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함께 성장한다는 건
갈 길을 알지 못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길을 먼저 갔던 선배들의 발자취를 좇는 것이다. 브런치북 수상작부터, 많이 읽히는 작가들의 글들을 찾아 읽어 보았다. 정탐을 하러 갔다가 눌러앉을 뻔하기도 하고, 나도 이렇게 쓸 수 있겠다는 자신에 찼다가 도저히 넓이와 깊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좌절에 젖을 때도 있었다. 어쨌든, 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니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글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처음 골프 클리닉에 대한 연재를 기획할 때는 정보성 글을 생각했었다. 골프 스윙과 그에 따른 부상들, 치료와 더불어 아프지 않게 연습하는 방법들. 그리고 함께 골프를 즐기는 방법과 계속해서 성장하는 이야기였다. 3살, 만으로 1년 6개월 된 골프 클리닉이 성장하는 이야기와 함께 장원장이 골프 프로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함께 쓰려고 했다. 골프 클리닉과 프로에 대한 계획은 유효하지만,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난 후, 브런치 작가로서의 나는 평범한 장원장의 평범하지 않은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다소 에세이에 가까운, 내가 매일 만나고 겪는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아픔과 골프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한 원장의 이야기. 백돌이 아마추어 주말 골퍼가 이론도 실력도 프로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아마추어 골퍼의 열정은 결코 프로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장비에 대한 관심이나 다양한 스윙 이론에 대한 탐구는 프로의 경험에 의한 그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 아직 내 것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빨리 내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의 발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충분히 칭찬받고 존경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열정이 연습량으로 연결되고 통증과 부상이 되어 환자가 된다. 같은 아마추어 골퍼로서 그러한 열정을 대면하는 일은 늘 즐겁다. 이론과 지식, 경험의 깊이가 나보다 더하든지 덜하든지, 진료실과 치료실에서 그것을 나누고 동작을 재연하고 연습 방법을 알려주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을 위해 진료실에는 항상 7번 아이언과 테니스 라켓을 닮은 연습기 하나, 그리고 푸른색의 폼롤러가 비치되어 있다.
이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TPI를 수강하고 권영후 박사님의 생체역학 강의를 수료하면서 골프 스윙을 보는 관점이 많이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느낀다. 구름처럼 떠다니던 개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여러 이론과 함께 내 스윙 이론이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2023년은 골프 전문가의 길로 향하는 첫걸음이다. 브런치에 그 흔적을 남기는 일은 그래서 뜻깊고, 감사하다.
필라테스 강사, 열정 많은 사모님, 20대 장타자의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다. 좀 더 깊고, 좀 더 재미있게, 누가 누구를 치료하는지 모를 즐거운 시간들을 풀어내겠다. 아무쪼록 기대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