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스윙의 정답은 존재하는가
2025년 USGTF 응시를 앞두고 2024년 가을까지 연습에 매진하다 어깨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깨닫고 11월 12월 두 달간 연습을 쉬었다. 주 3회 수영을 하면서 어깨의 유연성을 키웠는데, 특히 접영 연습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수영의 스트림 바디 stream body 기본자세는 어깨의 라운드 숄더가 있으면 불가능하다. 라운드 숄더를 교정하면서 삼두근의 활성화가 함께 이루어지면 골프 스윙의 팔로우 스루 동작에서 힘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골프 스윙 자체가 척추와 관절의 다양한 유연성을 요구하는 만큼 다양한 운동이나 보강 운동을 통해 골프 스윙을 향상시킬 수 있음은 분명하다.
스윙 연습을 쉬면서 잠시 접어두었던 골프 서적들을 찾아서 읽고, 내 스윙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잠깐 내 골프 스윙의 철학을 소개하면, 나는 ”골프 스윙의 정답은 없다 “고 믿는다. 좋은 골프 스윙은 골퍼의 수만큼이나 많다. 그리고 나는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은 있다 “고 믿는다. 내 키와 체중, 팔과 다리의 길이, 척추와 각 관절의 유연성, 각각의 근육의 근력, 운동 신경, 근육의 협응 능력, 운동 경험 등에 따라 내게 최적화된 골프 스윙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내 신체와 골프 지식의 발전에 따라 골프 스윙 또한 향상될 수 있다. 그래서 서적이나 유튜브, 레슨 등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스윙 매커니즘을 찾아내고 18홀 동안 꾸준히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이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이 될 것이다.
10년 가까운 구력에도 스코어가 도통 줄지 않았던 이유는 드라이버 때문이었다. 긴 채로 넘어갈수록 끝에서 휘는 슬라이스 구질을 극복하기 힘들었고, 티샷이 일정하지 않으니 스코어나 날리 만무했던 것이다. 2년 정도 필드에서 드라이버를 아예 버리고 5번 우드와 20도 유틸로만 티샷을 해본 적도 있었다. 180 정도를 꾸준하게 가주었고 스코어를 줄이기에는 충분했지만 그 이상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드라이버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결국 다시 드라이버를 잡았고, 푸시 슬라이스 구질과의 지난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드라이버 해답 찾기는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푸시 슬라이스 구질을 푸시 드로우로 바꾸기 위한 오른손 릴리즈의 피나는 연습, 그리고 두 번째는 내게 맞는 드라이버를 찾기 위한 장비병이었다. 왼손잡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멋진 푸시 드로우 구질을 구사하는 반대 스윙 골퍼가 너무나도 많다. 내가 속한 아마추어 모임만 해도 20명 남짓한 멤버 중에 반대 스윙으로 싱글 스코어를 기록한 골퍼가 두 명이나 있었다. 같이 라운드를 하고 연습장을 가면서 많은 조언을 구해봤지만, 내게는 도저히 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오른손의 롤링 릴리즈는 나와 맞지가 않았다. 내 골프 스윙의 모토가 ‘어떻게 헤드 페이스를 닫을 것인가’인 것도 그 이유다. 드라이버 헤드 페이스를 닫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누군가에게는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쉬웠던 일이 내게는 7년이 넘게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되었다. 최근 2년 정도는 티샷을 살리기 위해 풀 슬라이스 구질로 페어웨이 오른쪽에 떨어뜨리는 샷을 구사했다. 흔히 ‘개슬라이스’라고 말하는 구질로 드라이버 200미터를 보냈다면, 그 골퍼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 휘어진 라인이 조금만 펴져도, 런이 홀 방향으로 조금만 교정돼도 230미터는 쉽게 칠 수 있을 거 같으니 말이다.
장비병은 더욱 심각했다. 써본 드라이버 샤프트가 20개가 넘는다. 힘이 부족하지 않다고 느낀 탓에 50g대 샤프트는 지금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60g부터 현재 사용하고 있는 68g 샤프트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샤프트만을 고집했다. 슬라이스의 정답이라며 출시된 nx green 5s 마저도 내 슬라이스를 잡아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가벼워서 타이밍을 잡기 힘든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샤프트는 크게 두 개인데, 파이어 익스프레스의 쿼드라 60s와 벤투스 블루 TR 6s이다. 샤프트 이름을 듣는 순간 눈을 의심하셨거나 완전히 틀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슬라이스로 고생하는 사람이 60그램대 하이킥 샤프트를 쓴다고? 애초에 개념을 잘못 갖고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최소 미들-하이킥, 하이킥 샤프트를 고집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말이 안 되는 소리일 수 있지만, 나는 슬라이스보다 훅을 더 싫어한다. 오른쪽으로 휘는 공은 조절이 가능하지만, 왼쪽으로 휘는 공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내가 오른손 릴리즈를 하지 못하는 탓일 거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으로 휘는 공을 심리적으로 훨씬 편하게 느낀다. 그래서 슬라이스 구질에도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거고, 끝에서 많이 휘지 않는 하이킥 샤프트를 선호하는 거다.
답답해하실 분들을 위해 답을 공개해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오른손 롤링 릴리즈로 헤드 페이스를 닫지 않는다. 나는 언코킹으로 헤드 페이스를 닫는다. 그래서 오른손을 돌리지 않고도 헤드를 닫을 수 있고, 드로우 구질 또한 구사할 수 있다. 내가 드로우와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는 방법은 스윙 궤도가 아닌 팔로 스루에서의 헤드 모양이다. 언코킹 한 그대로 헤드를 더 이상 닫지 않고 그대로 밀어주면 페이드, 임팩트 이후 언코킹을 풀고 헤드가 닫히도록 놓아주면 드로우 구질이 나온다. 이는 젠더 셔플리의 스윙을 보면서 찾아낸 방법인데, 이론적인 부분이라 실제적인 검증과 인증이 필요하다. 나는 이 릴리즈 방법으로 헤드 페이스를 닫을 수 있었고, 슬라이스 구질에서 탈출하면서 드라이버 비거리뿐만 아니라 모든 샷의 비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 지긋지긋한 슬라이스와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음은 물론이다.
이 부분이 드라이버 스윙과 아이언 스윙이 같은가 다른가에 대한 결론이다. 나는 드라이버 스윙과 아이언 스윙의 매커니즘이 정확하게 같다. 다른 부분은 단 하나뿐인데, 채가 길어질수록 공과 내 몸과의 간격이 멀어지고 그로 인해 다운스윙과 임팩트에서 손목의 언코킹각이 달라진다. 웨지샷의 경우 언코킹각이 크지 않고, 드라이버의 경우 언코킹각이 최대가 된다. 팔꿈치 관절 이하에서만 발생하는 이 차이로 인해 긴 채와 짧은 채의 스윙을 같게 만들 수 있다. 어드레스 또한 채의 길이보다는 공의 위치에 따라 척추의 틸트 각이 달라지는 것이 전부다. 스탠스를 좁힌 이후로 체중 이동이 편해지고 스윙이 더욱 다이나믹해졌다. 좁은 스탠스는 힘을 쓰기에 적합하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웨지 어드레스가 어깨너비만큼 넓거나 오히려 어깨너비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스탠스를 좁힌 이후로 힘을 쓰기가 편해지면서 오히려 스윙이 더욱 간결해졌다. 힘을 쓰는 법을 터득하면 스윙의 불필요한 동작이 줄어든다. 힘을 쓰기에 필요한 동작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힘을 맘껏 쓰지 못하면 이른바 온몸 비틀기를 통해 어떻게든 내가 가진 힘을 공에 전달하려는 모양새가 나오게 되는데, 프로들의 스윙이 간결해 보이는 이유는 힘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용을 쓰지 않고도 공에 필요한 힘을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는 어퍼 블로, 아이언은 다운 블로라고 이야기한다. PGA 데이터를 보면 드라이버도 찍어 치는 골퍼가 많다. 장타 선수들은 로프트가 낮은 클럽을 사용하는데 볼스피드가 너무 높아 탄도가 너무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드라이버 어택 앵글이 (-) 값을 기록하는 골퍼들은 오히려 아마추어 골퍼처럼 로프트가 높은 드라이버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 세계 랭킹 1위인 호주의 제이슨 데이가 10.5도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퍼 블로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면 오른쪽 어깨가 필요 이상으로 낮아지고 그로 인해 아이언 스윙과 다른 매커니즘의 스윙을 하게 될 수 있다. 비거리와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을 찾은 골퍼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골프 스윙에서 답을 찾지 못한 나 같은 골퍼는 결국 같은 스윙과 약간의 배리에이션을 통해 그 문제의 답을 찾았다. 골프 스윙 이론은 다양하고, 모두가 효율적이고 일관적인 답을 내어준다. 무엇이 더 좋은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꼭 나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좋은 골프 스윙은 투어 프로의 수만큼이나 많지 않을까. 모두가 골프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니 말이다.
골프 스윙의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은 있다. 많은 연습과 공부, 고민과 피드백을 통해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을 찾고 즐겁고 재미있는 골프 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