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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골프 연습을 잘하고 있는 걸까?

통증의 변화로 본 레슨과 연습

3달을 조금 넘게 치료하고 있는 40대 여성 골퍼가 있다. 골프를 시작한 지는 4개월 정도 되었고, 한 달 즈음부터 왼쪽 견갑골 안쪽에 통증이 생겨 한의원에 방문했다. 골프 클리닉 블로그를 보고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은 일반 환자에 비해 충성도가 높다. 이 분도 약침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치료 중이다.

한 달 전쯤부터 견갑골 안쪽 통증이 많이 덜해졌다. 연습할 때 통증도 훨씬 덜하다고 했다. 그리고, 없던 손목 통증이 생겼다.


“혹시 레슨 프로 바꾸셨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지난달에 레슨 프로를 바꿨는데 손목을 엄청 쓰라고 가르치네요.”


아, 감이 왔다. 잘 바꾸셨구나. 이제 실력이 쭉쭉 늘기 시작하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한 달 사이에 비거리가 많이 늘었다고 좋아하신다. 연습량이 늘면서 내원 횟수도 늘었다. 대신, 어깨 통증이 아니라 손목 통증이 주증상이 되었다. 양손 모두 새끼손가락 쪽의 손목 통증이 나타난다는 건 다운스윙 언코킹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다. 비거리가 늘 수밖에 없다. 가끔 나타나는 왼손 엄지 쪽의 통증은 헤드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무의식적으로 헤드 페이스를 컨트롤하기 위해 왼쪽 손목을 조금씩 조작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헤드 스피드에 익숙해지면 왼손 엄지 쪽의 통증은 없어진다. 단, 엄지 손가락의 통증이 지속되는 것은 그립의 문제일 수 있으니 확인해 봐야 한다. 위크 그립을 잡는 골퍼가 왼손 코킹을 엄지 손가락으로 눌러서 할 경우 왼손 엄지의 통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왼손 그립을 약간 돌려 잡거나, 오른손의 개입을 늘려 왼손 개입을 줄이는 방법을 쓴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골퍼가 편한 방법을 알려주고 교정하도록 하면 된다.


“어깨가 안 아파서 좋긴 한데, 손목이 아프니까 이게 맞나 싶네요.”

“정말 너무 잘하고 계신 거예요. 비거리도 늘어나고 스윙도 훨씬 편해지실 거예요. 지금 손목이 아픈 건 강화되는 과정이니까 아픈 거 너무 참고 연습하시지만 않으면 꾸준히 연습하시는 게 좋습니다.”


골프 연습으로 인한 통증은 다양한 부위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통증이 뭐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백돌이의 통증이 있고, 중상급자의 통증이 있다. 몸이 두꺼운 사람은 견갑골 안쪽의 통증이 잘 나타나지 않고 대신 옆구리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팔이 길고 마른 체형의 골퍼는 양쪽 어깨와 팔꿈치의 통증이 많다. 체형 특성상 스윙 시에 주로 사용하는 관절과 근육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물론, 이도 100% 적용되진 않는다. 어떤 레슨 프로에게 레슨을 받는지에 따라, 어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독학하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게 되니까.


이 분도 레슨 프로를 바꾸고 스윙이 개선된 좋은 케이스다. 이제 프로 바꾸지 말고 꾸준히 레슨 받으시라고 했다. 여성 골퍼의 손목 통증은 쉽게 낫지 않는다. 남자와 달리 풀스윙이 많고 드라이버와 우드, 유틸리티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언코킹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비거리가 나기 때문이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손목을 많이 쓰고,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매트를 치는 충격이 흡수되면 그 피로감으로 인해 손목 통증이 나타나고, 손목이 강화되기 전까지는 쉽게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손목 강화 운동을 많이 하면 좋지만 쉽지 않으니 채를 많이 휘두르면서 강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손목이 많이 아플 때는 드라이버만 연습하라고 알려준다. 흔히 손목 통증이 나타나면 숏아이언이나 숏게임 연습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손목 통증은 매트를 치는 충격으로 인해 악화된다. 차라리 티 위에 공을 놓고 치는 드라이버가 손목에 충격을 덜 줄 수도 있다. 같은 의미로, 연습장에서는 아픈데 필드에서는 아프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필드에 나가면 기분이 좋아져 통증을 못 느끼는 게 아니고, 매트보다 잔디가 부드럽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손목 통증이 있을 때는 연습은 줄이고 필드는 나가도 된다. 흔히 알려진 상식과 반대로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골프 연습으로 인해 몸에 통증이 나타났다면, 어떤 부위에 어떤 양상으로 통증이 나타나는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어디가 언제 아픈지, 내 몸을 관찰해 보는 거다. 백스윙할 때 아픈지, 다운스윙 할 때 아픈지. 연습 중에 아픈지 연습 후에 아픈지. 드라이버를 칠 때 아픈지 아이언을 칠 때 아픈지. 체형, 통증 부위와 통증 양상을 보면 골퍼의 스윙을 예측할 수 있고, 심지어 이 사람의 핸디까지도 대강 유추해 볼 수 있다.  통증을 진단하고 상담하면서 체형을 관찰하고 척추와 관절의 유연성을 살핀다. 이 통증이 빨리 치료될 통증인지 오래 걸릴 통증인지. 이 골퍼는 레슨을 받고 있는지 독학을 하고 있는지. 어떤 레슨 프로, 어떤 유튜브, 어떤 스윙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그 스윙이 지금 이 골퍼의 체형과 유연성, 근력에 적합한 스윙인지. 짧은 순간에, 프로도 아닌 내가 감히 정확히 이 모두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공부해 온 내용을 적용해 보면 틀릴 때보다는 맞을 때가 더 많다.


TPI와 생체 역학을 공부하면서 골프 스윙과 통증을 연결해 적용했던 이전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특정 스윙 이론보다는 체형과 유연성, 근력, 운동 경력 등을 고려해 골퍼에게 적합한 스윙의 형태와 주로 사용하는 관절과 근육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느낀다. 무엇보다 내 스윙이 변했고, 변한 결과는 스스로 만족스러울 정도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벌써부터 잔디가 파릇파릇한 봄의 필드가 그리워질 정도로. 골퍼들을 치료하면서, 나도 내 골프도 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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