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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_01

어쩌다 발견한 춤

by 김물꽃

월요일, 화요일에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다. 평생학습원이라는 지역 교육 센터 개념의 공간인데 사실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동사무소에 작은 도서관이 있어 가끔 다른 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은 책을 그쪽으로 상호대차 해서 전달받곤 한다. 그날도 역시 신청해둔 책이 도착했다고 해서 동사무소에 갔다가 그쪽에 붙어있던 요가 시간표를 발견했다. 다시 요가를 배울 때도 됐지 싶어서 한번 검색해보다 평생학습원이라는 곳을 알게 됐다.


사실 이런 곳을 왜 이제서야 알았나 싶을 정도로 듣고 싶은 강의가 많았다. 댄스 스포츠도 있고 유화도 있고 기타도 배울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4개월 동안 배우는데 수강료가 어마어마하게 저렴하다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집에서 엄청 가깝지는 않고 시간대가 한정적이라는 것 정도이다. 또, 한 사람당 한 번에 2개씩만 수강할 수 있어 고르고 골라 선택해야한다는 제약이 있다.


그중 내가 선택한 강의는 한국무용과 프롭테라피였다. 포스팅으로 간간이 올렸지만 난 춤에 대한 열망이 있다. 음악에 맞춰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어 보였다. 케이팝 안무며 힙합 기본기, 걸스힙합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면서 리듬 타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난 타고난 몸치라 기본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동시에 몸으로 표현하는 법도 배우고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 무용은 늘 배우고 싶은 춤 중에 하나였다.


현대 무용이 있었다면 사실 그쪽을 택했겠지만 아쉽게도 무용은 한국 무용뿐이었다. 강의 계획서에는 온통 스텝과 팔동작에 관한 내용들 뿐이라 이게 재미있을까 싶긴 했지만 한편으론 만만한 마음에 입문반을 신청하게 됐다.


처음 배우러 간 날, 모두가 초보들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한번 강의를 수강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그분들끼리는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이다 보니 강의 시작도 전에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난 낯가림이 심해서 인싸들과 함께하는 공간은 좀 힘들었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조용히 에너지를 회복했다.


첫 수업은 발동작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명 원스텝이라고 하는데 발뒤꿈치, 아치, 발끝 순으로 땅에 붙이며 나아가는 동작이다. 한걸음 한걸음 나갈 때 발을 떼지 않고 바닥에 붙여서 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엔 동작에 신경 쓰느라 온몸이 삐그덕 거리는 것 같았다. 박자를 타면서 나가기보다는 그 3 분할에만 집착하기 바빴다.


여기에 이제 팔동작이 추가된다. 처음엔 치마 자락만 잡으면 된다. 두 번째는 왼팔과 오른팔을 배꼽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동작이다. 글로 설명하니 이게 뭘까 싶지만 대부분은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정말 궁금하시다면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세 번째는 양팔을 어깨 높이 정도에서 쫙 펼치는 동작이었다.


첫날 수업을 듣고 나서는 나 좀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걸스힙합을 배워왔던 건 이 춤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나와 잘 맞는 춤이라 느꼈다. 운동으로 따지자면 요가 같달까? 뭔가 정적이지만 그 정적인 느낌을 내려면 부단히 힘을 쓰고 있는 그 내적인 에너지가 닮아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수업을 나가면서부터 본격적인 멘붕이 시작됐다.


두 번째 수업에서는 팔동작이 복잡해졌다. 탈춤에서 봤던 것처럼 양팔을 머리끝까지 올렸다가 쓸어내리는 듯한 동작이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저 흉내 낼 때는 얼쑤절쑤 하면서 흥겨움만 표출하기 바빴지만 동작을 깨끗하게 해내려니 지켜야 할 게 많았다. 우선 팔을 머리끝까지 쫙 뻗은 후에 손목을 꺾어 귀에 붙이고 그걸 쇄골정도로 내려서 바깥으로 뻗어내야 한다.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야만 동작이 깔끔해지기 때문에 대충 넘어갈 수 없었다.


문제는 좌우 양팔의 동작을 신경 쓰면서 발동작까지 지켜 앞으로 나아가려니 영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저찌 이 정도까지는 빠듯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처음 배우는데 그래도 비슷하게는 따라가니 역시 젊은 게 좋다면서 다른 분들이 칭찬해주시기도 해서 좀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도 욕심이 생기신 건지 배우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고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외워야 할 동작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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