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손목을 쓰라는 거야 쓰지 말라는 거야

골프 스윙에서 손목 사용에 대한 최대한의 이해

by 골프치는 한의사

골프 스윙에서 아마도 가장 어려운 이해가 손목 사용에 대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떤 프로는 손목을 써야 한다고 가르치고, 어떤 프로는 손목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바디 스윙을 하면 손목을 쓰지 말아야 하고, 암스윙을 하면 손목을 써야 하는 것처럼 이해하는 골퍼도 있다. 나도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관한 글을 조금씩 쓰기는 했지만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글일 뿐이었고, 손목 사용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골프 스윙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손목을 쓰라는 거야 쓰지 말라는 거야.


우선, 손목을 쓴다는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골프 스윙에서 손목을 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골퍼는 임팩트, 즉 볼 스트라이킹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고, 어떤 골퍼는 로테이션, 즉 손목을 사용해 클럽 헤드를 돌려 페이스를 닫는 동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손목을 쓴다는 것은 앞서 말한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리고 손목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이야기다.


먼저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해보면, 손목은 쓰지 말아야 하고, 쓰여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손목을 써야 한다.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 글 읽는 것을 중단하거나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고 욕하지 말아 달라.

당신 마음이 내 마음이다.


내가 생각하는 손목을 쓴다는 것은, 손목을 ‘조작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앞서 말한 손목을 사용해 클럽 헤드를 돌려 페이스를 닫는 행위, 즉 로테이션 동작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동작이다. 손목은 저절로 움직여져야 하며, 내가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 문단을 바꾸면 더 이상 글을 읽지 않을까 봐, 손목을 쓰지 말고 손목이 쓰여야 하는 몇 가지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손목을 조작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헤드스피드이다. 우선 엘투엘이나 작은 스윙으로 손목을 써서 로테이션 동작을 해보라. 손목을 돌리는 순간 우리의 몸은 모두 멈추고 고정된다. 손목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축이 되어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엘투엘 스윙으로 몸을 돌리면서 손목을 써서 로테이션을 해보라. 타이밍을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탑볼을 치거나 공이 완전히 감겨서 왼쪽으로 가거나 힐에 맞고 생크가 나서 오른쪽으로 튀어나갈 것이다. 손목을 돌리는 타이밍을 맞추려면 몸이 멈춰야 한다. 그래서 손목을 서서 로테이션을 해서는 절대 몸을 쓸 수 없다. 헤드스피드 또한 절대로 빨라질 수가 없고, 한계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프로들이 손목으로 공을 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골프 클럽을 거꾸로 잡거나 얼라이먼트 스틱 등의 헤드가 없는 연습기를 이용해 풀스윙으로 있는 힘껏 스윙을 해보자. 온몸을 써서 스윙 스피드가 빨라질수록 손목을 제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손목을 의식하는 순간 몸은 멈추고 스윙 스피드는 느려지며 급격한 브레이킹으로 인해 손목을 다칠 수도 있다. 손목을 쓰지 말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스윙 스피드가 너무 빨라서 손목을 제어할 수 없어야 한다. 손목을 잊어버리고 공을 칠 수 있어야 풀스윙에서 빠른 스피드로 공이 맞아나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손목을 조작하지 않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손목 관절의 유연성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손목이 풀린다’는 말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손목이 풀린다는 것은 코킹이 풀린다는 의미다. 새끼손가락 쪽으로 손목이 꺾이는 동작이 언코킹이다. 백스윙탑에서의 코킹이 트랜지션과 수직 낙하 동작에서 최대가 되었다가 빠르게 풀리면서 클럽 헤드를 찍어 치는 힘이 발생하는데, 그때 손목이 풀리면서 - 코킹이 완전히 풀리면서 - 클럽 헤드가 로테이션되고 페이스가 닫히면서 공이 맞게 된다. 손목이 약하거나 관절 유연성이 부족해 언코킹을 견디지 못하면 손목이 완전히 풀릴 수 없어 최대의 스피드를 낼 수가 없다. 골프클리닉에서 한의원에 손목 통증으로 방문하는 환자는 그래서 대부분이 왼 손목의 새끼손가락 쪽, 즉 TFCC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왼 손목이 코킹의 움직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코킹의 힘을 손목이 견디지 못하고 누적된 부하와 염증으로 인한 마모와 통증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평소 손목, 특히 왼 손목의 유연성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왼 손목의 근력과 유연성을 한꺼번에 강화하는 방법으로 자이로볼을 이용한 보강 운동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왼 손목을 강하게 언코킹 하면서 외회전 되는 동작이 일상생활에서는 아예 없다고 한다. 왼 손목의 움직임은 골프 스윙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동작인 것이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이 동작에 익숙해져야 하므로, 평소 왼팔로 한 팔 스윙을 많이 해보거나 왼 손목의 유연성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자이로볼을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이제 손목을 쓰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았다. 그럼 이제는 손목을 쓰는 법을 알아야 할 차례다. 우선 볼 스트라이킹이다. 히터 성향의 골퍼는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법을 알고 있는데, 이 동작을 자세하게 뜯어보면 오른 손목이 임팩트에서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투에서 이야기하는 끊어치는 주먹과 상당히 흡사하다. 임팩트 시점에서 손목이 멈추면서 공을 끊어치는 것인데, 이때 오른 손목의 힌지가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힌지가 풀려버리면 헤드가 멈추지 못하고 튕겨나가기 때문에 공을 강하게 타격할 수 없다. 임팩트라는 말도 안 되게 짧은 시점에서 오른 손목의 힌지를 유지하면서 공을 치는 감각이 바로 손목을 쓰는 감각인 것이다.


오른 손목의 감각이 없거나 손목 근력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골퍼를 위해 연습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간단하다. 어프로치 연습이다. 오픈 스탠스든 스퀘어 스탠스든 양발을 모으고 서서 오른 손목의 힌지를 유지한 채로 백스윙을 들었다가 손목을 유지하면서 공을 쳐보는 것이다. 먼 거리를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이 헤드에 맞는 느낌에 집중해 연습을 한다. 클럽 헤드가 공을 타격할 때 손목이 그 진동을 버텨내면서 힌지를 유지하면 공이 강하게 맞아나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느낌이 익숙해지면 그린 근처에서 어프로치를 할 때 손목이 풀리면서 뒤땅을 치거나 클럽 헤드가 잔디를 이겨내지 못하고 공을 정확하게 타격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이 느낌이 익숙해지면 조금씩 스윙을 크게 하면서 그 느낌을 계속 가져가 본다. 스윙이 커질수록 코킹이 발생하게 되고, 코킹은 풀어지고 힌지는 유지하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스윙이 점점 커지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오른 손목의 힌지를 손목의 근력만으로는 절대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팔꿈치와 손목, 클럽 헤드가 순서대로 딸려 들어오는 것을 익히게 되는데, 이것이 래깅 lagging이다. 래깅은 레이트 히팅 late hitting을 의미하는데, 손보다 클럽 헤드가 늦게 따라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손보다 클럽 헤드가 늦게 따라오면 임팩트 시 핸드 퍼스트를 만들 수 있고, 오른 손목은 자연스럽게 힌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 타이밍을 알면 임팩트 시에 손목에 힘을 짧게 줌으로써 손목 힌지가 버티는 힘을 증가시켜 공을 더 강하게 타격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손목을 쓴다는 의미이며, 볼 스트라이킹의 비밀이다. 강한 볼 스트라이킹은 빠른 헤드 스피드에서 공의 충격을 헤드가 버텨낼 수 있도록 손목을 버텨주는 힘이지 절대로 손목으로 클럽 헤드를 조작해 클럽 헤드를 더 빠르게 휘두르는 의미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이다.

손목을 조작하지 않으면 빠른 스윙 스피드로 인해 손목의 코킹이 풀리면서 공을 강하게 타격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로테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손목을 의식하지 않고 일정한 타이밍에 공을 칠 수 있게 되었다면 그다음에는 래깅 동작을 익히고 오른 손목의 힌지를 임팩트 때 유지하면서 공을 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한다. 채가 길어질수록 오른 골반이 왼쪽으로 들어가면서 오른 옆구리가 찌그러지고 오른 어깨가 낮아지는 사이드 밴딩 동작이 커지게 되고 오른쪽 어깨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머리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척추각이 생기고 소위 공을 뒤에서 치는 동작이 완성된다. 그때 오른 팔꿈치가 몸 앞으로 완전히 외회전 돼서 지나갈 수 있다면, 당신의 스윙은 프로의 그것에 가까워지게 된다.


오랜만에 긴 글을 썼다. 손목 사용에 대한 부분은 내가 너무나도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하나하나 배우고 지식을 쌓았던 부분이라 나눠서 풀어낼 자신이 없었다. 우선 내가 아는 지식을 총망라해 글을 썼으니 반복해서 읽어주시길 바라고, 읽으면서 궁금한 점은 언제든 댓글을 달아 주시거나 한의원에 방문하셔서 물어보셔도 좋다. 오늘도 오후에 온 골프클리닉 환자와 30분 동안 상담 겸 수다를 떨어댔는데, 주제는 퍼터였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베티나르디 퀸비 10 퍼터를 빌려드렸는데, 어떠셨으려나 모르겠다.


퇴근 후 연습장에 들러 60분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아이패드를 열어 글을 쓴다. 정확히 53분 걸렸다. 정말 힘들었는데, 후련하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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