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던 일은 모두 내게 남는다
이번주부터 기타 수업이 시작됐다. 사실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날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가기 싫기도 하고 괜히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불편한 마음이 생기면 그걸 부정적인 감정이라 퉁쳐버리고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는 걸 이제 알고 있다. 이번엔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들여다봤고 그건 새로운 수업에 대한 긴장감과 약간의 불안함이라는 걸 깨달았다.
올해 들어서 정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끊임없이 해나가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직 그런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감정인지 파악하고 나니 그때부턴 사실 두려울 게 없었다. 수업을 듣기 싫다기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움에 대한 낯설음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롭다면 새로운 일이지만 사실 기타는 독학으로 공부했던 적이 있다. 3년 전쯤 회사를 그만두게 됐을 때 하고 싶은 일은 다해보자며 당근마켓으로 기타를 구매했다. 한동안 유튜브를 보며 따라 치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기도 했지만 혼자서 하다보니 답답한 구석도 많았다. 분명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데도 일단 진도를 나갔고 그러다보니 점점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마침 그때 듣고 있던 단편영화 수업이 점점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기타 연습은 점차 흐지부지 됐고 손에 박혔던 굳은살도 다 떨어져 나갔다. 이후에는 다시 일을 하다보니 기타를 들고 다닐 수도 없어 자연스럽게 거실 쇼파에 방치된 채로 자리만 차지하게 됐다.
첫 수업을 들으러 가서도 기타를 쳐본 적 있냐는 질문에 처음 배우는 거라 답한 건 독학했던 경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상 처음과 다름없을 정도로 그 경험이 써먹을 데가 없다고 여겼다.
첫날은 기타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을 듣고 계이름을 배우기 시작했다. 독학했을 때엔 바로 코드부터 치기 시작했어서 계이름 치는 법은 알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외우는 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부터 배우니까 훨씬 재미있었다.
학교종, 비행기, 곰 세 마리 같은 음들을 치면서 연습하는데 확실히 같이 배우기 시작한 다른 분들보다 습득이 빨랐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에 혼자서라도 끄적였던 게 있다보니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타 잡는 법, 기타 줄을 누르고 피크로 음을 튕기는 그 기본적인 자세에서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만 하면 되는 덕분에 계이름의 위치만 외우면 그만이었다.
둘째 날은 코드를 배우기 시작했다. A코드, E코드, D코드, E7까지도 배웠는데 이것 역시 예전에 코드를 잡았던 기억이 있어 그나마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아마 처음 배우는 거였다면 코드 위치를 잡는 데에만 시간이 꽤 걸렸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적응하기만 하면 연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실 기타 수업을 들으며 다행이라 생각한 건 그 수업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항상 기타를 배우고 싶어 했으면서도 독학을 하다보니 흥미가 떨어졌던 터라 이번에도 그때처럼 재미없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다. 뭐 내 인생에 기타가 빠진다고 큰일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좋아하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건 좀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모르는 건 제대로 알려주는 선생님도 있다보니 수업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1시간 30분 동안 무조건 기타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시간도 즐거웠고 그 시간이 즐겁다보니 수업이 없는 날에도 잠깐이나마 혼자서 연습할 만큼 기타 치는 것 자체가 좋아졌다.
예전에 못했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졌건, 일 때문에 바빠져서 오랜 기간을 쉬었건 간에 결국 좋아하는 일은 다시 좋아하게 되어있나 보다. 그 사실은 왠지 나를 안심시켜 준다. 또, 예전에 뚝딱이던 일이 언제까지고 그때의 실력에 머물러있지 않는다는 점도 뭔가 위로가 된다.
독학으로 공부하며 엉망으로 쳤던 기타도 결국은 지금 이렇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내가 했던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남는 거 같다. 그 믿음을 가지고 계속 인생을 사부작거리며 살아가야겠지.
올해 초 들었던 드로잉 수업에, 얼마 전에 끝난 한국무용에, 이번 기타 수업까지 듣는다는 소식에 친구들은 종합 예술인이 될 거냐며 장난을 쳤지만 누군가의 꿈처럼 그저 취미 많은 할머니로 남는다고 해도 그건 그거 나름대로 즐거운 일일 거 같다. 어쨌거나 많이 배우며 많이 시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