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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눌러 치기 위한 몇 가지 조건(1)

양 골반의 움직임, 그리고 오른 손목과 오른 어깨의 중요성

골프 구력이 10년이 되어 가는 지금, 나를 가장 괴롭힌 건 다름 아닌 푸시 또는 푸시 슬라이스 구질이었다. 가장 잘 맞았다고 생각한 공이 오른쪽으로 쭉 뻗어나가거나 끝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구질이었는데, 드라이버는 끝에서 오른쪽으로 휘어 떨어지고 아이언은 오른쪽으로 쭉 뻗어 날아갔다. 그렇다고 오조준을 하면 의식이 되는지 그만큼 더 휘어서 오른쪽으로 나가버리거나 짧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이버는 어찌어찌 살릴 수 있었지만 아이언이 고역이었다. 오조준을 하면 생크가 나고, 핀이 그린 오른쪽에 꽂혀있을 때도 그린 중앙이나 왼쪽을 보고 쳐야 했는데, 가끔은 훅이 걸릴 때도 있었으니까. 차라리 숏아이언을 짧게 치고 그린 언저리에서 어프로치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한 타를 억울하게 날리는 거다. PAR4에서 드라이버를 잘 쳐놓았어도 투온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레슨도 받아보고 영상도 찍어보았지만 유독 그 구질만은 잘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 작년이고, 지금은 페이드를 가장한 슬라이스 구질을 연습하고 있다. 우측으로 출발해서 안쪽으로 멋지게 돌아 들어오는 드로우 구질이 그렇게 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힘들 것 같다.


왜 갑자기 제목과 상관도 없어 보이는 넋두리로 글을 시작했냐고? 구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스윙 궤도와 로테이션이기 때문이다. 프로들은 한 가지 구질만 확실하게 칠 수 있어도 로우 핸디캐퍼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공은 절대 왼쪽으로 안가!라는 확신을 갖고 왼쪽을 막아 놓고 홀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가. pga 경기가 열리는 골프장은 페이더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은 프로들이 드로우 구질을 구사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어느 인터뷰에서 최경주 프로는 ’ 공이 왼쪽으로 가면 망한다’라고 까지 이야기했다. 유튜브에 올려져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관련 영상들을 꼭 찾아보시길 권한다. 스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최경주 프로만의 롱썸 위크그립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비제이싱을 따라 연습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나도 그 영상을 보고 오른팔 한 팔 빈 스윙 500개를 해본 적이 있다. 500개를 하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이후 일주일 동안이나 클럽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전완근 통증에 시달렸다. 통증이 회복되고 난 후, 놀랍게도 오른팔을 휘두르는 감각이라는 게 생겼다. 그 이후로 다시 시도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그 연습 방법이 생각나는 걸 보면 확실히 효과적이었던 모양이다.


공을 눌러 칠 수 있다는 것은 스매시 팩터를 높여 비거리를 증가시킬 수 있음과 동시에 공과 클럽 헤드의 접촉 시간을 늘려 더욱 강하고 정확하게 공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팩트를 시점이 아닌 구간으로 표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을 눌러 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바로 왼쪽 골반과 오른쪽 골반, 그리고 오른 손목과 오른 어깨의 움직임이다.


왼쪽 골반은 트랜지션 동작에서 열리기 시작하는데, 공을 눌러 치기 위해서는 왼쪽 골반이 뒤로 빠지면서 충분히 타겟 방향으로 열려야 한다. 골반 회전에 대한 설명이 헛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골반을 회전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자칫 말장난으로 들릴 수 있지만 골반은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회전되는 것이다. 골반을 회전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이유는 골반을 회전하는 동작 자체가 얼리 익스텐션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골반 회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척추각을 유지한 상태에서 골반이 회전하면서 팔과 클럽이 지나가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백스윙 탑에서 오른쪽 골반이 뒤로 빠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왼쪽 골반이 뒤로 빠져주어야 한다. 보통 백스윙탑에서 골반을 회전하라고 하면 왼쪽 골반을 그대로 둔 채로 오른쪽 골반을 회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동작이 얼리 익스텐션의 주원인이 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타이거 우즈의 골반 드릴처럼 오른쪽 골반을 유지한 상태에서 왼쪽 골반이 뒤로 빠져주는 동작이 선행되어야 한다. 왼쪽 골반이 충분히 열리지 않으면 팔을 길게 쓸 수 없고, 공을 눌러 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게 된다.


골프 스윙의 여러 유형 중에 등지고 공을 치는 방법이 있다. 왼쪽 골반을 막아둔 상태에서 그대로 타겟 방향으로 밀어주면서 팔과 클럽을 수직으로 떨어뜨려 인아웃 궤도를 만들어내는 스윙인데, 드로우 구질을 만들기 좋은 스윙이다. 이 스윙이 최근 트렌드에서 멀어진 이유가 바로 골반의 움직임에 있다. 왼쪽 골반을 막아둔 상태에서 팔과 클럽을 수직 낙하시켜 공을 타격하게 되면 인아웃 스윙 궤도로 드로우 구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경우 로테이션 과정에서 공을 타격하게 되기 때문에 공과 클럽 헤드의 접촉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공을 약간 감아치는 느낌으로 샷을 하게 된다. 이 스윙으로 공을 치는 골퍼 중에 훅으로 고생하는 골퍼가 많다. 왼쪽 골반을 막아둔 상태에서는 절대 페이드를 칠 수 없고, 골반의 움직임이 적어질수록 클럽의 로테이션양이 많아져 공이 왼쪽으로 휘는 각이 커지게 된다. 드로우 구질을 만들기 좋은 스윙이지만 현대에 많이 가르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두 번째는 오른쪽 골반이다. 왼쪽 골반이 뒤로 빠지면서 공간을 열어줬다면 오른쪽 골반은 끝까지 회전하면서 공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 골퍼는 골반의 가동 범위가 짧고 골반을 충분히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TPI에서도 가장 먼저 검사하는 부위가 바로 골반이다. 양손을 어깨에 교차시켜 올리고 어깨를 고정한 상태에서 골반을 좌우로 회전하는 검사인데,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백스윙 방향으로의 가동 범위가 짧고 다운스윙 방향으로의 가동 범위가 긴 것이 일반적이다. 타겟 방향으로 오른쪽 골반을 끝까지 회전시키는 것은 스윙이 끊기지 않고 클럽 헤드를 타겟 방향으로 밀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다운스윙과 임팩트 후에 스윙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공을 길게 눌러 치기 위해 오른쪽 골반의 회전량을 늘려보기를 권한다. 골반의 회전량을 늘리는 것은 골반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지 절대 골반 회전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임팩트 이후 팔로스루까지 오른쪽 골반을 밀어주게 되면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피니시에서 오른발 끝으로 설 때 오른 다리가 쭉 펴지는 동작이 완성될 것이다. 오른발 끝에 체중이 실린다는 느낌보다는 오른발 끝으로 지면을 끝까지 눌러주면서 오른 골반을 회전시켜 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골반의 가동 범위를 늘리고 임팩트를 시점이 아닌 구간으로 생각하면서 길게 가져간다면 더욱더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스윙이 됨과 동시에 공을 눌러 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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