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미사를 다녀온다.
가기 전 포근한 침대에서 발가락을 꼬물거리며 1초라도 더 누워있고 싶어 온갖 촉을 세워 침구의 촉감을 느끼다... 번뜩 몸을 일으킨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시간 "더 누워있어" 하는 건 마귀!, "어서 와"하는 건 하느님! 오늘도 하느님이 이기셨다.^^
새벽미사를 가면 내가 좋아하는 성경선생님이신 베로니카도 계시고 80대시지만 나 보더 더 꼿꼿하고 세련되신 율리아나도 계셔서 더 결석을 못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사 후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베로니카, 율리아나 자매님과 손을 잡고 서로 아침인사를 나누는 시간도 참 좋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는 정말 흔하고 영혼 없는 말이지만 그분들이 내게 해주시는 이 말은 나의 하루가 정말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인사를 해주신다.
집에 돌아와 오늘은 토마토와 시금치 계란을 넣은 스크램블과 브로콜리와 당근을 올리브오일에 구워 잡곡빵과 함께 먹을 예정이다.
어제 해놓은 토마토 수프도 있지만 왠지 매일 아침 곰국처럼 토마토 수프를 먹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아침부터 프라이팬을 집어든다.
며칠 전 건강검진 결과가 바꿔놓은 우리 집 식단은 건강 또 건강이다.
적지 않는 우리 부부의 나이와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먹는 것에 정말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각종 야채들을 구워놓은 하얀 접시는 그야말로 스케치북위에 물감들 같다.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흑색, 주황색을 보며 아침과 닮은 신선함에 기분이 좋다.
남산을 바라보며 우거진 나무들 앞에 놓인 나의 책상은 그 근사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새벽에 배송된 새책을 뜯으며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마음이 설렌다. 내 맘대로 줄 긋고 메모할 수 있는 내 책.
나는 거의 모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는데 이 책은 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나를 위해 나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도와줄 책으로 마구 낙서를 하며 소통하기 위해 샀다.
열어놓은 테라스 창문에서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아이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출근 전 아이와 놀아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정겹다.
목소리도 모습도 어려 보이는 엄마는 아마도 처음 엄마인 것 같다.
6월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사랑하는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노는 아이는 세상을 이겨나갈 힘을 저축해 놓으리라.
출근을 앞둔 비좁은 시간 아이의 함박웃음을 보며 엄마의 몽글거리는 가슴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의 힘을 길러주리라.
함박웃음 지으며 고개를 젖히고 웃던 나의 아이는 이제 19살 고3 수험생이 되었다.
오늘은 금요일 기숙사에서 나와 주말을 함께 지낸다.
"엄마! 저 치킨 먹고 싶어요!" 어젯밤 아들이 보내온 카톡에서 아직 품에 있는 아들이 느껴진다.
아이의 책임을 묻고 의무를 강조하고 수험생임을 되새겨 주는 걸 그만하니
아이는 다시 나의 품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일을 하기 전 책상 위에 놓은 파란색 표지에 '평소의 발견'을 읽어본다.
유병욱 카피라이터의 평소는 한 줄의 잊지 못할 카피를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니 세상과 일상 그리고 평소와 카피가 잘 맞물려 유연한 카피를 뽑아내는 국수기계 같다.
제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글 곳곳에 숨어있어 귀엽고 예쁨이 느껴진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 오늘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