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Dec 07. 2017

G드래곤은 옳았다

[찌질한 인간 김경희]



3년 가까이 쓰던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새 핸드폰으로 바꾸면서 카카오톡 계정이 새로 업데이트가 됐다. 스무 살 이후로 번호를 바꾼 적이 없기에 그때부터 알고 있던 이들의 연락처는 카톡에 고스란히 있다. 바뀐 핸드폰에 적응도 할 겸, 천천히 카카오톡에 저장된 이들의 프로필을 보기 시작했다. 


함께 연애 고민을 나누고, 종종 뒷말도 거침없이 나눴던 언니는 엄마가 됐다. 같이 수업을 듣고, 학교 밖에서도 만났던 사이였다. 하지만 졸업과 함께 자연스레 멀어졌다. 결혼하고 엄마가 됐다는 소식을 건너 들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결혼은 언제 했어요? 프로필 사진은 아기죠? 예뻐요’라고 보낼 수 있지만 보내지 않았다. 


전 직장동료의 번호가 보였다. 점심시간을 틈타 부인과 검진을 받고 엉엉 울면서 회사로 돌아온 나를 꽉 안아준 동료. 이후 계속된 검사를 받으면서 불안해하는 나를 계속 위로해주고 함께 울어준 동료였다. 하지만 서로 회사를 그만두면서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핸드폰에는 한때는 친했지만 연락하지 않는 이들의 번호가 가득하다. 이따금 바뀌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보면서 근황은 짐작한다.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계가 쭉 지속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관계는 없다. 흐르는 대로 사람을 만난다. 모두가 스치는 인연이다.


지금 옆에 있는 이들도 언젠가는 자연스레 연락하지 않는 이들이 되겠지. 처음에는 내심 섭섭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인연이 생겨날 것이고, 그 인연들이 지나가면 또 새로운 인연들과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가끔은 혼자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어차피 난 혼자였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오늘 밤은 삐딱하게’라고 부른 지드래곤은 똑똑하다.


지금 옆에 있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할 순 없다. 그저 웃고 떠들며 지금, 순간에 충실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남이 물었다 '어디 사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