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야할 때
5월의 가장 우선적인 계획은 강박을 버리는 일이다. 사실 올해 들어서 많은 것들을 시도하면서 나름대로 생긴 루틴이 있다. 월수금 브런치 연재를 이어가는 일이나 저번달부터 시작한 감사일기 쓰기, 명상 등이 그러하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평일 저녁 7시면 정해진 분량의 글을 써내는 것도 일과 중 하나이다. 또 체력관리를 위해 아침엔 공복 유산소 운동을, 저녁때가 되면 스쿼트와 플랭크로 근력운동을 하는 것도 일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난 어떤 걸 시작할 때는 그 목적이 뚜렷했다가도 그게 강박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보다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걸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수행하게 된다. 명상과 감사일기의 예로 들어도 분명 시작할 때는 하루의 생각을 비워내고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자는 목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기 전에 이걸 꼭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세 달 동안은 꼭 실천하자는 계획이 있었으니 체력이 바닥나거나 약속이 있어 하루 일과가 늦게 마무리된 다음에도 자리에 앉아 이 일정을 이어갔다. 물론 꾸준히 했다는 보람이 있기는 하지만 행위를 하면서 이걸 왜 하는지보단 이걸 어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자 조금의 현타가 왔다. 이 일을 하는 게 단순히 세 달 동안 이어가자는 이유는 아니었는데 내가 그걸 잊어버린 거다.
그 생각을 깨닫고서는 명상과 감사일기 쓰는 일을 꼭 지켜내야 하는 과제처럼 느끼기보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 했던 그 목적을 기억하면서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비슷하게 적용된 일이 또 있었다. 바로 브런치 글을 쓰는 일이었다.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꼭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내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말보다는 글이 편한 사람이고, 더욱이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잘 털어놓는 편은 아니다 보니 내 안에 쌓인 이야기들이 많았다. 상담을 받을 때야 선생님에게 이러쿵저러쿵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지만 상담이 끝나곤 정기적으로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그런 내게 브런치는 좋은 창구 역할을 해줬고 몇 달 동안은 정말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집중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 일이 강박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월수금 세 번의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으려는 노력보다는 일주일 동안 연재할 세 개의 글을 써낸다는 그 압박에만 집중한 것 같다. 만족스럽지 않은 글을 올리는 날도 있었지만 어쨌든 연재를 이어가니 그걸로 된 거라며 합리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가 정말 그거였는지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내 생각이 담긴 글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한다거나 정기적인 연재 자체의 형식적인 면이 이유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스스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속였던 것 같다.
사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브런치 글을 쓰는 게 부담으로 느껴진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길어졌지만 그런 이유로 글쓰기 수업을 듣는 5월과 6월은 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 두 번 연재로 줄여볼 생각이다.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고 싶기 때문에 일주일 두 번으로 규칙을 수정하긴 하지만 만약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두 번 이상으로 그걸 전달할 여력이 된다면 추가적으로 올릴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당분간은 쉴 틈을 주려고 한다.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다른 계획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판타지 소설을 쓰다 보니 현대물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5월 중으로 두 개의 소설을 쓰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브런치 연재에 여유가 생긴 틈을 이용해 추가적인 소설을 기획해보고 싶다.
5월에도 새로운 배움은 계속 이어진다. 우선 반복해서 언급했듯이 웹소설을 쓰는 강의가 시작된다. 약 2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는 게 오랜만인 만큼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바라는 건 그곳에서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을 만나 좋은 동료로 연을 이어갈 수 있다면 더 든든할 것 같다.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배우게 됐다. 두 가지만 고를 수 있어 매우 고심했는데 신중하게 고른 두 가지 프로그램은 한국무용과 프롭테라피이다. 한국무용은 한번 쯤 배워보고 싶은 춤이었는데 마침 동사무소에서 배울 수 있어 고르게 됐다. 현대무용이나 한국무용은 몸으로 감정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배우게 돼서 조금 기대가 된다.
프롭테라피는 사실 배운다고 하지만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이랄까. 자세가 안 좋은 편이라 요가를 오래 해왔는데 한동안 안하다 보니 그새 자세가 또 틀어졌다. 또 글 쓴다고 노트북으로 계속 작업하다보니 목과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선택하게 됐다. 꽤나 치열한 수강신청을 거쳤는데 대학시절의 오랜 짬밥 덕분인지 1등으로 신청하는 영광을 얻었다.
내게는 변화의 달 5월을 맞이하며 스스로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많이 바뀌면서도 또 어떤 것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며칠 전 꿈을 꿨는데 마라톤을 나가려는 꿈이었다. 사실 꿈 자체는 얼토당토않은 개꿈이었지만 나름대로 깨달은 점이 있었다. 난 무지외반증이 심해 오래 달리는 건 고역인 사람이다. 그런 내가 마라톤을 나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마음이 급해져 불안해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잘 해내려고 싶어서 굉장한 압박을 느끼면서도 시작 전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시합이 시작될 때쯤 내가 시작도 전에 준비 자체에 대한 강박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준비가 끝나가자 오히려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마라톤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잠에서 깼을 때 기묘한 마음이 들었다. 오래 달리지도 못하는 내가 마라톤을? 근데 차분히 생각하니 아마 그 마라톤은 소설을 쓰게 될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작가가 작업할 때 대장금의 대사를 떠올렸다고 한다. 준비가 되지 않았어도 그냥 가야 할 때가 있는 거라고. 소설을 쓸 때에도 나는 늘 불안함과 조급함을 가진다. 내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어쩌면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것 같다. 아마 꿈에서 말해준 건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이미 나름대로 준비가 된 상태일 테니 처음 마음가짐처럼 글을 쓰는 자체를 즐기자고 그렇게 말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지만 항상 내가 왜 그걸 배우려고 했는지를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해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즐겁게 좋아하는 일들을 하길 바란다. 해오던 것들과 새로 시작하는 일들의 균형을 잘 맞춰가며 정말 내가 선택하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조율할 수 있는 한 달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