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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천개 Nov 19. 2019

당신은 100% 탈모 치료약이 나오면 사시겠습니까?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 아이템 고찰

"유망한 사업분야는 뭔가요? 지금 잘 팔릴만한 아이템은 뭔가요?"


제가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유망한 사업분야는 많지요. 먹으면 100% 탈모를 치료해주는 약을 개발하거나 인공지능 관련 회사를 설립하면 조 단위를 넘는 돈을 만지게 될 겁니다. 


먼저 인공지능이 나와서 말인데,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간 해야 할 일을 단 5분 만에 끝내 월가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공지능 "켄쇼"가 있습니다. 이 켄쇼는 스타트업(다니엘 네이들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입니다. 켄쇼는 2018년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5억 5천만 달러에 매각되었는데요. 구글의 딥마인드, 인텔의 너바나 시스템보다 높은 값을 받았습니다. 


연봉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받는 세계 최고의 골드만삭스 전문가 600명 중 598명을 내쫓은 것도 켄쇼라고 합니다. 최고의 인간 전문가들이 모여 수백 시간 혹은 수천 시간을 달라붙어서 집중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켄쇼는 고작 몇 분 만에 해냅니다. 비싼 인간을 고용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켄쇼는 어제 숙취 때문에 힘들거나, 이 직업이 정말 내가 가야 하는 길인가 라는 고민을 하거나, 하루 8시간만 일해야 한다거나, 노조를 구성하여 사측에 두통을 안겨주거나, 수틀리면 직장 동료들과 언성을 높이거나, 아이가 아파서 가끔은 일찍 퇴근한다거나, 점심 메뉴나 교통이 불편하다거나, 연봉협상을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24시간 내내 1년 내내 1초도 쉬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몇십만 배 이상의 일을 "최고 수준"으로 처리하며 심지어 실수도 전혀 없습니다. 이에 비해 인간은 단 하루에도 수십 번의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를 꺼려하며 실수한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조금씩 배운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은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켄쇼-구글 이미지


"의학계에서 유명한 인공지능 왓슨은 120만 편의 논문, 400만 건의 특허 정보, 1억 명 이상의 환자 정보, 2억 명 이상의 생체 정보, 300억 장 이상의 의료 이미지(x-ray, CT, MRI) 정보를 학습했습니다" (참조 <에이트> 이지성 저)


인간 의사의 지식은 이 인공지능 왓슨의 10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암 진단 정확도도 인간 의사보다 최대 40% 더 높다고 합니다. 이미 왓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들을 넘어선 지 오래라고 합니다. 이미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과의 격차는 산술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똘똘한 인공지능 하나 개발하면 살림이 좀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왓슨의 TV 출연 모습-게티이미지



인공지능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잘 팔리는 아이템을 이야기하자면 탈모치료약이 있습니다.


저도 탈모 때문에 고민인 40대 남성으로서 만약 먹기만 해도 탈모가 100% 완치되는 약이 나온다면 무조건 살 거 같습니다. 약값이 1천만 원이더라도 실제 심한 탈모증을 겪는 사람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이제는 고민이 탈모에서 1천만 원 모으기로 바뀔 겁니다.


앞으로 유망한 아이템 두 종류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좋은 건 아는데 나는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개발할 인력도 장비도 비용도 없어." 이 생각은 탈모치료약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이런 탈모약을 painkiller(페인킬러) 제품이라고 합니다. 


만일 내가 당뇨병으로 수년째 고생하고 있는데 완치약이 나왔다면?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인데 그간의 학업은 관계없이 무조건 연대 의대 정도는 보내는 선생이 있다면? 암에 걸려 온 가족이 신음하는데 완치약이 나왔다면? 아마 얼마가 됐든 사려고 할 겁니다. 


소비자가 금액과 관계없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게 페인킬러 아이템입니다. '없으면 불편한 거 없으면 불안한 거' 수준의 아이템도 잘 팔리긴 하는데 매출이 들쭉날쭉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들고 나와도 비슷한 제품들이 시장에 곧 출현하기 때문입니다. 앞서의 인공지능이나 탈모치료약에 비해 진입장벽이 현저히 낮기(혹은 없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사업이 왜 어려운지 이해가 가능한 대목입니다. 


최근 미니 마사지기 클럭이 열풍입니다. SNS, 네이버 쇼핑, 블로그, 카페 리뷰 등 미리 세팅할 수 있는 건 해놓고 TV에 박민영 씨를 광고모델로 빵 터뜨렸습니다. 매출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사업적 비용이 상당히 들어간 듯 보입니다. 그러나 50억 버는데 마케팅비 10억 정도는 써도 될 겁니다. 

클럭 공식 이미지


그러나 곧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그래도 한동안은 인기를 이어갈 겁니다. 저만해도 어깨 통증이 몇 년째인데 몇만 원짜리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작은 마사지기는 흥미가 가니까요. 인공지능이나 탈모 완치약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페인킬러의 역할을 해냅니다. 시장은 많이 세분화할수록 사업적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 아이템은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사랑하는 거, 가지고 싶어 하는 거. 바로 그것들이 성공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입니다. 다만 실제 취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들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피가 끓어오르는 걸 감내하는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소위 사자 들어가는 자격(증), 좋은 대학, 좋은 회사(대기업 핵심부서나 본사, 금융 관련 공기업, 7급 이상 신입 공무원)등이 그렇습니다. 이것도 진입장벽입니다. 서로 좋아서 갖고 싶은 것들은 필연적으로 그 수가 정해져 있고 그에 맞는 거대한 장벽이 생겨납니다.


이들이 시험을 봐야 하는 이유는 공급보다 수요가 몇백 배 몇천 배 높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다 줄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시험을 보든 자격을 부여하든 해서 기준을(진입장벽) 세워놔야 폭동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천재, 영재, 금수저를 제외하곤 남들 놀 때 잘 때 안 자고 뼈를 깎는 인내를 꾸준히 발휘하는 길 뿐입니다. 


부동산에서도 상가와 빌라보다 아파트의 인기가 월등히 높은 이유도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진입장벽이 생겨났습니다. 유망 지역에서 처음 분양받으면 못해도 몇 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안겨줍니다. 반대로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면 상가나 오피스텔, 빌라를 사는 데는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고 사자마자 언제든 사고팔기도 (아파트는 전매제한 등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인기가 없는 것들입니다. 즉 수익 측면에서 별 볼 일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5년 넘게 안 먹고 안 쓰고 해외여행 한번 못 가고 옷도 1만 원 넘는 거 하나 사는 거도 벌벌 떨며 개미같이 눈물 콧물 짜며 1억 모았는데 누구는 실컷 먹고 놀고 때맞춰 여행 다녔는데 은행빚으로 분양받아 산 아파트가 5년 동안 3억에서 5억 넘게 올랐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인플레이션은 과잉생산이라는 자본주의 생리 상 피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이유로 물가는 오르고 화폐가치는 상대적으로 계속 떨어집니다. 짜장면 값은 수백 배가 올랐는데 월급도 수백 배 올랐나요? 월급만으로 부자 되기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아파트 이야기를 잠시 더 하자면, 아파트는 청약통장이 있는 사람, 그리고 가점이 있을수록 분양에 유리합니다. 명백한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에 줄을 세워야 할 기준이 있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게 건물, 빌딩인데 이들은 자체로 수십억 원~수백억 원의 매입비용이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누구나 원하고 아무나 가질 수 있다면 좋은 게 아닙니다. 마트에서 파는 미끼상품의 원조인 생수나 다름없습니다.


무조건 성공하는 아이템은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학습과 지식, 지능 + 막대한 개발비용과 인적자원이 필요한 아이템, 이를테면 인공지능이나 탈모치료약이 그렇습니다. 이런 건 만들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이런 수준이 안된다면 열심히 공부해서 취직하면 평균적으로는 먹고살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자 되기는 힘듭니다. 인생에서 운영의 묘를 발휘하여 적당한 시기에 금전적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아파트를 적기에 잘 분양받으면 좀 나아지긴 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진입장벽입니다. 남들이 당장은 들어오지 못하는 수준의 진입장벽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사업에 존재하느냐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도소매업 전체 사업체 개수는 1,022,739개, 종사자 수는 3,173,320명이었습니다. (매출액은 1233조 4천억 원)

이 중 단독 사업체 수가 950,735개, 종사자 수는 2,397,861명에 달합니다. 도소매업 전체 인구 중 80~90%가 단독 사업체에서 근무하며 평균 2.5명이 일하는 구조입니다. (자료 참조: 통계청 사이트 접속-국내 통계-기관별 통계-중앙행정기관-통계청-서비스업조사-시도 산업별 총괄) 넓게 생각하면 이 정도 인원이 온오프라인 판매 관련 경쟁자 숫자입니다. 


남들이 이 장벽을 타고 넘어오기 전에 나는 더 큰 진입장벽이라는 성벽을 쌓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진입장벽은 돈일 수 있고, 학습일 수 있고, 인적자원일 수 있고 용기일 수 있습니다. 


제가 강의나 컨설팅 중에 가끔 묻는 게 있는데요. "혹시 책을 쓰시거나 강의를 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라고 물으면 대다수 분들은 눈부터 피하고 봅니다. 여기서도 진입장벽이 보이시나요? 반드시 많은 돈이 들거나 엄청난 지식, 지능이 필요하지 않은 진입장벽도 적지 않습니다. 비용이 가장 큰 리스크인 개인 기업가(사업가)는 이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일(사무직이든 제품 판매든 서비스의 제공이든)을 직원으로서 제공할 수 있고 대표로서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판매할 수도 있고 강의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제공하느냐의 문제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지요.


유튜브로 자신만의 방송을 하거나 대형 온라인 카페를 운영한다고 금방 엄청난 소득이 발생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여유시간과 소득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한데 누구에게 쓰느냐도 중요합니다. 타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잘되면 평균입니다. 


진입장벽을 높이는데 독서와 명상, 경험은 돈들이 않으면서 최상의 결과를 갖게 해 줍니다. 대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시야는 극도로 좁아집니다. 시야를 넓게 하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면 어렵지 않게 해결책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점에서 독서는 큰 힘이 됩니다.  


인공지능도 못하는 일은 철학과 공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그게 가능하죠. 매출이 높은 약국은 사람들이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사람들은 유독 그 약국에 많이 갈까요? 처방전만 가져가면 동일한 제품의 약을 동일한 값에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답은 "친절한" 멘트라고 합니다. 얼굴도 안 보고 처방전만 휙 받아다가 약만 제조해주는 것은 앞서도 봤듯 인공지능 켄쇼가 1억 배는 잘하는 일입니다. 무려 실수도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판사, 검사, 약사,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이 대체되는 이유라고 합니다.


철학은 어려워 보이니 제치고 나면, 친절은 공감에서 나옵니다. 타인은 뭘 좋아할까? 타인이 원하는 건 뭘까?라고 타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것이 쉽게 말하면 공감하는 것입니다. 대체 타인의 생각은 뭘까? 의 해답은 네이버 검색, 연관 검색어, 키워드 도구, SOMETREND, 네이버 데이터랩만 활용해도 유의미한 정보를 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안 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결국 공감하는 능력도 진입장벽이고 여기서 페인킬러 같은 아이템도 길어 올릴 수 있겠군요. 타인이 필요해하는데 무조건 팔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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