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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원장 Jul 09. 2023

내가 독학 골퍼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

그럼에도 레슨이 가장 빠른 길이라면

골프를 접한 지가 어느덧 햇수로 8년째다. 처음 골프를 접할 때, 한의원 바로 앞에 있는 24시간 연습장을 등록하고 주 5일 점심시간마다 땀을 흘리며 공을 쳤다. 한 달에 7만 원을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연습장에 상주하는 프로에게 5분가량 레슨을 받을 수 있었는데, 25만 원의 특별 비용(?)을 내면 25-30분 레슨을 받을 수 있었다. 레슨 횟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가성비 좋은 레슨이었다. 필리핀에서 대회를 출전하다 양쪽 어깨 수술을 받고 레슨 프로로 전향한 연습장 프로는 나와 동갑이었다. 주 5회 열심히 연습을 나오면서 특별 레슨까지 6개월씩 받다 보니 VIP 대접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내 첫 골프 클럽도 레슨 프로를 통해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장갑이 찢어지고 피가 나고, 골프백에 대일 밴드를 넣어 다니면서 연습에 매진했던 그때가 가장 골프를 신나게 쳤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골프는 쉽게 - 전혀 - 늘지 않았고, 레슨 프로가 교체되는 틈을 타 연습장을 바꿨다. 처음으로 한의원 근처 연습장을 검색하면서 레슨 프로 경력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결정한 두 번째 레슨 프로는 8년 동안 내 최고의 레슨 프로였다. 내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반대 스윙의 어색함을 이해하려 애썼고, 내가 이해할 때까지 동작을 가르쳐주고 보여주면서 열정적으로 나를 가르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배웠던 스윙이 조지 갠카스가 가르쳤던 스윙, 즉 ‘GG스윙‘이었다. 주 3회 50분 레슨 시간은 언제나 짧았고 레슨 외 연습 시간에도 틈이 날 때마다 스윙을 지켜보며 한 마디씩 해주곤 했다. 본인이 팀 캘러웨이 소속이었음에도 내 클럽을 캘러웨이로 바꾸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마운 마음에 클럽을 바꾸려고 물어봤을 때도 내가 갖고 있는 V300 아이언은 10년 쓸 수 있는 아이언이라며 그대로 치라고 했다. 투어를 뛰다 은퇴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은 젊은 프로였음에도 그 열정과 지식은 대단했고 주변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있었다.


레슨 프로의 인기가 너무 많아지면서 퇴근 후에 연습장에 가면 1시간이 넘게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레슨 6개월이 되어가던 차였고, 어쩔 수 없이 연습장을 다시 옮기게 되었다. 한의원에서 15분 거리의 인도어 연습장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 연습장에서 90분 공을 치고 출근할 수 있었다. 당시 피부 전문 한의원을 하고 있었던 터라 한의원에 샤워실이 있었고, 말끔히 씻은 상태로 진료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도어 연습장에 대한 만족도는 더할 나위 없이 컸다.


그리고, 공은 여전히 잘 맞지 않는다.


유튜브 초기 유명한 골프 레슨 유튜버와 함께 하기도 했고, 함께 모였던 사람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집 근처, 한의원 근처 레슨 프로들을 찾아 레슨을 받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나는 독학 골퍼의 길을 걷고 있다. 원 포인트 레슨을 간간이 받기는 하지만 주 2-3회 연습장을 찾아 연습하면서 공부하는 게 요즘 내 골프 생활이다. 선릉역에서 골프클리닉을 운영한 지도 2년 6개월, 많은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을 치료하고 있다.


내가 독학 골퍼의 길을 걷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레슨 프로들이 내 몸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방진 소리일 수 있겠다. 경험이 많고 최신 이론을 가진 레슨 프로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프로들을 만나보지도 못했으면서 독학의 길을 걸으며 공이 안 맞는다고 푸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지금이라도 레슨을 받으면 무조건 좋아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라고 왜 그런 프로들을 안 찾아다녔겠나. 10명이 넘는 유튜브의 유명한 레슨 프로들을 찾아 원포인트를 받았다. 모두 같은 부분을 지적했고, 그 지적이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학 골퍼의 길을 걷는 이유는, 그들이 제시한 답이 내 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많이 배웠다 생각되는 두 번째 레슨 프로가, 6개월간 매일 연습한 내 스윙을 보고 했던 첫마디가 있다.


“스윙 참 이쁘게 그리시네요. 그런데 그런 스윙으로는 힘을 쓸 수가 없어요.”


당시에 그 말은 엄청난 충격과 모멸감으로 다가왔지만, 그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이 맞았다. 난 계속 스윙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들은 계속 스윙을 그리는 법만을 가르쳤다. 이런 모양으로 치면,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고. 그래서 난, 연습장 여포가 되었다. 긴장감 가득한 필드에서 힘을 쓰면, 여지없이 같은 증상이 나왔던 거다. 연습장에서 날아가던 그 볼은 없었다. 그리고 난 그때부터 독학을 시작했고, 힘을 쓰는 방법을 연구했다. 힘을 쓰지 못하면, 예쁘게 그리는 스윙은 의미가 없었다.


유튜브에서 골프 이론을 찾아 공부하고, 모자란 마음에 책을 사서 읽었다. 그러다 전문가 과정을 알게 되어 TPI lv. 1과 권영후 박사님 생체 역학 강의를 수료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이론에만 말이다.


골프 스윙 중 통증이 발생한 환자를 치료하면서 내가 내린 답을 확신할 수 있었다. 치료를 받고 연습 방향대로 연습한 환자들이 통증과 스윙이 모두 좋아졌던 거다. 이제 내 차례였다.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면, 내가 공을 잘 쳐야 했다. 그때부터 괴로운 연습이 시작되었다. 90분간 공을 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양 어깨와 허리는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반대 스윙을 하면서 힘을 쓰려니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고, 없는 감각을 살려야 했던 거다. 스윙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지만 결과는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괴로운 시간이 1년 가까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2024년, USGTF에 도전한다.


거의 답을 찾았다. 힘을 쓰는 방법, 감각을 살리는 방법, 내 몸에 맞는 스윙의 메커니즘과 시퀀스를 찾아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던 부분을 갖고 혼자 1년이 넘게 씨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금씩 눈에 보이고 있다.


환자들을 상담할 때면 난 레슨을 권한다. 레슨을 받는 길이 골프 실력이 느는 가장 빠른 길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독학 골퍼의 길을 걸은 것은, 그들이 설명해주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10명이 넘는 프로 중에 그 누구도, 힘을 쓰는 방법을 내게 알려주는 프로는 없었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꼭 자기 몸에 맞는 골프 스윙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스윙이 자연스러운 당신은 대부분의 레슨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가장 빠른 길은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면, 나처럼 독학 골퍼의 길을 선택해 보기 바란다. 영상과 책과 클럽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내 몸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고 내 몸에 적합한 스윙을 꼭 찾아내길 바란다. 일관된 스윙, 향상된 비거리. 골프클리닉의 모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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