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답게 살아가기(10)
부산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했다.
때마침 오빠가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제안하며 나에게 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해외여행이라...
여태껏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해외여행이었지만.
그렇기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다.
다만 수액이 약물이라는 것 때문에 마음에 걸려 항공사 담당 파트에 문의를 넣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투여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전부 회수 해올 것이나 약물로 인한 오해가 걱정된다고 솔직히 남긴 내용.
문제 없다고 답변을 받았고 관련해서 인천 공항에서도 문제 없을 것이지만
만약을 위해 영문 소견서 한 부를 가지고 있을 것을 요청 받았다.
여권 사진을 찍고 새 여권을 발급 받으면서 영문 소견서를 위해 선생님들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여행 준비를 해나가며 컨디션 조절을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고,
어서 시간이 가기만을 바랐다.
드디어 디데이.
아침 비행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한 준비 끝에 비행기에 올라 1시간 40분을 날아가는 동안
비행기 안에서 바다를 건너는 모습도 구경하고 처음으로 입국 신고서도 써보며 후쿠오카에 도착했다.
도심 속 위치한 캐널시티 가까운 숙소에서 1박을 하며 식사와 쇼핑을 하는 동안
열심히 연습한 일본어가 무색하게 여기저기서 들리는 경상도 사투리와
한국어로 묻는 현지인들이 많아서 여기가 한국인지 혼란스러워 다소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내가 기대했던 일본 특유의 느낌과는 달랐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은 풍경과
직원들의 친절한 미소는 잠시나마 현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저녁이 되자 엄마와 오빠는 몸살을 호소해서 드러눕고,
가장 허약하다고 생각한 내가 제일 멀쩡했던 웃지못할 상황이 생겨버리기도 했다.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하고 도심과 조금 떨어진 료칸에서 1박을 하기로 해 그곳으로 향했다.
오빠와 여행 계획을 짜면서 그래도 일본까지 왔는데 온천은 가야지 않냐며 넣은 장소였다.
수액이 무겁게 실린 캐리어를 끄는 달달달달 소리가 인적이 드문 길의 정적을 깼다.
목적지까지 거리가 꽤 됐기에 여기가 맞나 몇 번이나 지도를 보며 드디어 도착한 숙소.
시골이라 주변이 한적하여 앞이 탁 트인 광경이어서 늘 높은 건물들만 보던
시야에 고요한 자연의 경관이 들어왔다.
해가 지고 근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과 여러 간식을 먹고
가족들과 밤 산책을 하러 가보자고 나왔다.
도시와 다르게 일찍 해가 저무는 시골답게 일찍부터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시력이 더 나빠졌는지 발밑이 잘 보이지 않아
몇 번이나 허우적대다 겨우 엄마의 손을 붙든채 걸어야 했다.
그 까만 세상을 허우적대면서도
저 멀리 반짝이던 불빛들에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각자 온천욕을 하고 나자 몸에서 뜨끈뜨끈한 훈기가 뿜어져 나와
겨울의 찬바람이 꽤 매서웠는데도 춥지 않게 느껴져 '이 맛에 온천욕을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엄마도 만족하셔서 세 사람은 노곤해진 몸으로 잠을 청하고 다음날 가정식으로 차려진 조식을
먹고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짐을 싸면서 이고 이고 우겨 넣으면서
뭘이리 많이 샀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조금 머쓱해져서 뒷통수를 긁기도 했지만,
십수년만에 함께 온 가족 여행이기에.
언제 다시 오게될지 알 수 없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역시 집이 최고야!" 라고 집에 들어서면서 엄마가 하는 말에 공감하며 침대에 누워
앞으로 우리 가족이 몇 번이나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무사히 다녀온 나의 첫 해외 여행이 성공하자 주변인들도 선생님들도 기뻐해주시고
다른 사람에게도 제시 할 수 있는 모습으로 우리와 같은 상황에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얻은 가능성은 1년 뒤, 두 번째 해외여행
'오사카'로 떠나게 해주었다.