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민 Jul 27.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살얼음판이 깨지다.

최근 몇 년간

교사커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진상 부모의 행태와 악성민원경험담이

심심찮게 올라왔고

무고성 고소고발도 부쩍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런 글들을 보며

교직은 더 이상 있을 곳이 안되는구나

그다음은 내 차례구나.

나는 운이 좋아서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았구나.

어서 탈출해야겠다.

사실 알게 모르게

억울한 일로 교단에서 목숨을 끊은

교사이야기가 우리들 사이에선 자주 공유되고 있다.


정당한  교육적 지도를 했는데도

자기 기분상해죄로 담임을

아동학대고소를 남발하고

고소를 당하면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교사는 힘겨운 소송 전을 벌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받는 건 그 반의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


자기 아이가 친구를 때린 장면이

cctv에 찍힌 걸 보아도

우리 아이도 마음 상처 입었다며

몇 년 전 일을 꺼내 맞학폭을 열고

학폭처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소리부터 지르는 학부모


자기 아이가  친구로부터 욕설을 들은 게 분하다며

담임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흥분하는 건 뭐 애교 수준..


 공교육 붕괴의 조짐을

우리 교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알았고

교육청 관리자는 아무도 교사의 목소리와 억울함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소명의식. 책임감. 성직자로서의 교육철학을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아야지. 내가 참지.

내가 조심하고 소나기를 피해야지.


일부 조롱 섞인 댓글들.

애들 징징대는 거 못 참으면 왜 교사하냐고.


징징대는 건 얼마든지 참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그리고 그 아이가 바르게 크도록

정당하게 교육하는  교사의 당연한 지도마저

불법으로 간주당하는 걸 어찌 버틸까.


예전에 체벌하고 때린 교사들 이야기를 꺼내며

마치 너네도 예전에 그랬잖아?

지금 교사들도 맞고 컸고

그래서 더욱 그런 교사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학생들을 체벌하고 싶지 않다.

그저 옳고 그름을 잘 배워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잘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공교육이 왜 이모양이 되었을까?

학생인권조례 탓만 하기엔

미미하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사회의 모든 양상이

극단적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두 단어만 떠오른다.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숭고한 가치들

배려, 존중, 협동, 신뢰, 정직, 양심.. 나눔.....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배우기도 전에

남들과 뭘 비교하고

무엇에 관심사가 컸는지...


조용히 나 혼자

살얼음판을 조심조심

지나가려고 했다.

그냥 내가 나가면 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그런데

그 살얼음판이 깨졌고

많은 후배들이 물에 빠졌다.


그 후배들 놓고 가기엔

평생

가슴 한쪽이 아릴 것 같아


후배라도 구해 놓고

퇴장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