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지 않고 올바른 길 찾는 법
내 골프 구력 9년 중 레슨을 받은 기간은 2년 남짓이었다. 처음 1년은 한의원 앞에 있는 연습장에서 꾸준히 레슨을 받았고, 그 후 근처 레슨 프로를 검색해 10분 거리에 있는 연습장에서 6개월 동안 레슨을 받았다. 레슨 프로가 너무 유명해져서 퇴근 후에 레슨 시간을 도저히 잡을 수 없어 중단한 이후, 유튜브 프로 시청러(?)가 되면서 독학의 길로 접어들었다. 실내 연습장에서 인도어 연습장으로 옮긴 것도 그때부터였다. 한의원에서 10분 거리에 있던 웅진플레이도시 연습장을 주 5회 다니며 열심히 유튜브를 시청하고 연습을 했다. 독학의 길을 걸었던 7년 중에서 5년 정도는 헛걸음을 했던 것 같다. 내 스윙의 방향성을 잡은 것이 2년 전이었고, 그 2년 동안 내 스윙은 이전 7년과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USGTF를 꿈꾸고 있다.
TPI Lv. 1을 공부하고 수료한 후에 권영후 박사님의 골프 생체역학 강의를 들으면서 골프 스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도 꾸준히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강의를 찾아다니면서 들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윙 이론, 몸의 쓰임새, 숏게임과 퍼팅, 발의 압력 등 골프 스윙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과 배우고 싶은 것들은 너무나도 많고 방대하다. 부담스럽기보단 즐겁다. 레슨 프로를 꿈꾸기보단 부상 치료와 재활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에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독학 골퍼의 길을 걷고 있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서적 등을 통해 독학 골퍼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내가 유튜브를 보면서 허비했던 5년을 당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나보다는 훨씬 빨리 골프를 잘 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독학 골퍼는 골프를 잘 치는 것에서 멈추는 순간 끝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는 1년 6개월간의 레슨을 받고 혼자 연습하면서 그동안 연습한 것들을 적용해 혼자서도 잘 발전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받았던 레슨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드레스는 왜 숙여야 하는지, 등은 왜 편 것보다 살짝 말아주는 게 좋은지, 오른쪽 무릎을 안쪽으로 조이는 것이 왜 트리거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이것들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레슨을 중단한 후 나는 슬라이스와 탑볼을 일관적으로 구사하는 골퍼로 1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1년 동안 시청한 유튜브 누적 시간이 아마 족히 3개월은 넘었을 거다. 내가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했던 지식들은 내 몸에 전혀 익어 있지 않았고, 나는 기나긴 시간을 아무런 소득 없이 보내야 했다.
당신이 성공적인 독학 골퍼의 길을 걷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당신이 지금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당신이 하고 싶은 스윙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당신이 하고 있는 스윙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당신의 피지컬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키가 큰지, 팔길이는 긴지, 코어 근력이 좋은지, 흉추 유연성이 뛰어난지, 어깨 외회전 가동성은 충분한지, 손목힘은 강한지, 골반은 유연한 편인지, 햄스트링은 잘 늘어나주는지, 무릎과 발목은 지면을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는지 등이다. 나는 키가 작고 팔이 짧으며 2년간의 PT와 1년의 필라테스 경험을 통해 코어 근력이 좋고 흉추 유연성이 뛰어나다. 오른쪽 어깨 외회전 가동성이 적고 손목힘은 하위 10% 정도록 약하며 골반은 유연하고 햄스트링은 잘 늘어나고 무릎은 괜찮으나 발목은 약한 편이다. 내가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내 골프 스윙의 양상이 정해질 수 있다. 손목힘이 강한 골퍼는 당연히 손목을 사용해 공을 치려고 할 것이다. 코어 근력이 좋은 골퍼는 축을 잘 유지한 상태에서 몸의 회전을 강하게 하여 회전력을 발생시켜 공을 치려고 할 것이다. 내 피지컬을 분석하면 내 스윙 패턴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떤 힘으로 공을 치려고 하는지, 그리고 내가 스윙하는데 어떤 힘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알 수 있다. 이 판단이 끝났다면 이제 연습장에서 내 스윙을 정면과 측면에서 각각 찍어보자. 그 영상으로 내가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어드레스 자세, 테이크 어웨이, 백스윙, 트랜지션, 다운스윙 궤도, 임팩트 시 손의 위치, 골반과 하체의 움직임, 팔로 스루에서 피니시까지를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내가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내 스윙을 스스로 분석할 수 없다면 아직 독학 골퍼로 갈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유튜브 등을 통해 지식을 더 쌓거나 레슨 프로를 찾아가도 좋고 주변의 고수 동반자들에게 조언을 얻어도 된다. 내 스윙을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독학 골퍼로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스윙을 하고 있는지를 알면, 내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려고 하는 스윙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많은 독학 골퍼들이 자기 스윙을 분석하지 않거나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트렌드를 좇아 효율적이지 않은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어 근력이 약하고 골반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단지 트렌드 거나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바디 스윙을 연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손목힘이 강한 골퍼가 굳이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공을 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내가 하고 있는 스윙이 어떤 스윙인지를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원하는 스윙을 정하고 그 움직임만을 연습하는 것은 골프를 어렵게 만들고 먼 길을 돌아가게 할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스윙을 분석해 장단점을 찾아냈다면 그에 맞는 스윙의 최종 형태를 정하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플랜을 세울 수 있다. 장점을 살리는 것은 일관성 있는 스윙을 만드는데 유리하게 작용해 필드에서 빠르게 깨백을 하고 보기 플레이어로 전환하는 좋은 방법이 된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골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스크래치 골퍼를 향한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좋은 골퍼는 몸도 잘 쓰고 팔도 잘 쓰고 손목도 잘 쓸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이 다를 뿐이며, 트렌드가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바디 스윙이 정답일 수 있으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수많은 골프 스윙 이론 중의 하나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이 두 가지를 알면, 실제적으로 당신의 삶의 일부분이 달라질 것이다. 유튜브 시청 말이다. 나도 5년간 헤맬 때에는 거의 모든 레슨 프로의 동영상을 빠짐없이 찾아보고 공부했다. 스윙 이론을 구별하지도 않고 내가 하고 있는 스윙의 장점을 가르치는지 단점을 보완하는지에 대한 지식도 판단도 전혀 없이 그냥 잘 가르친다고 생각되면 필터링 없이 영상을 보고 연습장에서 드릴을 따라 하곤 했다. 어제는 골반 회전을 연습하다 오늘은 손목의 로테이션을 연습한다. 연습에 일관성도 없고 심지어 다른 이론의 움직임을 몸과 팔에 다르게 익히기 때문에 스윙이 충돌하고 꼬이고 이상하게 변한다. 레슨 영상을 보다 보면 이거다 싶은 것이 있다. 이 드릴만 익히면 몇 년간 고생하던 슬라이스를 한 방에 고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고쳤다는 골퍼들의 댓글이 넘쳐난다. 퇴근길에 연습장에 들러 드릴을 해보는데 되다 말다 한다. 슬라이스는 완전히 고치지 못한 것 같다. 집에 가서 또 다른 슬라이스 해결법을 검색해 수십 개의 영상을 찾아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다. 방향성이 없으면, 이렇게 몇 년을, 아니 평생을 헤매다 끝날지도 모른다. 끔찍하다.
나는 지금 서너 명의 레슨 프로의 영상만 찾아보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스윙, 내가 하고 싶은 스윙의 장단점에 대해서 가르치는 프로의 영상만 열심히 시청한다. 나와 다른 피지컬, 나와 다른 장점을 가진 레슨 프로의 영상은 가끔 참고만 할 뿐 열심히 보지도 않고 내 스윙에 접목시키지도 않는다. 손목힘이 좋은 레슨 프로는 손목의 움직임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건 ’ 자연스럽게 ‘ 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영상의 레슨 프로 또한 주니어 시절을 거치면서 수없는 연습과 드릴을 반복한 과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도 나처럼 피지컬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연습을 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레슨 프로는 단점을 가르친다. 자기가 열심히 파고 익히고 공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 자연스럽게 ‘ 잘 되는 동작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가르칠 것도 없다. 고민해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레슨 프로를 정하기가 어려울 때 쉬운 기준이 하나 있다. 바로 나와 가장 비슷한 피지컬을 가진 레슨 프로를 찾아보는 것이다. 키가 크고 팔이 긴 프로는 비거리 걱정을 해본 적이 없을 확률이 높다. 나처럼 키가 작고 팔이 짧은 프로는 주니어 시절 상대적으로 짧은 비거리 때문에 고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와 피지컬이 비슷한 프로는 내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습장에 등록했는데 레슨 프로가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된다면, 나와 같은 성별을 가지고 나와 가장 비슷한 체형을 가진 레슨 프로를 선택해 보라. 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제 내 피지컬을 분석해 보고, 지인이 찍어준 내 스윙 영상을 보면서 스윙을 분석해 보자. 내가 어떤 장점을 갖고 있고 어떤 힘을 사용해서 공을 치는지를 알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스윙의 길이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짓은 이제 그만하자. 로리 맥길로이는 역대 최고의 골프 스윙을 가진 프로지만, 현재 세계 랭킹 1위는 스카티 셰플러다. 그의 스윙을 따라 하라고 가르치는 레슨 프로는 본 적이 없다. 어떡하겠는가. 지금 전 세계에서 골프를 제일 잘 치는 사람은 스카티 셰플러인 것을. 세계 랭킹 1위의 스윙은 좋은 스윙이지만, 유니크하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스윙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스윙도 어딘가 특별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70대를 칠 수도 있고 백돌이를 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골프 스윙에는 정답이 없지만, 내 골프 스윙에는 정답이 있다.
독학 골퍼의 길을 걷고 있는 당신을 응원한다. 나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광야 생활을 거친 선배 골퍼도 많으리라. 허비한 것 같지만 그 지식들이 이해가 됐을 때 다른 사람의 스윙을 이해하고 조언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버릴 것은 없다. 단지, 더 빠른 길이 존재할 뿐이다. 진심으로 파이팅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