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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연습장 사용법

더 실전적이고 기본적인 골프 연습장 루틴

by 골프치는 한의사 Jan 11. 2025

 그동안 쓴 글을 훑어보다 보니 너무 골프 스윙에 대한 부분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만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실제적이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골프 이야기를 한 번씩 곁들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은 골프 연습장 사용법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특히 다음 시즌을 앞둔 동계 훈련과 라운드 전날 연습장 사용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적어보겠다.


 우선 연습장 선택에 대한 부분인데, 이것은 철저히 환경과 취향에 맞춘 것이 좋다. 자주 가고 싶은 연습장이 최고의 연습장이다. 나는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인도어 연습장만을 고집하는 편이다. 한겨울에도 연습을 쉴지언정 실내 연습장은 거의 가지 않는다. 내 공이 끝에서 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구질을 확인하기 위해서 인도어 연습장을 고집하고 있다. 트랙맨 등의 실내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한의원이나 집에서 가까운 연습장이 없을뿐더러 시간을 정시로 예약하고 맞춰 도착하기가 쉽지 않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한 가지 더는, 숫자를 보다 보면 부상의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볼스피드 59, 69가 부상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아는가? 60, 70을 넘기기 위해 힘이 들어가기 쉽고 이는 부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숫자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 장타자도 아닌 데다 일정한 거리를 보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탓에 -라는 핑계로 - 숫자를 보지 않으니 실내 연습장을 더 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히 내 취향일 뿐이고, 추운 겨울에 따뜻한 실내 연습장은 부상 방지에 최고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아파트 연습장이든, 측정기가 있는 실내 연습장이든, 인도어 연습장이든 형태에 관계없이 자주 갈 수 있고 가고 싶은 연습장이 최고의 연습장이다.


 연습장에 도착하면 타석을 결제하거나 예약한 타석을 받고, 몸을 풀기 시작한다. 나를 비롯한 아마추어 골퍼는 대부분 연습 전 몸을 잘 풀지 않고, 공을 치면서 몸을 푸는 경우가 많다. 연습장 시간이 아깝고, 기다리면서 몸을 풀 공간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푸는 것은 루틴이 있으면 좋다. 손목과 어깨, 흉추와 허리, 고관절 정도를 풀어주는 루틴 한 가지씩이면 충분하다. 나 같은 경우는 손목을 풀어주고, 수영 선수처럼 어깨를 돌리고, 다리를 찢으며 고관절을 풀어주고, 마지막으로 빈 스윙으로 흉추와 허리를 풀어준다. 루틴이 있으면 몸을 푸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무의식 중에 몸을 준비시킬 수 있다. 루틴 또한 자기만의 순서가 있으면 충분하다. 평소 약하거나 자주 다치는 부위가 있다면 특별히 신경을 써주도록 한다. 나는 손목이다. 악력이 약해 손목이 충분히 예열되지 않으면 거리가 나지 않고,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면서 스윙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 손목을 충분히 풀어준 후에 연습을 시작하는 편이다.


 연습을 할 때 보통 어떤 클럽을 제일 먼저 잡는가? 대부분은 웨지를 잡고 가볍게 스윙하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한다. 공을 터치하는 감각을 살리는 것이 연습에 도움이 되므로 좋은 방법이다. 엘투엘 스윙이나 3/4 스윙을 가볍게 해 주면서 공을 정확히 맞히는데 집중한다. 공을 맞히는 감각이 생겼다면 아이언으로 넘어가 연습을 지속하는데, 매일 연습을 하는 경우라면 아이언을 홀짝으로 나누어 연습하기도 하고, 모든 아이언을 네다섯 개씩 휘두르기도 한다. 이는 골퍼의 성향에 맞춰서 선택하면 되고, 구체적인 아이언 선택법은 뒤에 웨지와 더불어 자세하게 쓰도록 하겠다.


 만약 내일 라운드가 있다면? 드라이버부터 잡고 연습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1번 홀 티샷이 거의 대부분 드라이버 샷이기 때문이다.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실전 감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어떤 프로들은 매 연습마다 드라이버를 먼저 친 후 다른 클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대부분 라운드 전에도 몸을 충분히 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힘껏 휘둘러 보는 것도 빠른 적응을 위해 도움이 된다. 드라이버를 친 후 웨지나 아이언으로 넘어가면 된다. 드라이버부터 내려오면 우드나 유틸 연습에서 지쳐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아이언 연습이 끝나면 우드와 유틸, 드라이버를 거쳐 연습을 끝내고 숏게임 연습으로 넘어가게 된다. 필드에서 60~65%의 샷이 100야드 이내의 샷이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100야드 이내의 웨지샷은 스코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웨지와 친해지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레귤러 온은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프로들도 18홀 중에 4-5홀에서는 그린을 놓친다는 통계를 잊지 말자. 3 온 1 펏이나, 2 온 2 펏이나 같은 파라는 것을 기억하면 웨지샷과 어프로치 연습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클럽별 연습의 비중을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나와 같은 아마추어 모임에 속한 고수 골퍼가 있는데, 거의 모든 라운드에서 70대 스코어를 기록하는 아마추어 고수다. 이 형의 가장 큰 특징은, 골프백에 꽂혀 있는 14개의 클럽 중에서 5-6개의 클럽만을 사용해 스코어를 낸다는 것이다. 함께 라운드를 돌고 식사를 하면서 스코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팁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실로 실제적이고 바로 라운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첫 번째, 자신 있는 클럽을 만들어라. 아이언 두 개 정도, 드라이버와 웨지 하나 정도면 좋다. 언제 어떤 라이에서 잡아도 원하는 거리를 내줄 수 있는 클럽을 만들라는 거다. 프로 레벨이 아닌 이상 14개의 클럽을 다 잘 칠 수 있는 연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항상 자신 있는 클럽이 있으면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그 클럽을 잡을 수 있다.


 자신 있는 클럽이 생기면, 홀을 공략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자, 홀까지 120m가 남았어. 그런데 네가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이 7번 아이언이라고 하자. 너의 7번 아이언 비거리는 130m야. 그럼 너는 어떻게 할래?”

 ”8번을 잡겠죠. “

 “보통은 그렇지? 그런데 연습 안 한 8번을 잡고 쳤을 때 120m을 정확하게 가줄까? 차라리 자신 있는 7번을 잡고 풀샷을 친 후에 10m 퍼팅을 남기는 게 낫지 않을까?”


 눈이 밝아지는 순간이었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유튜브 영상에서 들었던 말이 있다. “왜 백돌이나 싱글 골퍼나 티샷 에어리어에 들어서면 파를 목표로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7년 넘게 백돌이로 살았는데, 7년 내내 티샷 에어리어에 서면 파를 목표로 하고 공을 쳤다. 운 좋게 티샷이 페어웨이에 살면 공을 그린에 올리기 위해 세컨드샷을 쳤다. 백돌이가 왜 프로처럼 치려고 하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공을 쳤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공을 치고 있다. 보기를 목표로 하고 티샷 에어리어에 들어서는 골퍼는 없다는 거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래서 우리의 필드 스코어가 줄어들지 않는다.


 자신 있는 클럽이 있으면, 스코어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나는 20도 유틸, 5번 아이언, 8번 아이언, 51도 웨지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이것이 연습장에서의 시간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라운드 전이라면, 나는 위에 쓴 4개의 클럽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탑볼 안 나고, 슬라이스 안 나고, 생크 안나는 확실한 샷이 4개가 생기는 것이다. 아슬아슬할 때, 애매할 때, 잘 쳐야 할 때, 그 클럽들이 내 구원자가 되어줄 수 있다.


 두 번째는, 확실한 거리다. 우리 아마추어는 100야드 이내의 샷을 연습할 때 10m 단위로 끊어서 연습하기가 어렵다. 40m 샷은 이렇게, 50m 샷은 이렇게 한다고 백스윙의 크기를 정해놓거나 감각으로 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쳤을 때 가는 거리를 체크해 두면 좋다. 몸을 풀 때, 51도 웨지를 잡고 아무 생각 없이 툭툭 치면 50m 정도가 나간다. 필드에서 50m 남았을 때, 그 샷을 하면 된다. 하나의 스윙 크기를 확실하게 몸에 익혀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리를 체크해 두면, 필드에서 기준을 잡기가 쉬워진다. 그 스윙을 기준으로 덜 들거나 더 들거나 하는 식으로 감각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것은 퍼팅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3m가 되든 5m가 되든 확실한 나만의 거리를 하나 체크해 두자. 그린 상태에 따라서 거리가 달라져도 괜찮다. 어차피 거리는 상대적인 거니까. 1번 홀에서 그린 스피드를 체크했으면 그에 맞추어 조절하면 된다. 확실한 거리가 하나 있으면, 기준을 잡을 수 있어 좋고, 긴장될 때 칠 수 있는 샷이 있어서 좋다.


 연습장에서 내가 하는 연습 루틴과, 라운드 전 연습에 대한 팁을 적어보았다. 아마도 이것 외에 엄청난 노하우가 쏟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확실한 클럽, 확실한 거리다. 14개를 다 잘 칠 필요는 없다. 심지어 프로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어떤 프로가 말했던 것이 아직 기억난다. 72타 이븐파를 칠 때까지 3번 우드를 백에 꽂지 않았었다고. 프로도 그렇게 한다. 3번 우드 안쳐도 이븐파를 칠 수 있다. 14개에 집착하지 말고, 내 것을 만들자. 올 겨울, 나만의 무기가 생기는 계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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