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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천개 Oct 05. 2019

진상 손님은 만들어진다

이것이 진상을 만듭니다


오늘은 진상고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개인, 작은 가게, 기업까지 자신들만의 유, 무형의 철학과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을 인정하지 않고 그 이상을 요구하거나 규정 자체를 깨버리는 사람을 진상이라고 합니다. 인간관계에도 진상이 있고 작은 식당이나 기업에도 진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업적 측면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진상이라는 단어는 일관성이라는 표현과 아주 친합니다. 


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다양한 검색을 통해서 시장의 반응을 살피곤 하는데, 이번에도 진상과 일관성이라는 단어를 네이버에서 검색해봤습니다.



위 스크린샷은 네이버 카페 검색 결과입니다. 여기서 '유방암 이야기'라는 카페에 올라온 글이 인상적입니다.


글쓴이는 유방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자신이 진상을 떨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략적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위중한 질병을 선고받은 환자의 입장에서 주치의의 진료를 받아야 함에도 어떤 때는 다른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질병 진단서를 발급받는데도 해당 과에서는 주치의의 동의가 있어야 발급이 가능하다고 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주치의 아니어도 다른 의사 선생님의 동의만으로도 진단서 발급이 가능한 점에서 어리둥절했고 이에 병원에 전화했더니 원무과에 알아보라고 하고 원무과에 전화했더니 다른 과로 물어보라고 하는 식이었고 결국 이 암환자는 화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환자를 화나게 한 것. 바로 일관성입니다.


그 밑의 내용들도 '교육을 일관성 있게 해야지', '왜 일관성 없게 카드결제가 됐다 안됐다', '블루원의 일관성 없는 내부 규정에' 등의 내용들이 보입니다. 



-고객이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고객은 일관성이 없을 때 당황을 넘어 두려움을 느낍니다.  제가 10년 넘게 쓰던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생전 써본 적 없는 아이폰 7+로 넘어갔던 3년 전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갤럭시 폰은 어느 대리점에서는 100만 원이고 어느 대리점에서는 50만 원이고 어디서는 35만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정책 무슨 규정들이 많았고 이에 따라 다시 스마트폰 구매 금액이 달라지고 또 할부원금은 얼마다 라는 내용에서 지쳐버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이폰은 전국 어딜 가도 동일한 가격이라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했습니다. '내가 최소한 아이폰을 사면 남들과 비교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겠구나' 안도감에 그렇게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이 안에서도 보조 요금제 가입 여부에 따라 최대 20만 원까지 할인해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를 인지한 고객에게만 할인을 적용해준 것이었습니다. 저도 몇 차례 통화 끝에 할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특정 목적을 가진 블랙컨슈머를 제외하고, 진상 손님의 대다수는 이런 일관성 없는 서비스나 정책에서 탄생합니다.


제가 근무하던 항공사는 정규 트랙으로 입사해도 1년 간은 TM(예약) 부서에서 근무해야 했습니다. 고객 응대 경험이 별로 없던 초창기에 가장 두려웠던 고객의 멘트는 '윗사람 바꿔!'였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그 무시무시한 말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렇게 윗 사람인 과장님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됩니다. 과장님은 자신의 선에서 잘 해결하고 통화는 마무리되지만  '왜 니 선에서 해결 못했어?'라는 꾸지람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에 있습니다. 이 고객은 과장님에게 더 큰 소리로 규정을 벗어나는 요구를 합니다. 영문 이름을 잘못 입력했는데 왜 이름을 못 바꿔주냐는 클레임부터 너네들 때문에 이착륙이 늦었으니 쿠폰이나 다른 선물을 달라는 요구까지 다양합니다. 참고로 지금은 모르겠는데 영문 이름을 잘못 기입하여 발권이 되면 시스템 상 바꾸지 못하며 몇 시간을 날아서 도착했는데 해당 국가에서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고객이 큰 소리를 치면 과장님은 어쩔 수 없이 고객의 요구 중 일부는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자산 100조 원이 넘는 빌 게이츠가 3,000원짜리 동네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 서있는 모습


아이슬란드 대통령 귀드니 요하네손이 피자가게에 줄 서있는 모습


-누군 되고 누구는 안되고


여기서 일관성의 문제가 생깁니다. 


-말단 직원 말고 윗사람에게 요구했더니 들어주더라

-큰소리쳤더니 들어주더라


라는 주장이 우리 사회 곳곳에 문화처럼 퍼져있습니다. 자신의 실수였든 착오였든 불편함을 감수한 '정상' 고객들은 여기서 부당함을 느낍니다. '나도 윗사람 바꾸라고 할 걸', '큰 소리 칠 걸' 하고 말입니다. 나만 손해 본듯한 기분이 또 다른 진상고객을 양산합니다.


되는 것은 되는 것 그리고 되지 않는 것은 어디서도 누구한테 따져도 절대 되지 않는 것. 이것이 일관성입니다. 


이는 말단 직원이든 회사 대표든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전문 진상꾼이든 무언가 불편 때문에 규정에 어긋난 심한 클레임을 걸든 관계없이 이 원칙을 적용한다면 진상 고객은 줄어듭니다. 이 곳에서는 옆집 형이든 대통령이든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다 라는 원칙을 지키는 겁니다. 정기적으로 직원과 대표가 모여 같은 서비스를 하도록 교육받고 학습하는 것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원칙입니다. 



-직원이 왕


이 원칙은 로열 고객인 직원을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직원이 힘들게 규정을 준수하도록 손님을 설득하고 있는데 윗사람이 나타나서 당장의 시끄러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고객님 제가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라며 규정 밖의 일을 그 손님에게만 해준다면 나머지 손님들은 물론 직원조차 진상으로 만드는 결과가 됩니다.


직원의 입장에서도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일하기 편합니다. 일반 고객 100명을 응대하는 것보다 화내고 도를 넘는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 1명 응대가 훨씬 지칩니다. '그깟 몇 푼 벌자고 이 고생이냐'라는 마음이 생기고 퇴직 욕구로 이가 갈립니다. 식당이든 기업이든 직원이 최고의 로열 고객입니다. 직원이 관두고 새로운 직원을 뽑아봐야 원칙 없는 서비스로 인해 진상고객은 꾸준할 것이고 매번 진땀 흘리는 직원은 오래 일하지 못합니다. 


아이들 교육에서도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 일관성입니다. 아이가 보채고 울면 해주고 별로 안 보채면 안 해주는 식이라면 아이들이 어른 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이성관계든 사회 인간관계든 일관성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관성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길들일 수 있습니다. 



-경쟁은 친구


이제 엄청난 돈을 투입하여 기업을 세우지 않아도 개인이 기업과도 같은 일을 해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내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 쓴 글 하나가 삽시간에 퍼져 1백 명에서 수만 명 이상에게 전파됩니다. 이런 글은 개인도 수백 개 수만 개를 쓸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트위치 채널로 1억 명 이상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제육볶음 레시피를 전달합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여 인력과 장비, 공간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일들이 어느덧 힘없는 개인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라 새로운 경쟁이 생겼습니다. 즉 어떤 식의 새로운 경제환경이 나타나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친구입니다. 


대다수 사업에서 고객에게 충성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타인과(타 업체와)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없다면 일관성을 지킬 필요도 없고 무례하게 대하고 약속을 지킬 필요도 없습니다. 독점을 막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골손님이 늘어나면 신제품 출시 때 마케팅 걱정이 없고 진상 손님이 늘어나면 당장 오늘 하루도 근근이 버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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