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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z eon Jun 20. 2021

비둘기, 너는 죽었다 (2)

"ㅋㅋㅋ야 사진 좀 찍어서 보내봐 ㅋㅋ"


친구에게 믿기지 않은 이 광경을 설명했다. 믿을 수 없는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란다.


찰칵


"와 씨 너 정말.. 별 경험을 다하는구나.. 야 너무 힘들면 잠깐 도망 와."


"아 너네 집은 너무 멀어.." 맞아.. 너는 너무 멀리 살아..


방에 들어올 때마다 점점 심해지는 악취... 다시 보니 이 새끼들... 여기다가 오물도 지려놓으셨다. 악취로 인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험은 군대에서 짬통 청소할 때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지 같은 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악취는 더욱더 심해질 테고 나는 점점 미쳐가겠지...


멍청한 나는 처음에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피했다. 서울대입구에서 자취하는 친구의 집에 연락도 없이 들이닥쳤다. 그럴 수 있는 친구가 근처에 살아서 그나마 운이 좋았지만 그날은 너무 울고 싶었다.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전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아.. 이게 뭐지..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상황을 곱씹다가 갑자기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정말 미쳐가는구나..


아무 말도 없이 울다가 웃는 정신 나간 친구를.. 친구는 말없이 끝까지 기다려주었다. 이놈은 그런 놈이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친구에게 말은 하지 않고 사진을 보여줬다. 친구 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 돌려서 보고... 그러고는


"그냥 여기 와서 살아, 나는 상관없어."


하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게 친구 녀석은 여동생과 함께 자취하고 있었다. 잘 아는 오빠라지만 베프의 동생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은 그냥 그렇게.. 하룻밤을 자고 돌아갔다.


다시 방문을 열었을 때 아.. 스멜.. 이러다가 나 정말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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