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쓰는 패턴에 집착하는 이유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취미로 역도를 즐기는 여성 환자가 한의원에 방문했다. 허리와 골반의 통증을 주소로 방문했는데, 통증을 치료하면서 자연스럽게 역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체형을 살펴보니 등이 매우 발달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허리가 약한 타입이다. 둔근이 발달되어 있는데 둔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벨을 들 때 가지고 있는 힘을 100% 발휘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중량도 만족스러울 만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근신경계를 설명하면서 둔근의 움직임에 집중해 보도록 했고 통증이 호전되면서 자연스럽게 중량도 늘어나게 되었다. 환자가 나를 신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데, 그녀의 인상과 용상 중량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내가 맞췄기 때문이었다. PT를 2년 남짓 해봤을 뿐 역도를 전혀 모르는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지도 않고 맞췄으니 신기해할 만했다. 체형을 보면 충분히 유추 가능한 내용이었고, 그녀는 연말 동호회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기량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인상을 할 때와 용상을 할 때의 손의 움직임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더니 어떻게 알았냐면서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닥에 있는 바벨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같지만, 인상은 등근육을 이용하고 용상은 하체를 이용하다 보니 힘의 움직임이 달라지게 된다는 거다. 자기는 둔근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상체의 힘을 사용하다 보니 인상보다 무거운 용상을 할 때 바벨을 들어 올릴 때 힘에 부친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요한 것은, 역도 관장님이 이 내용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는 거다. 당연한 거 아니냐면서.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지속해 온 엘리트는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바닥에 있는 역기를 들어 올리는 동일한 동작이지만, 인상이냐 용상이냐에 따라 역기를 들어 올리는 메커니즘은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더 무거운 바벨을 바닥에서 들어 올리는 용상이 가능하다. 이 움직임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엘리트는, 아마추어의 혼란을 이해하지 못했다.
골프는 어디의 힘으로 치는 걸까. 몸통을 회전하는 힘으로, 어깨턴의 힘으로, 손목을 푸는 힘이나 돌리는 힘으로, 또는 등근육의 축을 버티는 힘으로. 혹자는 오른팔로, 또는 왼팔의 힘으로 공을 친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 어느 부위의 어떤 힘으로 골프 스윙을 하고 있는가.
어떤 프로가 있다. 두 번의 스윙을 보여주는데, 한 번은 왼팔의 힘으로, 한 번은 오른팔의 힘으로 스윙을 했다. 당신은 프로의 두 스윙을 보고 어떤 스윙이 왼팔로 한 스윙이고 오른팔로 한 스윙인지 구별할 수 있겠는가? 하체로 공을 쳤는지, 어깨로 공을 쳤는지, 손목으로 공을 쳤는지 아무 설명 없이 스윙만을 보고 구별해 낼 수 있겠는가.
골프 스윙을 발전시키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어떤 골프 스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내가 하고 싶은 골프 스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이다. 이 중 더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문제이다. 나는 어떤 힘으로 스윙을 하고 있는가. 오른팔로 치고 있는가, 왼팔로 치고 있는가. 팔로 치는가, 몸으로 치는가. 손목이나 어깨로 치고 있는가, 등으로 치고 있는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괴리가 있을 때 골퍼는 험난하고 머나먼 고행의 길을 걷게 된다. 손목으로 공을 치는 골퍼가 몸으로 치는 스윙을 배우고 있을 때, 그 골퍼는 손목의 장점을 살리면서 몸의 회전을 익혀 탁월한 기량 향상을 이루어낼 것인가, 아니면 손목의 장점을 모두 잃어버리고 안 되는 몸의 회전으로 공을 치려고 매일매일 고난의 연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 골퍼가 손목을 사용하는 골프 스윙은 잘못된 것이고 몸을 사용해 공을 쳐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면, 미안하다. 당신의 기량 향상은 진심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힘쓰는 패턴에 집착하는 이유는 내가 운동 신경이 없는 왼손잡이 오른손골퍼이기 때문이다. 반대 스윙의 움직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나타나지도 않았다. 테이크백과 백스윙, 트랜지션과 다운스윙의 움직임, 임팩트와 팔로 스루까지 모든 동작이 인위적이었고 어색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무거운 연습기로 빈 스윙을 많이 했는데 이것이 또 독이 되었다. 오른팔의 움직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스윙은 멀쩡해 보였지만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했다. 오른 어깨와 팔꿈치, 손목의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몇 년이 걸렸고, 그에 맞추어 왼팔과 몸통 회전의 시퀀스를 조정하는 작업 또한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 스윙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생기게 되었고, 지금은 어떤 스윙 이론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내 스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이제, 실제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이 어떤 힘으로 공을 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에 대해 최대한 내 지식을 동원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내 스윙을 관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슬로 스윙이다. 원래 슬로 스윙은 스윙 시퀀스를 이해하기 위한 연습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클럽을 들고 빈 스윙을 하면 된다. 단지, 한 번의 빈 스윙을 하는데 30초 이상이 소요되어야 한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절대 쉽지 않다. 골프 스윙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연습량이 없으면 슬로 스윙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슬로 스윙을 처음 해보는 골퍼는 어드레스에서부터 혼란을 느낀다. 어떤 힘으로 스윙을 시작해야 하는지,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오른쪽 골반인지, 손목인지, 허리인지, 클럽 헤드인지 헛갈리기 일쑤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 올리고 휘둘렀던 스윙이 갑자기 엄청 복잡하고 어려운 움직임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백스윙에서 가장 먼저 멈추는 부위는 어디이며 트랜지션은 어떻게 시작되고 클럽 헤드는 어떤 힘에 의해 경로가 결정되고 임팩트 이후 팔로 스루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매 순간이 혼란으로 가득하다. 골프 구력이 얼마 되지 않았거나 풀스윙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골퍼일수록 더욱 그렇다. 실외나 실내 연습장이든, 연습장의 주차장이든,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든 어디든지 관계없다. 웨지나 아이언을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천천히,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하나도 대충 넘어가는 동작 없이 스윙의 모든 동작을 같은 속도로 느리게 진행한다. 한 번의 스윙을 하는데 최소한 30초 이상이 걸려야 하고, 1분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중상급자 이상의 스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슬로 스윙을 반복했을 때 똑같은 시퀀스와 똑같은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다면 말이다.
슬로 스윙을 해보면 내 스윙이 명확해진다. 내가 몸을 먼저 움직이는지 손목을 먼저 움직이는지, 몸이 멈추고 손목이 많이 꺾인 백스윙 탑인지 코킹이 없이 짧은 백스윙 탑인지, 임팩트 자세에서 하체는 얼마나 열려 있는지, 팔로 스루를 하는 동안 오른쪽 축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면 내가 어떤 힘으로 공을 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내 스윙을 알게 되면 그다음은 쉽다. 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스윙 이론을 찾고,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레슨 프로를 찾으면 된다. 그(또는 그녀)는 당신이 사는 곳 근처의 연습장에 있을 수도 있고, 유튜브 영상 중에 존재할 수도 있다. 레슨 프로를 찾았다면 원포인트 레슨을 신청해 그것을 확인해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정독하는 것으로 내 스윙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연습의 방향도 정해지게 되어 연습장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도 명확해진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웨지 중에 유독 어떤 클럽이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될 수도 있다. 처음 슬로 스윙을 했을 때, 나는 빈 스윙으로도 드라이버의 클럽 페이스를 닫지 못했다. 로테이션에 대해 몸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슬라이스를 피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슬로 스윙을 하면서 클럽 페이스가 닫힐 때 몸이 어떻게 버티고 손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면서, 공을 왼쪽으로 보내는 시퀀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필드에서 드로우를 칠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지만 말이다.
근육학과 운동 역학을 공부하면 어떤 운동이든 몸의 움직임을 설명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마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도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설명해 냈던 것처럼 말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골프는 그 어떤 운동보다 섬세하고 민감한 운동이다. 1-2미리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는 한 번의 멋진 샷을 하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고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도된 실수를 할 수 있는 스포츠, 확률을 높이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이를 위해서는 내 스윙을 관찰해 어떤 힘을 쓰는지, 어떤 움직임으로 스윙을 하게 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정하게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어떻게 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