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에피소드
소개팅을 했다.
“어디 사세요?”
“전, 인천이요.”
“저랑 결혼하면 인천 말고 강남에 있는 32평대 아파트에 살 수 있어요.”
“네?”
인천 말고? 인천 말고는 뭔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어 물을 끼얹고 “미친놈”이라고 말했다. 아니 말하려 했다. 진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다. 말이 제때 나오지 않았다. 미친놈이라는 말은 커피숍을 나와 도망치듯 집으로 가면서 뒤늦게 입 밖으로 나왔다. 물론 개미 목소리로.
소개팅남은 강남에서 인천까지 가는 택시비를 줄 테니 좀 더 이야기하자고 했다. 택시를 사준다고 해도 1분도 더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사실 진짜 눈앞에서 사줬으면 1시간 정도는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쫓기는 줄 알았을 것이다. 감히 동북아시아의 허브, 300만 인구를 자랑하는 내 고향 인천을 얕잡아보다니. 사실 인천에서 태어나진 않았다. 그래도 인천은 내 고향이다. 인천에 엄청난 애정을 가진 나에게 “인천 말고”라는 말은 굉장히 거슬렸다. 젠장. 소개팅에 나와서 고작 한다는 소리가 참.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아 동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인천 말고 강남 32평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어.”
“그럼 너 소개팅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