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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xd프로 Mar 15. 2020

왜 프리랜서 영어강사를 하냐고요?

강의 중독자가 말하는 프리랜서 강사 하는 이유

프리랜서 강사로 일 하기 시작한 건 2016년.

대학원 휴학을 하고 무엇을 할까 하다가 얼떨결에 지원하고 시작하게 된 강사일.

정확하게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영어회화 강사' 일이다.


나는 교포도 아니고, 영어회화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며 원어민급으로 영어회화가 가능한 사람도 아니었다.

대학생 때 학원에서 알바를 조금 해본, 그저 미드를 좋아하고, 영어공부를 너무 좋아하고, 일반 사람들보다는 영어를 조금 더 잘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기회, 처음 갑자기 시작한 일에...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고, 개강을 하는 날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몸살이 나서 끙끙 앓았다. 밤새 잠을 못 자는 경우는 비일비재했고, 수업 때 실수를 하는 일이라도 있으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고 신경이 매우 예민 해졌다. 신경 쓰이는 학생이 있으면 수업 가기 전날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에는 긴장되고 숨 막히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지만 몇 달이 지나고 강의수가 수십 번이 쌓이다 보니, 엉뚱한 질문에도 능청스럽게 대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신기한 일 이었다.


그러면서 강의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고, 더 열심히 강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는 하루 종일 강의 자료를 만들었다.

정말 적은 돈을 벌었지만,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중독됐다고 느낄 만큼 강한 에너지를 주는 요소들이 있었다.

가장 큰 요소중 하나는 배움의 의지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에게서 받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기운. 

그리고 그것을 내가 해줄 수 있다는 뿌듯함. 함께 성장해가는 그 느낌이 너무 행복했던 것 같다.










프리랜서 영어강사 하면 좋은 점이 뭘까?


   



내 수업은 내가 기획한다(시간, 내용까지 모두)



수업하고 싶은 장소, 시간 지정이 자유롭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퇴근시간에 맞춘 6시 이후가 수요가 가장 많겠지만, 요즘에는 유연근무제 활성화, 2교대 3교대 하시는 분들로 인해 점심시간 또는 낮시간에도 수요가 많은 편!


매시간 수업내용을 지정하는 것 또한 나다.

이 부분이 힘들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주제로 또는 학생에 맞춰서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즐겁게 수업이 가능하다.


-  이 부분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프리랜서 강사에게는 득이 될 수 있지만 반면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이 부분이 득도되고 독도 되었다.

그 이유는, 수업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철저하게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것, 구성하고 싶은 것 을 바탕으로 시간을 구성하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모든 것을 0부터 100까지 다 연구하고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점.

물론 한번 썼던 자료들을 다른 수업에서도 쓸 수 있게 되겠지만, 수업을 하다 보면 각각 클래스의 난이도도 다르고 개개인의 편차도 있다. 이전 수업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다음 시간에는 그것을 바탕으로 다뤄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이 복사 붙여 넣기 해서 수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는 없다. 온라인 수업이라면 몰라도!



   

영어라는 공통점으로 매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영어강의를 하게 되면 정말 다양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수업 끝나고 함께 맥주도 한잔하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영어’라는 공통점으로 만났다는 이유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나 장벽이 낮은 것이 최고의 장점!


누구나 그렇듯이 본인의 분야와 관련된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살아가는데, 신기하게도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은 매우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들이 모인다 하더라도 제각각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있다.

영어강의를 하면서 수많은 대학생, 전문직, 사업가 분들을 만났다. 영어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또한 영어회화 수업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이름을 편하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이라는 격식 있는 단어보다는 쉽게 '에이미~'라고 처음부터 부르기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모두가 자유롭고 격식 없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함께 수업이 끝나고 밥을 먹기도 하고 수강생들끼리 따로 만나기도 하는 등, 쉽게 친해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해왔다.

여태까지 강의한 학생들 중에 아직도 연락하는 학생들이 몇 명 있는데, 이들은 이제 에이미 도 아닌 언니 누나 오빠 이렇게 부르는 사이로 남아있다.


영어를 가르쳐 주는 것도 있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내 영어 실력이 는다.



1시간 2시간 수업을 꽉꽉 채워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초보강사라면 처음에 학생들이 하는 질문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 정말 필요하거나 중요한 것만 질문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생각지도 못한 질문공세를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츤데레는 영어로 뭔가요 ~?'와 같이 한국에만 있는 표현에 관련한 질문공세를 하면 영어에 같은 표현이 있는지 의문이 들거나 같은 표현이 없어서 비슷한 표현들을 생각을 바로바로 해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바로바로 생각이 안 나면 당황스러울 때도 있고 같은 표현이 없으면 영어에는 '그런 표현이 없어요'라고 말을 하고 비슷한 용어를 알려준다고 해도 학생들은 100% 시원한 대답을 못 받아서 시무룩해진다거나 '그럼 이거는요?' 하고 또 공격 아닌 공격이 들어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아주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은 내성이 생겨서 바로 대답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말 신조어라던지,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용어라던지 생각 범주 밖의 것을 물어보면 당황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같이 찾아볼까요?' 또는 '제가 한번 찾아보고 알려드릴게요 ~'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함께 수업시간에 사전을 찾는다거나 구글링을 통해 알아가는 지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수업이 끝나고 내가 혼자 찾아서 알아보고 다음 시간에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몰랐던 것도 찾아보지만 정말 좋은 것은 귀찮긴 하지만 질문받은 것 중에서 알려주기 전에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확실하게 다시 되짚어서 찾아보고 알아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정말 내가 공부가 많이 되고 성장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어떤 분야가 그렇듯, 가장 빨리 느는 방법은 남을 가르치는 방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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