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 스루 헤드 페이스의 모양에 주목하라
2년 전, 한 PGA 골퍼의 아이언샷 영상에 가슴이 뛰었던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소위 바디턴 스윙에 매료되어 있었고,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던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대한 궁금증 해결에 목말라 있을 때였다. 오른손 롤링 로테이션을 할 수 없어 푸시 슬라이스를 고칠 수 없었던 나는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유튜브 레슨과 원포인트 레슨 프로들은 모두 오른손 롤링 로테이션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른손 롤링 로테이션을 흉내 내면, 드라이버는 200미터에 다다르지 못했고 7번 아이언은 130미터를 도저히 넘길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진 힘을 편하게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조금만 힘을 쓸라 치면 정타가 맞아도 푸시 구질, 당긴다 싶으면 푸시 슬라이스 구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끝에서 휘는 구질을 확인하기 위해 실내 연습장을 포기하고 한겨울에도 인도어 연습장을 고집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러다, 아이언샷 영상을 접했다. 가슴은 미친 듯이 두근거렸고, 무언가 해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그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세계적인 PGA 프로, 콜린 모리카와의 아이언 스윙이다.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려 한참을 내 카카오톡 배경 화면을 차지했던, 팔로 스루 헤드 페이스의 모양이 나를 설레게 했다. 저 영상을 수백 번도 넘게 돌려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모양의 릴리스였다.
저 릴리스를 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저렇게 스윙하는 골퍼를 본 적이 없었던 거다. 롤링 로테이션이 아닌 힌지가 유지되면서 손목이 와이퍼처럼 돌아가는 형태의 릴리스. 롤링 로테이션을 할 수 없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릴리스였다. 이렇게 스윙을 해도 비거리가 나고, 일관된 스윙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리고, 저 헤드 페이스 모양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2년이 더 걸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 헤드 페이스 모양은 풀 페이드 샷을 쳤을 때 나오는 팔로 스루의 결과물이다. 풀 페이드 샷 pull fade shot은 말 그대로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샷을 뜻한다. 컷 샷 cut shot이라고도 한다. 푸시 드로우 샷 push draw shot에 비해 비거리의 손해가 있지만 런이 적기 때문에 그린에 떨어지는 정확한 샷을 하기에 유리한 샷이다. 단지 아마추어는 비거리 손해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슬라이스 구질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풀 페이드 샷을 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풀 페이드 샷을 연습하거나 구사하는 골퍼는 대부분 훅 구질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슬라이스는 골프를 재미없게 하지만, 훅은 골프를 접게 만든다는 골프 격언이 있다. 그만큼 훅 구질은 골퍼에게 치명적이며, 그것은 프로 골퍼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나를 처음 가르쳤던 레슨 프로도 필드 레슨에서 훅구질을 교정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었다. 필드 레슨을 받으면서 나는 페어웨이 왼쪽을, 그는 페어웨이 오른쪽을 에임 하느라 웃지 못할 대칭이 펼쳐지기도 했다. 훅구질을 고치기 위해 풀 페이드 샷을 구사하는 프로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다. 바디 스윙의 정석 같은 골퍼인데, 훅 구질을 교정하기 위해 페이드 샷을 연습하고 구사하는 골퍼로 유명하다. 그리고 현재 풀 페이드 샷으로 가장 유명한 PGA 프로는 젠더 셔플리다. 지금 내 스윙의 모델이자 이상형인 골퍼다.
풀 페이드 샷을 연습하면서 마침내 내가 가진 힘을 다 쓸 수 있었고, 하이킥 샤프트를 선호했던 이유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내 몸에는 풀 페이드 샷이 맞았던 거다. 오른팔로 클럽을 밀어내면서 롤링 로테이션을 하는 스윙으로는 내가 가진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속이 다 후련했다. 연습장을 가는 게 즐거워졌고 마침내 실내 연습장도 찾을 수 있었다. 끝에서 휘는 공을 확인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힘을 다 쓸 수 있다 보니 오히려 비거리는 증가했고, 티샷 에어리어에 서도 더 이상 불안하지가 않다. 풀 페이드 샷은 나를 완전히 자유롭게 했고, USGTF를 꿈꿀 수 있게 했다.
팔로 스루에서 헤드 페이스면이 보이는 스윙을 하려면, 공을 왼쪽으로 출발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소위 바디 스윙이 기존의 풀 페이드 샷의 메커니즘과 조금 다른 부분은 다운스윙에서 아웃인 스윙 궤도를 크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러 깎아 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손목의 언코킹각이 많아지면 다운스윙 클럽 궤도는 인아웃의 형태를 그린다. 기존 풀 페이드 샷과는 임팩트 이후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기존 스윙보다 손목의 언코킹각이 크고 임팩트 이후에도 손목의 언코킹을 유지하려고 하면 된다. 손목을 언코킹 시킨 상태에서 오른팔을 끝까지 쭉 뻗어주면 오른팔이 펴진 후에 손목이 리코킹 되는데 마치 자동차 와이퍼가 움직이는 듯한 모양을 띄게 된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손목과 클럽의 움직임은 이렇게 나타난다. 이 스윙의 형태는 기존의 컨벤셔널 스윙과 완전히 다른 손목 움직임을 가져오기 때문에 혼동될 수 없다. 컨벤셔널 스윙에서는 손목의 언코킹각이 크면 절대 안 된다고 가르친다. 손목의 언코킹을 ‘손목이 풀어진다’라고 설명하는 것인데, 손목은 다운스윙의 텐션을 그대로 클럽에 전달해 회전력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절대 언코킹각이 커지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골프 스윙에서는 오히려 손목이 언코킹 되는 힘을 이용하여 공을 강하게 타격한다. 이 점이 손목 움직임에서 가장 다른 부분이다. 아직 유튜브나 레슨 프로의 이야기 중에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낸 적은 없지만, 아마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내가 풀어서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처음 찾아냈을 리는 없고, 이미 많은 프로 골퍼들이 그렇게 치고 있으니 말이다.
주말에 어머니 생신을 겸해 공주에 있는 본가에 내려왔다. BBQ 파티를 끝내고 잠깐 PGA 개막전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다가 같은 스윙을 발견하고 기쁜 나머지 아이패드를 펼쳐 들었다. 두 프로의 스윙을 캡처해 올려드린다. 왼쪽은 토니 피나우, 오른쪽은 마쓰야마 히데키의 아이언 스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