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_02

두려움을 넘어서고 마주한 즐거움

by 김물꽃

나는 춤을 왜 배우고 싶은 걸까. 이번 수업을 기다리면서 내게 질문했다. 사실 원데이 클래스를 등록해놓고선 매번 가기 전에는 너무 떨려서 가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계속 배우고 싶은 이유가 뭔지 나도 궁금했다.


사실 처음엔 단순히 내가 미뤄왔던 일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춤을 배우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멋있었다. 아주 어릴 때, 초등학생 때는 친구의 제안으로 수학여행 장기자랑에 나간 적도 있긴 했지만 친구에게서 춤을 배우던 그때에도 나는 많이 부끄러워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보기 좋은 핑계가 있었지만 사실 내내 미뤄왔던 이유는 내가 삐걱거릴 그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춤을 배우고 있다는 그 사실을 말하는 것도 왠지 창피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고 즐기고 싶었지만 춤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늘 움직임이 수줍었다. 일단 못추더라도 자신 있게 뻗어대야만 몸짓이 멋있어 보인다는 건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었다. 학생 때까지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막춤을 추기도 했지만 성인이 되고선 그마저도 더 사리게 되었다. 춤을 못춘다는 생각에 점점 내적 리듬만 타는 수준이 되었고 밖으로 표출하고 싶은 에너지와 속에서 쌓여가는 에너지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져갔다.


그래서 깨닫게 된 건 나는 춤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사실이었다. 춤을 배우고 싶은 건 내가 가진 무서움을 극복하고 춤추는 일의 즐거움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를 찾고 나니 사실 원데이 클래스를 앞두고 다시금 떨려하는 나를 잘 달랠 수 있었다. 내가 수업 듣기 전 긴장이 커지는 건 거울 앞에서 뚝딱거릴 나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못하는 나를 외면하고 싶은 욕망.


하지만 이젠 정말 나에게 집중할 시간이었다. 내가 이 모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마주하고 깨져봐야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이번 달에도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힙합 기본기 수업을 들으러 갔다. 사실 저번달에 걸스힙합 안무를 배워봤는데 아무래도 나는 기본기가 없다 보니 동작을 따라 하기에도 벅차니 그 느낌을 살리는 건 무리였다. 때문에 배우는 과정을 즐기기보다는 미션을 해내야 하는 것처럼 압박감이 느껴졌다.


나의 실력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자 마음먹은 거다. 사실 기본기 수업이라고는 했지만 이번엔 새로운 곳에 배우러 가는 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선생님은 또 어떤 분일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금 어떤 걱정들이 밀려오더라도 결국 내가 직접 가서 겪어내는 수밖에 없다며 나를 진정시켰다.


연습실에 도착하고 스트레칭부터 수업이 시작됐다. 거울 속 나를 마주하는 건 아직도 어색했지만 음악에 맞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춤을 배우기 위해 준비하는 이 시간이 설레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엔 어떤 걸 배우게 될지 조금 기대되기도 했다.


몸 여기저기를 박자에 맞춰 움직이며 바운스 타는 법을 배웠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는데 목, 가슴, 다리 각각의 부분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느낌이 살지 않고 삐걱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왠지 재미있었다. 이렇게 기초부터 다지면 점점 좋아질 내 모습이 기다려졌다.


기본 동작부터 배운 다음에는 이 동작들을 활용한 루틴을 배웠다. 간단한 기본기로 구성한 덕분에 따라가기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음악에 맞췄을 때 멋이 나는 그런 동작들이었다. 사실 처음엔 보고 따라 하는 걸 버벅거리기도 했지만 앞에서부터 기본기를 다진 덕분인지 반복해서 따라 추니 점점 몸에 익는 게 느껴졌다.


추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마냥 동작을 외워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듣고 박자에 맞추는 게 느껴졌다. 그동안은 동작을 외우는 거에 급급해 암기과목을 풀어내는 기분으로 춤을 췄다면 이번엔 정말로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게 된 것이다. 춤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항상 춤을 배울 때는 어떤 동작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따라 추면서도 몸이 쫙쫙 뻗는 게 아니라 움츠러들었다. 그렇다 보니 추는 걸 내가 봐도 뭔가 애매하게만 보였었다. 하지만 춤을 틀리거나 못출까봐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그런 재미를 느끼고 나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다같이 거울에 습기 차도록 연습하고 있으니 그 상황에 대한 재미까지도 더해져 동작을 할 때도 더 힘차게 하게 됐다. 그럴수록 그 시간을 더더 즐길 수 있었다.


모든 동작을 배우고선 촬영을 하는데 여태껏 마무리할 때에만 되면 잊어버리고 실수를 해버렸어서 이 날도 역시나 촬영을 앞뒀을 땐 긴장이 됐다.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되는 거 같았고 버벅거릴 내 모습이 두려웠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에서 봤던 강의를 떠올렸다. 사람이 긴장될 때 틀리면 안된다고 압박해버리면 오히려 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럴수록 더 자유롭게 나를 풀어줘야 된다고.


그 강의를 기억하면서, 그리고 내가 이 시간에 느꼈던 그 즐거움을 떠올리면서 촬영에서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마지막까지도 내가 즐겁게 추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차근차근 동작들이 기억났다. 물론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따라잡았고 몇 번의 촬영을 반복한 덕분에 가장 마지막에는 실수를 줄여나갈 수도 있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짧을 거라 생각했고 그 시간 안에 뭔가 제대로 된 걸 배울 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몸에 땀이 날 정도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그동안 내가 체감하지 못했던 춤추는 행위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

이전 01화춤_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