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100원 과정은 100억
비정규직, 보험설계사, 대리운전, 요식업 체인점, 건설회사, 공인중개사, 교직원, 항공사 등 웬만한 직업은 다 거쳐봤습니다. 한 일만 놓고 보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인지 되는대로 산 것인지 저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뭘 원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직업의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론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경험해보니 진정 원하는 것을 안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신문을 봤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 정말 변호사만 돼도 그간 방황했던 삶이 정리되고 상위 1%의 멋진 전문인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오로지 사법시험에 합격해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었는데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생기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변호사 시험)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로스쿨 입학 조건은 겉으로는 별거 없어 보이지만 로스쿨 합격자 스펙을 보면 토익이든 텝스든 만점에 가깝거나 서울대, 연대, 고대 등 스카이 출신이 많았습니다. 학벌과 학점은 바꿀 수 없고 영어성적은 바꿀 수 있었습니다. 토익 성적은 400~500점대(990점 만점)였고 이마저도 거의 10년 전에 본 마지막 점수였습니다. 영어성적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할 마음도 없었습니다. 영어 자체에 두려움마저 있었죠. 그러나 2달 후 토익점수 820점을 넘어섰고 그다음 번 시험에서는 900점도 돌파하였습니다. 학원이나 유료 인강 한번 듣지 않고 이뤄냈고 주어 동사도 몰랐던 영어 포기자 입장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로스쿨만 합격하면 부모님 얼굴에 다시 웃음을 찾아드리고 인생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일념 하에 하루 10시간 이상 ETS문제집과 해커스 무료 특강을 열심히 듣고 외웠습니다. 로스쿨 준비 당시 상황은 사업도 망하고 빚도 많았기 때문에 부모님께 만 원 한 장 달라기도 면목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점,
만약 목표가 단순히 토익 900점이었다면 절대 토익 900점은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
로스쿨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토익 900점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불철주야 용광로 같은 열정으로 이를 갈며 LEET(법학적성시험)와 영어 공부를 했고 국립대 로스쿨 1차까지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2차에서는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것이었고 2차 관문도 상당히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온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지요. 사업실패보다 더 큰 좌절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경험이 저에게 100억짜리 경험이 되었습니다. 실패가 성공을 가져다줬습니다. 죽었다 깨나도 영어는 못할 줄 알았는데 2~3달 만에 마의 900점을 돌파한 경험을 통해 그동안 스스로 지레 겁먹고 하지 않았을 뿐 한번 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라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입니다.
영어는 우리들 삶에 비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 이 작은 성취가 진정으로 제 삶을 바꿔놨습니다. 이젠 정말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리고 계속 시도한다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는 연봉 1억 넘는 사람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많이도 안 바라고 '딱 연봉 1억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자격증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연봉 10억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지금은 현실입니다. 로스쿨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실패 속에 숨겨져 있던 더 큰 것을 길어 올렸습니다. 바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이 자신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계의 벽을 깨부수었을 때 아주 강하게 나오는 것을 깨달았고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을 덤으로 주었습니다.
저에게 '영어점수'가 누군가에게는 '수영'이 될 수 있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연설'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한계를 깨부수고 싶다면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당장 두려움을 피할 길은 없지만 계속 시도하면서 변화되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 용기라는 친구가 생깁니다. 두려움만 있던 시절에는 패배자의 마인드였지만 용기가 생기면서부터는 고개 숙이지 않고 두려움의 대상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의고사 첫 성적에서 500점대 그다음은 600점대 그다음은 700점대.. 점점 더 용기가 생겨났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번 문제를 해결하고 또 그 다음번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목표 지점을 통과하고 그 너머를 향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가는 길이 나에게 정말 맞는지 간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꼭 갖기 위해 한번쯤 온몸을 불살라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 힘든 과정을 헤쳐나가는 자신을 목격하면서 인생을 바꿀, 전율이 일어날 만큼 멋진 자신감을 얻을지 혹시 모르기 때문이죠.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크리스티 메튜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