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에는 끝이 없다
사실 월말 정산을 쓰고 있자니 벌써 5월인가 싶지만 4월 한 달은 어딘가 길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아마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글을 써나갔기 때문인 거 같다. 하루에 그리 많은 분량을 써내는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 더 꽉 채워쓴 거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보낸 대부분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 길게 느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연유로 4월에 대해 가장 먼저 말한 건 아무래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이다. 5월에 새로 들을 강의를 앞두고 원래는 5화 정도 분량, 약 25,000자 정도를 써내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어느새 43,000자 분량을 써냈다. 수업 전까지 원하는 분량을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막상 쓰기 시작하자 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졌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아니라 정말로 이야기 속 주인공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늘은 정말 한 글자도 쓰지 못할 것 같은 날도 막상 자리에 앉으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을 써내기도 했다. 물론 괜찮게 이어갈 수 있다고 자만한 날에 생각이 막혀 자괴감을 느낀 날도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만큼이나 어떤 순간에라도 나를 믿고 계속 써나가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내 능력에 대한 불안함으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쓰게 되는 날이 쌓일수록 어떻게 해서든 이 이야기의 끝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면 분명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녹아져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게 어떤 걸지 궁금하다.
저번 월말정산에서 예상했듯이 이번 달에는 확실히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았다. 우선 집으로 외가 친척들이 방문하는 일이 있었고, 가장 오래된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는 일도 있었다. 또 올해 언니와 결혼하는 형부가 내 생일파티에 참여하는 일도 있었다.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서 가장 약속이 많았던 한 달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향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바람에 사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건 내게 힘든 일이다. 소수의 친구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는 내가 모든 사람을 챙길 에너지도 없는 데다가 애초에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도 선호하지 않으니 내가 딱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만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주로 중학교 친구들이긴 하지만.
하지만 또 오랜만에 그리웠던 사람들을 만나니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도 많이 생각나게 됐다. 아마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으로 더 깊고 길게 이야기하고 싶다.
3월의 바람은 이런 약속에서 내가 더 솔직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나름대로 잘 지켜낸 거 같다. 사실 약속에서도 이런 노력들을 많이 하긴 했지만 특히 그걸 느낀 건 춤을 배우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이번달에도 역시나 나는 춤을 배우러 갔다. 걸스힙합 안무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였는데 그전까지는 늘 낯가리는 성격을 숨기려고 더 자신 있는 척하고 쿨한 척하려고 많이 애썼다. 그 결과 춤을 추기도 전에 지쳐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람들을 만나며 솔직해지려고 했던 연습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냥 있는 그대로 나를 편하게 놔줬다. 낯가리면 낯가리는 대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로 쭈구리 같은 내 모습을 바꾸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확실히 순리를 따르자 몸도 마음도 훨씬 편안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 분위기에 적응해 나만의 페이스를 찾는 사람이지만 확실히 나다운 모습을 행동하자 그 페이스를 찾는 시간이 더 단축된 것 같았다.
이건 부단히 연습한 결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어떤 척을 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더 잘난 척, 똑똑한 척하지 않고 지금 내가 느끼는 대로 그 지금에 따르려고 집중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내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다 보니 애를 써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연습할수록 나아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제서야 내가 나다움을 찾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를 알 수 있어 기뻤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한 달이 되기를 바랬던 것도 있는데 감사하게도 잘 찾아낸 것 같다.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싶어서 동네 미용실에서 히피펌을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만족했다. 약간 어색한가 싶기도 했지만 볼수록 마음에 들어 시도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은 모두 치인트 홍설같다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도 나름 마음에 든다. 머리에 맞추다 보니 빈티지한 옷들도 입어봤는데 그런 것도 어울렸구나 싶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도 많이 발견했다. 책을 완독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뭔가 성취를 이뤄내는 느낌이라 한 권을 다 읽어내면 굉장히 뿌듯함을 느낀다. 오랜 습관으로 책이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꼭 리뷰를 남기는데 그건 대학 때 과제로부터 이어진 습관이라 그런지 일종의 강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낸 그 순간은 온전히 행복으로 느껴진다는 걸 깨달았다.
차를 마시는 순간도 좋아한다. 보통은 혼자서 조용히 향기 좋은 따뜻한 차를 마실 때인데 아침에 몸을 데우려고 차마시며 책을 읽던 일상에서 발견된 기쁨이다. 몸이 워낙 차가운 편이라 차 한잔을 따뜻하게 마시면 혈액순환이 되면서 데워지는데 침착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좋다. 물론 향기가 좋은 차라면 그 향을 맡으면서 홀짝홀짝 삼키는 그 자체도 좋아한다.
또, 두꺼운 유리컵에 물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것. 그 이유는 정말 소소하지만 뭔가 유리컵에 물을 마시면 굉장히 깨끗한 물을 마시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얇은 것보단 두꺼운 게 좋은데 취향일 뿐 엄청 특별한 이유는 없다.
글을 쓰는 틈틈이 휴식을 취할 때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다. 예전엔 그냥 재미있는 걸 좋아할 뿐 특정한 취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유형이 정해져 있었다. 주로 여자 주인공이 이끄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수동적인 인물보다는 주체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끝내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너무 착한 캐릭터보다는 좀 못되먹은 부분이 있어 이기적이기도 한 모습이 담겨있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인간 자체는 착하다.) 아마 그게 가장 나랑 닮아있어서 그런 거 같다. 요즘엔 새벽의 연화를 새로 챙겨보는 중이고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을 다시 보는 중이다. 마법사의 신부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