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지만 가장 합리적인 방법 두 가지
골프 스윙에서 비거리와 방향성을 동시에 잡는 방법이 있을까? 수많은 골퍼들이 멀리 그리고 똑바로 공을 보내기 위해 끊임없는 공부와 연습을 반복한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는 골퍼도 있고, 여전히 그 방법을 찾아 헤매는 골퍼도 있다. 비거리 향상에 성공했으나 구질을 잡는데 실패한 골퍼도 있고, 공을 똑바로 보내는 대신 거리를 포기한 골퍼도 있다. 뭐, 중요한 건 스코어다. 비거리가 많이 나가면 골프가 쉬워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원하는 거리를 정확한 위치에 보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스코어를 줄이는데 효과적인 스윙도 없다.
보통 비거리와 방향성을 잡는 데는 순서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레슨 프로들이 비거리를 먼저 늘리고 그 이후에 방향성을 늘리는 것을 많이 가르치는 것 같다. 이는 프로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데, 프로들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일관성 있는 스윙을 만들어 냈고, 이미 스윙이 몸에 익어 있기 때문에 비거리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겨울 동계 훈련 동안 드라이버 10야드를 늘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겠는가. 이미 몸에 익어버린 스윙에서 무언가를 향상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렇게 쉽게 늘어날 비거리였다면, 일찌감치 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많은 프로들이 비거리를 늘린 다음 방향성을 잡는 쪽으로 설명하고 실제로 그렇게 가르친다. 비거리를 늘리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늦게 골프를 시작하고 연습량이 많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스윙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비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00m를 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유튜브를 조금만 찾아봐도 남자 프로들은 250m를 쉽게 넘기고, 270-280m를 무리 없이 보내는 프로도 수두룩하다. 여자 프로들도 220m에서 240m까지 보내는 프로가 많다. 아무리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고 근력이 강하고 유연성이 좋아도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극히 이론적인 방법으로 드라이버 비거리를 늘리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방법은 독학 골퍼도 가능하지만, 골프 스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스스로에 대한 굉장히 깊은 고찰이 있어야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설명하는 방법을 스스로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골퍼라면 레슨을 받는 방법이 비거리와 방향성을 잡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니, 이 방법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레슨이 더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독학으로 5년 이상 먼 길을 돌아와 보니 더욱 그렇다. 하다못해 원포인트라도 말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우선시 되는 것은 비거리일까 방향성일까? 방향성이다. 비거리와 방향성을 한꺼번에 잡기 위해서는 방향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일정하고 재연 가능한 스윙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드라이버 200m를 보내고 싶은 골퍼라면, 우선 150m를 일관성 있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똑바로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일관성 있게 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일정한 구질이라면 반드시 똑바로 보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드로우든 페이드든 일정한 구질로 공을 보낼 수 있으면 된다. 아이언도 마찬가지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면 아이언 비거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같은 스윙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고, 힘을 쓰는 패턴이 같기 때문이다. 먼저, 일정한 스윙을 만들자.
일정한 스윙을 만들었다면, 이제 비거리를 늘릴 차례다. 이때 비거리를 늘리면서 방향성을 같이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골프 스윙에 대한 정확한 고찰이 필요하다. 고찰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스윙 영상을 촬영해 일정한 스윙과 비거리 스윙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스윙의 느낌을 찾는 것이 두 번째이다. 나는 골프 스윙에서 힘을 쓰는 패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모양을 만드는 스윙은 연습장 스윙과 필드 스윙을 다르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티박스에 올라섰을 때의 긴장감이나 평소 많이 접해보지 않은 광활한 페어웨이를 바라보는 것은 그물과 천에 비친 똑같은 양상을 보며 스윙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단지 힘이 잔뜩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연습장에서 안 쓰던 힘을 필드에서 쓰게 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일차적으로 만들어낸 드라이버 스윙에서 우리가 왼쪽과 오른쪽의 힘을 각각 50대 50으로 쓴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100이 아닌 120의 힘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이론상으로는 왼쪽과 오른쪽의 힘을 60대 60으로 사용하면 100의 스윙과 같은 스윙으로 더 많은 비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관찰해야 하는 것이 이것이다. 더 강하게, 더 빠르게 스윙을 할 때 우리 몸의 밸런스가 기존 스윙의 밸런스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왼쪽과 오른쪽뿐만 아니라 팔과 몸, 손과 어깨, 상체와 하체, 어깨와 골반의 모든 비율에 해당한다. 그 비율이 일정하게 늘어났을 때 우리는 비거리와 방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제 내 몸을 관찰해 볼 차례다. 더 강하고 빠르게 스윙을 했을 때 몸의 어느 부분이 강해지는가? 혹자는 힙턴이 빨라질 것이고, 혹자는 어깨 회전이 빨라질 것이고, 어떤 골퍼는 손목의 로테이션이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언밸런스는 구질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힙턴이 빨라지면서 어깨와 팔이 늦으면 푸시나 슬라이스 구질, 어깨 회전이 빨라졌는데 하체가 늦게 따라오면 훅, 손목의 로테이션이 빨라지면 당연히 탄도가 낮은 훅 구질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구질을 파악하고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스윙 영상의 비교 분석을 통해 어떤 부분에 차이가 있는지를 알게 되면 연습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다. 내가 손목을 더 많이 쓰는 골퍼라면 손목의 스피드에 맞게 어깨와 몸의 턴을 맞출 수 있을 것이고, 하체가 빠르고 상체가 늦다면 상체의 회전을 더 빠르고 강하게 하는 연습을 통해 스피드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팔은 빨라졌는데 몸이 버티지 못하고 휘청거린다면 회전축을 지켜주는 코어의 힘을 강하게 하는 보강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 스스로 힘을 쓰는 패턴을 알고 내 스윙을 분석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 있다면 스스로 연습 계획을 세우고 늘어난 비거리를 일정한 방향으로 보내는 스윙을 완성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아마추어 골퍼들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연습장에서 앞뒤 타석의 골퍼를 관찰하다 보면 가끔 느껴지는 부분인데, 안타깝지만 더 이상 발전이 없는 스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몸의 회전이 없이 팔로만 공을 친다거나, 고질적인 얼리 익스텐션을 고치지 못한다거나, 몸통이 너무 두꺼워 회전을 할 수 없어 힘으로 공을 치는 골퍼들도 있다. 그중에는 이미 완성된 스윙을 가지고 있는 골퍼도 있고, 심지어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골퍼도 있다. 나는 지금 발전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스윙의 완성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으로 극단적인 스윙을 하고 있는 골퍼라면 골프 스윙을 더 빠르고 강하게 하는데 한계를 느끼기 쉽다. 이미 팔이나 손목, 몸을 100%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120%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어깨 회전이 없이 팔을 몸에 걸었다가 스윙하는 골퍼라면 어깨 회전을 하지 않는 이상 그 스윙으로는 더 이상의 비거리를 낼 수가 없다. 무언가 스윙에 사용되는 몸의 요소들이 조화롭지 않으면, 일정한 스윙을 만들 수는 있으나 발전 가능성에서 크게 한계가 있는 스윙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독학 골퍼의 기준에서 이런 스윙을 하는 골퍼가 스스로 교정하고 고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레슨을 권하겠지만, 레슨을 받을 마음이 있었다면 이미 그 길을 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이미 나름의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스윙이 아니던가. 그것을 고치는 것은 마치 골프 스윙을 낱낱이 해체해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작업과 같다. 엄두가 나지도 않고,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이럴 때 선택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이 바로 피팅이다. 이미 구질과 비거리가 완성된 이상,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려울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피팅샵을 방문해 스윙을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샤프트와 클럽을 추천받아 사용해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이 생각보다 매우 강력하다. 스윙이 완성된 골퍼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게 맞는 스펙을 찾으면 훨씬 더 쉽게 일정한 비거리와 방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다. 장비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최근 유행하는 샤프트 몇 종류를 휘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피팅샵을 한 번도 방문해보지 않았거나 동반자의 클럽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골퍼라면 스크린이나 필드에서 동반자의 클럽을 사용해 보거나 피팅샵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만으로도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내용이 남았다. 내가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골퍼인지, 두 번째 유형에 속하는 골퍼인지를 구별해 내는 방법이다. 내 스윙에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도 정확한 방법이기도 하다.
간단하다.
더 무거운 드라이버를 휘둘러 보라.
50g대 샤프트를 사용하는 골퍼라면 60g대 s 스펙을 가진 드라이버를 휘둘러보는 것이다. 골프 클럽의 헤드 무게는 대부분 일정하므로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샤프트의 무게이다. 샤프트가 무거울수록 단단하기 때문에 토크, 즉 비틀림이 적어지고 그만큼 빳빳하고 덜 휘어지는 성향을 갖게 된다. 첫 번째 유형의 골퍼는 더 무거운 샤프트를 사용해도 어느 정도 스윙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유형의 골퍼는 절대 더 무거운 샤프트를 사용할 수 없다. 몸의 특정 부분을 극대화하여 사용해 스윙을 하기 때문에 클럽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순간 쉽게 지치거나 아예 동일한 스윙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유형의 골퍼들을 보면 대부분 피지컬에 비해 가벼운 샤프트 스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무거운 클럽을 절대 휘두르지 못한다.
내 스윙의 밸런스를 정확히 알고, 내가 힘을 쓰는 패턴을 알면 비거리와 방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 해도 상관없다. 우리에게는 피팅이라고 하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어떻게든, 골프를 더 잘 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