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는 동생을 기다리며 아주머니들과 앉아 TV를 보고 있다.
TV에서는 아흔이 넘은 할머니의 장수비결이 담긴 일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모두가 식사도 잘하시고, 힘도 좋은 할머니의 장수비결을 보면서 연신 감탄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한다.
“아우 지겨워, 지겨워 저렇게 오래 살면 지겨워”
“왜 정정하시잖아.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거면 좋지”
“그래도 지겨워, 너무 오래 살면 지겨운 거야”
아주머니들의 말에 끼지는 못하고 가만히 들으며 생각했다.
저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는데, 과연 지겨움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까?
‘오래 사시면 좋지’라고 말한 이도, ‘오래 살면 지겹지’라고 말한 이도. 어쩌면 아흔 넘은 할머니의 삶을 통해 결국 지금 자기 삶의 빗대어 말한 게 아닐까?’
오래 살면 지겹다고 말한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저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지겨워서 미칠뻔 했어요. 아주머니도 여행계획을 세워보세요. 귀찮아서 지겨움이 덮어질 거예요”,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지겨움이 그리워질 수도 있을 거예요. 전 그랬어요. 아주머니의 삶에 지겨움이 내일은 좀 더 가벼워지길 바랄게요.” 물론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