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눈바디도 아닌 멘탈바디

by 김물꽃

나는 몸무게 변동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뭐 굳이 따지자면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 차이가 있긴 하나 엄청 오락가락하지는 않는데 여태까지 살아왔던 걸 보면 또 그리 일정하지는 않다.


유치원 때야 뭐 엄마가 차려주는 대로만 먹었었기 때문에 살이 찔 틈도 없었다. 유치원에 간다 해도 정해진대로 간식을 먹었고, 음식에 엄청 욕심을 내는 편도 아니라 그냥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했다.


학교에 들어가며 첫 번째 변동이 생긴다. 초등학교 후문에 문방구가 있었는데 거기 떡볶이에 꽂혀버렸다. 내 기억으론 용돈을 받았다 하면 무조건 하교하면서 사 먹었던 거 같다. 떡볶이에 꽂혔다기보다 그 문구점 자체에 꽂혀버린 거 같기도 한 게 온갖 불량식품들과 달고나 같은 것들을 팔아서 매일 사먹었다. 그 결과 2학년때까지 사진을 보면 아주 똥똥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 보면 귀엽지만 그 당시에 나는 내가 살이 쪘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2학년 2학기때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왔다. 어릴 때도 많이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어서 저학년일 때에는 사실 다른 친구들과 엄청 빨빨거리진 않았다. 그러다 5학년이 되었을 때 그야말로 절친들을 만나게 됐다. 매일 학원을 다녔는데도 그 틈들을 다 이용해서 친구들과 싸돌아 댕겼던 거 같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뺑뺑이라는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뺑글뺑글 돌리면서 손잡이만 잡고 땅에서 발을 떼버리는 그런 놀이를 즐겼다. 와 지금 생각하면 무슨 체력인가 싶긴 한데 무튼 그 덕분인지 살이 쫙쫙 빠졌다.


내 키는 161cm인데 초등학교 6학년쯤 키가 멈췄던 거 같다. 그리고 중학생 때 몸무게가 49kg. 이걸 왜 기억하냐면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쭉 이 몸무게를 유지했다. 지금은 사실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중학생 때는 먹고 싶은 건 다 먹었다. 그런데도 살이 찌지 않았던 건 진짜 죽을 둥 살 둥 공부를 너무 열심히 했다. 외고에 가겠다는 목표가 확실하긴 했지만 그보다 그때는 승부욕이 진짜 불같아서 반에서 1등을 놓치면 열불을 내는 성격이었다. 가끔 생각 드는 건 인생의 열정을 그때 너무 쏟아부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외고에 입학을 한다. 근데 그때까지의 내 목표는 외고에 입학하는 거였기 때문에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선 목표를 잃어버렸다ㅎ.. 나 말고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열심히 하려니 더 의욕이 없었던 거 같기도 하고 특히 그 당시가 집안 사정이 제일 안 좋았을 때이기도 하다 보니 늘 기력이 없었다. 식욕이 많기도 했지만 약간의 폭식증이 있었던 거 같다. 많이 먹기는 그만큼 먹으면서 에너지를 쓰는 일도 없으니 이번엔 살이 쫙쫙 붙었다. 고3 때를 생각하면 입학했을 때보다 10kg 가까이 불어있었다.


중학생때와 이래저래 외적으로도 많이 달라지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다.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고등학생 때 딱히 운동을 다닐 시간도 없었고 스트레스는 모두 먹는 걸로 풀어서 화만 많고 살은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 또 바뀌게 된 건 재수를 통해서였다.


재수 때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만큼의 결과라도 얻을 수 있었던 건 진짜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열심히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웬만하면 열심히 했다고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지만 재수 때를 생각하면 정말 최선을 다했다. 3년간의 탱자탱자 놀았던 생활을 만회하기 위해 1년간 모든 걸 쏟아부었다. 처음엔 재수학원에서 나오는 급식을 먹다가 나중엔 그 시간도 아까웠고 그때 특히나 장이 안 좋아서 소화가 잘 안되다보니 집밥을 싸가지고 다녔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었는데 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라 공부를 못할 거라면 아예 먹는 걸 줄이자 싶어 간식은 아예 끊어버리고 식사를 확 줄여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두 번째 수능을 볼 때는 중학생 때보다 마른 48kg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뭐 성인이 되고서는 사실 매일같이 공부를 하는 환경은 아니다 보니 이후에는 51~53kg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편이다.


나는 몸무게를 매일 잰다. 다이어트 목적일 때도 있지만 내가 몸무게를 신경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각각의 무게마다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52kg가 나한테 적정 몸무게라 생각한다. 먼저 52kg보다 내려가는 때는 보통 일할 때이다.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일할 때는 특이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 먹지 못한다. 위가 아프기도 하고 애초에 식욕이 떨어지는 편이라 제대로 신경 쓰지 않으면 몸무게가 빠지면서 기력도 함께 빠져버린다.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는 살이 빠진다기보다 체력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일할 때도 웬만하면 몸무게를 체크하면서 내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이 크다. 영화일 할 때는 딱히 스트레스 없이 많이 먹는다 해도 애초에 몸을 많이 움직여서 그런지 살이 찔 틈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52kg 이상으로 나갈 때는 보통 일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인데 또 이때는 특이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는 습관이 나온다. 많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소화기관이 좋지 않아서인데 배부른 걸 넘어서 위장이 아픈 게 느껴지는 데도 먹어버리는 거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걸로 절대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다만 살이 찔 뿐. 또 요즘에는 정말 나이가 달라져서 그런지 많이 쪄봐야 53kg였던 예전과 달리 53kg을 넘어가는 것도 순식간이라.. 53kg가 되었을 때 식사량을 조절하며 내 몸과 마음 상태를 체크한다.


남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듯 내 몸무게는 내 마음상태와 연관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보기 좋은 몸을 유지하는 것보다도 내 멘탈을 체크하기 위해 비슷한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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