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처럼 한방을 남기자
여름은 참 신기하다. 사실상 1년 중에 더운 날씨는 기껏해야 3개월 정도일 텐데 일단 더위가 느껴지면 그대로 영원할 것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날씨라는 거겠지. 여름처럼 강렬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게 7월은 안정적으로 정착한 나날이었다. 그리고 거의 외출 없이 집에 틀어박혀있었던 날들이다. 사회성이 점점 바닥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뭐 밖에 자주 돌아다닌다고 사교성이 유난히 좋았던 것도 아니라 이 생활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더운 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 백수로서의 특권 같다. 이 날씨에 만약 영화 촬영을 나갔으면 정말 기절했을 거다.
그나마 밖에 나간 건 기타 수업과 프롭테라피 운동을 하러 갈 때뿐이었다. 우선 기타 수업은 내 생활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하루에 30분 정도 짧게라도 거의 매일 연습하고 있다. 연습해야 된다는 강박보다는 저절로 하고 싶어서 하다보니 더 즐기게 되는 거 같다.
예전에 혼자서 독학할 때에는 확신이 없는 상태로 연습하다보니 흥미를 잃어 결국 그만두게 됐지만 이번엔 모르는 게 있으면 선생님께 여쭤볼 수도 있으니 배우는 게 시원시원하다. 등록할 때만 해도 과연 수업 듣는다고 더 재밌을까 싶었는데 역시 뭐든 해봐야 알 수 있다.
해봐도 재미없는 것도 있다. 따로 포스팅하려다 기회를 놓쳐 결국 월말정산에 후기를 남긴다. 프롭테라피는 정말 해도 해도 재미가 없다.. 요가도 사실 정적인 운동이라 그리 빠이팅 넘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롭테라피랑 비슷한 것도 같은데 미묘하게 다르다.
프롭테라피는 아무리 빡세게 해도 근육통이 느껴지지 않아서 슴슴하게 느껴진다. 요가는 동작 자체가 너무 괴로워서 딴생각할 틈이 없는데 프롭테라피를 할 때는 시간이 너무 잔잔하게 흘러가서 잡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프롭으로 지압하는 시간에는 얼른 집에 가서 할 것들을 떠올린다. 자세가 잘못된 건지 딱히 어깨나 목이 더 시원해지지도 않은 것 같다. (더 아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긴 한 것 같지만..)
무튼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매번 자극적인 비빔냉면을 먹다가 고깃국물만 우려낸 평양냉면을 먹어보기 시작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은 정말 선호하지만 프롭테라피의 잔잔한 재미는 내 취향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수업 들어보고 다시 등록해본 거였지만 아무래도 나머지 수업은 취소하게 될 것 같다.
7월엔 호기롭게 요리를 해먹겠다고 외쳐봤지만 전혀 지키지 못했다. 시도라고 할 것도 없고 기껏해야 라면 조리, 냉동 볶음밥 해동 정도였다. 그나마 배달음식은 적게 시켜 먹었다. 아무래도 양이 엄청 적어진 데다 여름이라 그런지 먹고 싶은 것도 많지 않아서 대부분은 집에 있는 걸로 잘 찾아먹었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요리해먹는 것도 너무 더워서 8월에도 시도할 자신이 없다. 9월에나 좀 노려봐야겠다. 포스팅으로도 언급한 적 있지만 일본 가정식 도시락이라는 요리책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거기 나온 음식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왕이면 정말 도시락 용기에 싸서 어디 나가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이건 결국 9월의 계획.
소설 연재를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다짐은 잘 지키고 있다. 웹소설을 계획했지만 일단은 거기에 갇히지 않고 지금 써보고 싶은 글을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6월에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살을 붙여서 매일 차근차근 써나가고 있다. 확실히 한 번에 완벽한 글을 써내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일단 완성하고 고치자는 마음으로 임하니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나 쓰다보니 원래 구상했던 이야기를 써나간다기보다는 쓰다보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이야기로 흘러간다. 주인공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확실히 미리 계획했던 글보다 그 인물의 이야기 같은 내용이 나오는 거 같다. 끝까지 나를 잘 이끌어주길.
사실 7월은 너무 개운하고 건강하게 잘 보냈다. 그동안은 수면 장애가 매달 몇 주씩은 나를 괴롭혀서 잘 살았던 주와 제대로 기운 내지 못한 주로 나눠졌었는데 이번엔 정말로 한 달이 온전히 내가 이끌어가는 느낌이었다.
비법은 프로페민정과 입막음 테이프! 프로페민정은 포스팅으로 공유했기 때문에 생략하고 사실상 나는 의료용 테이프를 사용하는 중이지만 수면 중 구강호흡을 하는 사람에게 입막음 테이프를 무조건 추천한다. 수면의 질과 삶의 질이 바뀐다.
매번 자고 일어나면 입안이 말라있길래 혹시나 하고 테이프로 입을 막고 자본 거였는데 그날 이후로 매일 같이 자기 전에 테이프로 입을 막는다. 이것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전과 후가 확실히 다르다. 몇 시간 못 자더라도 붙이고 자면 깊게 자서 그런지 훨씬 개운하다.
이것저것 소개하다보니 글이 또 길어졌지만 8월의 계획을 짧게 세우자면 역시나 우선은 글 쓰는 걸 잘 이어가고 싶다. 우선은 단편 이야기로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분량에 대해서 그리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디어가 끊기더라도 다시 정신을 붙들고 즐겁게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다음은 아무래도 운동이다. 프롭테라피를 그만두는 대신 요가를 등록할 생각인데 확실히 지금 자세교정이 시급하다. 매일같이 조금씩 몸무게가 줄어드는 게 기쁘긴 한데 몸에 있던 근육이 다 빠져나가서 그런 거 같다. 얼마 없는 근육이더라도 근손실은 마음이 좀 불편하다. 살 빠지는 것보다도 건강한 몸으로 잘 만들어봐야겠다.
8뭘에도 뭘 시도하려 해도 날이 너무 더워서 좀 자신이 없다. 그치만 여름이 다 끝나기 전,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하고 싶다. 사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는 거라 작년 겨울부터 미리 준비해뒀는데 그걸 꼭 써먹어보고 싶다. 노출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남들 시선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차림새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한번뿐이더라도 잘 즐겨보길.
8월도 재미있게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