어트..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고 정말 만나야 할 사람만 만나기다.

8. 인터넷쇼핑은 줄이고 마트 가서 장보기. 배달 음식 줄이기

9. 만약을 위해 자격증이나 제2의 직업 준비하기

10. 여행지 목록 정하기.. 당장 내년에 유럽으로 떠나고 싶고 난이도 어렵다는 남미도 내 마음속 버킷 리스트...

11. 외국어 공부하기,, 영어, 스페인어, 일어,,,,욕심은 크다.


자. 2023년 5월부터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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