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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천개 Oct 04. 2019

[1인 기업] 매출 90% 까먹는 소통 무능력자

좋은 테크닉을 말아먹는 너



-'다된 밥에 코 빠트린다' 


목적과 수단을 구분하는 것이 소통의 첫 단계입니다. 대화 자체가 아니라 이 대화를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면 '좋은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해 금방 답을 얻게 됩니다. 소통은 그 자체로 어떤 일의 끝이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수단입니다. 수단은 잘 사용하면 훌륭한 도구가 되지만 자신이나 타인을 다치게 하는 칼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수단으로 사과 깎는 칼이 있습니다.



"아기 옷을 행사 전에 찾아가서 한 번 입어볼 수 있을까요?"

어느 돌잔치 돌상 준비업체에게 아기 엄마가 물은 말입니다.


이에 돌상 업체는 

"행사 당일에 입으면 됩니다"


돌잔치가 처음인 아기 엄마가 받은 답변을 토씨 하나 수정하지 않고 옮겨 적은 내용입니다. 이 업체와 소통과 거래하는 것이 아무 문제없이 즐거울 거라고 느낄 고객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돌상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돌상(각종 음식과 실타래, 꽃, 돌잡이 용품 등)과 아기 옷, 아기 엄마 드레스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영세업체는 고정비용의 문제로 자신이 물건을 전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타 업체에서 대여하여 돌잔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자신의 오프라인 매장이 있고 이 매장 안에 아기 옷과 아기 엄마 드레스를 잔뜩 진열해놨다면 "네 언제든 입어보러 오세요"라고 응대할 수도 있지만 위 사례는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런 부분은 사업적으로 전혀 문제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문제는 무성의한 멘트입니다. 자신의 사업의 목적이 지속적 고소득이라면 문제는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행사 당일에 입으면 됩니다"라는 1초짜리 "경험 많고 전문성 있는" 사업자의 무성의한 멘트보다,


"저희가 매번 바뀌는 트렌드에 맞춰 아기 옷과 엄마옷을 구매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오프라인 매장 임대의 경우도 그래요. 여기서 발생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어 비싸질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고정비용을 최소화한 덕분에 지금처럼 고객님께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답니다. 대신 아기 신체 사이즈와 엄마 신체 사이즈를 알려주시면 제가 될 수 있는 한 가장 예쁘고 잘 맞는 옷을 찾아 상세 이미지를 보내드릴게요. 문의하셔서 감사합니다."


글은 길어 보이지만 읽거나 대화로 할 경우라도 1분도 안 되는 멘트입니다. 이 정도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돌잔치 당일 여러 손님들도 오고 챙길 것과 걱정할 것이 많은 경험 없는 엄마에게 "행사 당일 입으면 됩니다"라는 말은 무척이나 냉담하게 들렸을 겁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기분 나쁘면 사지 않는 게 인간입니다. 사업자는 일반 사람보다 많은 사람을 응대하게 됩니다. 첫 고객이든 1만 번째 고객이든 똑같이 응대하는 사람이 노련한 사업자입니다. 매출은 성능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옵니다.


위 사례의 요지는 한 마디로 돌상 사업자가 고객과 소통의 목적을 모르는 경우입니다.

첫째, 임대료, 옷 구입비 등 고정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 고객에게도 이득이라는 점

둘째, 자신의 사업 상황에서 최대한 양해를 구하며 고객을 배려하는 멘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업이 안 되는 사람은 진이 빠져서 다음 고객에게 더욱 힘이 빠지는 소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접는 악순환이지요. 



-이득 없는 소통을 하는 인간은 없다


소통의 양 당사자 모두 자신의 이득을 바랍니다. 이 점만 이해하면 이 장황한 글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적 관계인데 시간이 남아돌아서 쓸데없이 소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소통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습니다. '목적'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사업자가 고객과 소통하는 이유는 매출(자신이 원하는 것) 때문입니다. 반대로 고객은 자신이 의뢰한 일의 해결(자신이 원하는 것)이 소통의 목적입니다. 사업자는 이 고객에게서 돈을 받아야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매출이 발생합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일, 어려워하는 일, 하지 못하는 일, 불편함과 고민을 해결해주면 그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한 것이 사업입니다. 즉 핵심은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 이고 이게 안되면 타인(타업체)에게 대체됩니다. 금액을 많이 받고 적게 받고를 떠나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세련되게 잘 처리해주면 좋은 사업가입니다. 매출을 높이려면 자신의 처지가 아니라 고객의 상황에 집중하면 됩니다.


돌잔치의 경우 고객인 아기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 돌상 자체가 아닙니다. 행사 당일 아기 옷이 맞지 않거나 눈으로만 봤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고민의 핵심이지요. 사진이 거지같이 나오면 두고두고 불쾌합니다. 돌 상위에 올라온 음식 맛을 평가할 일도 없거니와 돌잡이에 사용할 아이템은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고민할 사항이 아닙니다. 


사업자도 인간인지라 그때그때 자신의 기분이나 편의에 맞춰 고객을 대할 수 있지만 프로의 자세는 아닙니다. 이럴 경우 분야 독점이 아닌 이상 고객이 돈 낼 일은 없습니다.


분야마다 고객이 가장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일이 다르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몰라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어보면 되니까요. 


"고객님 지금 가장 고민되는 일이 무엇입니까? 제가 최대한 빨리 해결해드리려고요"라는 멘트도 하지 못한다면 세련된 사업가는 아닙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최고의 노하우나 테크닉이 아닙니다. 사업가로서의 자신감과 고객인 나에게 상당히 신경 쓴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사업관계는 성립되고도 남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막대한 이혼 합의금을 냈지만 아직도 세계 부자 순위 1위입니다. 참고로 이혼한 전 부인인 멕켄지 베조스는 위자료 수익만으로 세계 부자 순위 15위에 이름을 올렸고(기사에 따르면 베조스 부부는 아마존을 함께 기획하고 창업한 것으로 유명하며 베조스가 억울한 위자료를 준 것이 아님)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MVH그룹의 베르나르 아놀트 회장이 MS의 빌 게이츠를 누르고 2위에 포진했습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만 사업할 자격이 있다면, 앞서 말한 유통분야(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지만) 최강자인 제프 베조스 말고 다른 사람은 전부 사업할 자격이 없거나 실패해야 합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의 고민이 무엇인지 미리 물어보고 이를 해결해주면 되는데 가끔 해결해 줄 수 없거나 아직 역량이 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리스크가 아니라 자신의 사업 성장 포인트와 방향성을 알려주는 중요 포인트입니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했고 이 부분을 수정 보완하여 결국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진 것입니다. 다만 사업 경력이 많아지면서 고객을 지레짐작으로 대하고 "켜켜이 쌓인 자신의 전문성"을 믿는 나머지 오만과 무례를 범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합니다. 



-추천과 확산을 만드는 인간미


약 2주 전 강원도에 교동짬뽕의 원조라는 가게에 들러서 짬뽕 한 그릇을 먹고 온 일이 있습니다. 






점심시간 전후에는 40분, 주말에는 2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오전 일찍 갔습니다. 다행히 대기줄은 없었는데 계속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식당 안은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이렇게 바쁘고 유명한 집은 제 경험상 불러도 대답 없고 음식도 소리 나게 내려놓는 무뚝뚝한 점원의 표정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 원조 교동반점은 달랐습니다. 손님이 들어오든 계산하고 나가든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게 인사는 기본이고 표정도 웃고 밝았습니다. 제 입맛에 여기 짬뽕보다 더 맛있는 식당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만족도는 이 집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미 유명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가보라고 추천도 하고 페이스북에 자발적으로 사진도 올려서 수천 명이 보게 한 이유는 기대와 달랐던 친절함 때문이었습니다. 맛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한 끼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사람들이 이용 후기를 많이 찾아보는 이유는 자신의 돌잔치, 소중한 한 끼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나 구글 검색보다 상대적으로 카페 게시글이나 댓글을 신뢰하는 이유는 거기에는 광고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광고성 콘텐츠는 자정작용이나 운영진의 제재가 심한 게 카페 플랫폼입니다. 반대로 사업가 입장에서 카페 관리만 잘한다면(내 카페든 타인의 카페든) 신뢰받는 엄청난 광고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방증도 됩니다. 

 



-사업가 측면에서 소통에 대한 결론


1. 나는 왜 상대방과 소통하는가?    


-소통의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싸우기 위한 것이라면 싸우면 된다. 불친절하기 위한 것이라면 불친절하면 된다.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상대방의 고민을 해결해주면 된다. 이 목적들 중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하면 되며 소통은 이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다. 

-사업가라면 화술, 조종술 등 소통하는 그 자체의 스킬은 어지간히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중요하지 않으며 고객의 불편, 두려움을 파악하여 해결해주기 위해 소통이 존재한다.

-싸우기 위한 것을 위한 수단이 소통이라니 어이없다 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목적을 가지고 소통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2. 그래서 좋은 소통이란?


-목적이 반사회적이지 않고 서로의 이득을 이끌어내는 소통

-인간미가 넘치는 소통

-거래가 끝나도 꾸준히 관계가 이어지고 추천하게 만드는 소통 


소통은 타고나야 하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입니다. 상대방의 고민을 내 고민처럼 생각하고 첫 고객뿐만 아니라 1만 번째 고객에게도 똑같이 말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기술이고 전략입니다. 켜켜이 쌓인 전문성은 좀 더 손에 익어서 빨리 일처리 하는 능력이 아니라 고객의 고민사항을 뻔히 알면서도 처음처럼 대하는 인간적인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되려 하지 말고,

당신을 나쁜 선택지로 만들만한 모든 것을 없애라"

-해리 백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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